송미나 드림뜰힐링팜 대표(35)는 국내 치유 농업의 선두 주자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히는 이다. 겨울철 농장을 정비하는 ‘방학’이 끝나면 봄부터 가을까지는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일상을 보낸다. 농번기임을 알면서도 짬 내달라고 떼 쓰기를 몇 번, 결국 불발에 그쳐 2023년 4월 20일 전화로 송 대표와 이야기를 나눴다.
드림뜰힐링팜은 농업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하는 ‘치유 농장’이다. 전북 완주군 소암면 원암로 348-13 원등산 서쪽 산자락에 자리잡았다. 이곳을 찾은 방문객들은 꽃을 심고 염소를 쓰다듬으며 자신의 마음을 스스로 돌본다.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새소리가 드림뜰힐링팜의 정경을 눈앞에 펼쳐놓는 듯하다. 얼마나 평화롭고 아름다운 곳일까. 하지만 이곳을 가꾸는 송 대표의 일상은 한 점 여유 없이 치열하다.
“밖에서 봤을 때는 요정의 숲처럼 평화로워 보인다고들 해요. 이렇게 안락하고 안전한 공간을 만들기 위해 저는 끊임없이 일하고 연구하죠. 새벽에 일어나는 건 기본이에요. 그래서 치유 농장주는 백조처럼 살아야 한다는 말이 있어요. 겉은 평화롭고 아름다워 보이지만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쉼 없이 물질하는 백조처럼 노력해야 하니까요. 에디터님 방문을 선뜻 허락하기 힘든 이유이기도 해요. 대신 자료 사진은 많이 드릴 수 있어요. 하하.”
원예치료학 공부 후 복지사 자격도
‘사람들의 웃음꽃’ 키워주고 싶어요
일반적으로 농장은 식물이나 동물을 잘 기르는 것 자체가 목적이다. 하지만 치유 농장인 드림뜰힐링팜에서 ‘무언가를 기르는 일’은 마음 치료를 위한 수단이다. 둘 사이의 차이점을 송 대표가 한마디로 정리했다. “소비자의 먹거리를 책임지는 일반 농장과 달리 저희는 방문객의 마음 건강을 책임지고 있죠.”
치유 농장에서 이뤄지는 치유 농업은 다양한 자원을 활용한다. 농장에서 기르는 작물이나 가축은 물론이고 주변 환경과 농촌 문화 자원도 모두 치유 농업의 요소가 될 수 있다. 들에서 풍겨오는 꽃향기, 때때로 놀러 오는 곤충들의 날개짓, 꿋꿋하게 생명력을 이어가는 풀 포기들의 아우성…. 도시와는 다른 농촌만의 생활 양식 등 농촌이라는 공간 자체가 무궁무진한 치유의 재료다.
드림뜰힐링팜도 산, 밭, 동물, 계곡 등 다양한 자원을 모두 프로그램에 활용하고 있다. 홈페이지에 올라온 치유 프로그램만 훑으려 해도 창을 몇 번이나 넘겨야 한다.
어떻게 이렇게 많은 프로그램을 운영하게 됐을까? 송 대표의 욕심인지 궁금해 던진 질문에서 뜻밖에도 치유농업의 본질을 만나게 됐다. “치유 농업은 대상자가 넓어요. 아이도 노인도 모두 치유 농업을 통해 마음을 돌볼 수 있어요. 전문 용어로 표현하자면 ‘전 생애주기에 맞는 프로그램’을 제공받을 수 있어요. 어떻게 하면 저희를 찾아오신 한 분 한 분께 더 적합한 프로그램을 제공할 수 있을까 연구하고 개발하다 보니 이렇게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게 됐죠.”
송 대표는 재활학과 원예 치료학을 전공하고 직업재활사, 사회복지사, 미술 심리지도사, 복지원예사 자격까지 갖췄다. 이런 송 대표가 운영하는 치유 농업 프로그램은 단순 ‘힐링’ 수준 체험이 아닌 ‘전문 심리 치료’다. 의사가 진료를 보고 처방을 내리듯 송 대표도 대상자와 상담을 진행하고 맞춤 프로그램을 기획한다. 보통 20~30회에 걸쳐 이뤄지는 중장기 프로그램이다. 이렇게 깊이 있는 전문 심리 치료이기에 송 대표는 연구·개발을 게을리할 수 없다.
치유 대상이 장애인·치매 어르신이라고요?
초·중·고교생, 마음 관리 필요한 분 오세요!
남녀노소 누구나 대상자가 될 수 있는 치유 농업. 그중에서도 특별히 추천하고 싶은 대상이 있을까? 우울증이나 불면증 같은 정신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를 지목할 것이라고 예상했으나, 송 대표는 초등·중학생에게 치유 농업을 추천한다고 답했다.
“우리 드림뜰힐링팜은 대상자를 크게 두 유형으로 나누고 있어요. 첫째는 치매 어르신이나 장애인, 정신 질환자처럼 특수 목적형 프로그램이 필요한 분들이고, 둘째는 ‘예방형 대상자’예요. 당장 치료가 필요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우리가 평소에 운동을 하면서 몸 건강을 관리하듯이 마음 건강도 관리해 줄 필요가 있어요. 이런 목적에서 가볍게 치유 농장을 찾아 주시는 분을 ‘예방형 대상자’라고 합니다.”
송 대표가 치유 농업 추천 대상자로 초등학생과 중학생을 꼽은 것도 ‘예방형 대상자’로서 건강한 마음을 가꾸길 바라기 때문이다. 현대 어린이, 청소년 놀이 문화의 대부분은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송 대표는 아이들이 자연과 생태를 오감으로 충분히 경험할 수 있어야 정서적으로 더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다고 말한다.
아이뿐 아니라 어른도 일상에서 쌓이는 스트레스를 주기적으로 해소해야 건강한 마음을 유지할 수 있다. 그래서 주말이면 많은 도시민이 기분 전환을 위해 예쁜 카페나 캠핑장 등을 찾고는 한다. 송 대표는 이런 도시민에게 “치유 농장도 있어요”라고 전하고 싶다고 한다.
‘치유’라는 단어가 언뜻 무겁게 다가올 수 있지만, 치유 농장은 가벼운 놀이도 무거운 상처도 모두 품을 수 있는 공간이다. ‘예방형 대상자’로서 마음을 관리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방문해 보길 추천한다.
식물 심다가 감동도 심었다!
心에 힘을 더하는 치유 농업
가장 반응이 좋았던 프로그램은 무엇일까? 송 대표는 드림뜰힐링팜에서 가장 인기 있는 프로그램으로 ‘반려 식물 심기’를 소개했다. 가장 기본적인 프로그램이지만 드림뜰힐링팜의 반려 식물 심기는 조금 특별하다.
“발달 장애인 분들과 가족분들이 오셔서 화분 심는 프로그램을 하고 가신 적이 있어요. 그때 한 가족분께서 10년 동안 화분 심는 프로그램을 참 많이 해봤는데 여기서 한 프로그램이 가장 좋았다고 말씀해 주셨어요. 그동안 많이 해본 건데 왜 저희 드림뜰힐링팜의 프로그램이 더 좋았을까 궁금해하시더라고요.”
당시 방문객들이 체험하고 간 화분 심기 프로그램은 가족 정원이라는 모둠 화분을 함께 만드는 프로그램이었다. 송 대표는 이 화분을 만들면서 자녀와 부모가 서로 소통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식물도 좋은 말을 해주면 더 잘 자란다는 말 들어 보셨죠? 요즘은 많이들 상식처럼 알고 계시는데요.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 그 이야기로 말머리를 열어요.”
송 대표가 예시를 들려줬다. “어렸을 때 학교에서 실험을 통해서 지금 우리가 심고 있는 식물도 ‘너 미워, 짜증나’ 같은 말을 하면 부정적인 영향을 받는다는 걸 배우셨을 거예요. 머리로는 다 알지만, 일상을 돌이켜보면 내 옆 사람을 아프게 하고 힘들게 하는 말을 하고 있을 때가 많아요.”
누구나 공감할 만한 이야기다. 송 대표는 이렇게 공감을 이끈 다음 소통 단계로 연결한다. “하지만 우리가 서로에게 듣고 싶은 말이 따로 있을 거예요. 그런 말이 어떤 게 있는지 상대방과 함께 이야기해 보고 적어보지요.”
어떤 부모는 자식에게 듣고 싶은 말로 ‘나는 엄마가, 아빠가 자랑스러워요’라는 말을 적었다고 한다. 아이는 ‘넌 지금도 충분히 잘하고 있어’라는 말을 적었다.
“사실 서로가 이런 말이 필요 했던 거예요. 식물에 물과 햇빛, 바람이 필요하듯이 우리도 이런 따뜻한 말이 필요해요. 하지만 이런 말을 잘 꺼내지 않죠. 프로그램을 통해서 서로 필요한 말을 알아가고 들려주면 관계가 더 단단해지고 서로 지지할 수 있게 돼요. 마음에 힘이 생기는 거죠.”
이처럼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 초점을 맞춘 반려 식물 심기 프로그램도 있고, 반대로 개인의 내면에 집중하는 반려 식물 심기 프로그램도 있다. 나에게 선물하는 꽃바구니를 만들면서 자신에게 편지도 써보는 프로그램이다.
“꽃 하나하나가 다 예쁘지 않나요? 우리 한 명 한 명도 꽃처럼 귀하고 소중해요. 편지에 ‘너 지금까지 정말 잘 해왔고, 내가 너를 정말 많이 사랑한다, 앞으로도 잘 될 수 있다’고 적어주세요.”
프로그램 내용을 맛보기로 들어보았을 뿐인데 인터뷰를 진행하던 에디터의 눈가가 어느새 촉촉해졌다. 간접 경험만으로도 치유 농업의 힘이 얼마나 강한지 몸소 느낄 수 있었다.
타인에게 깊은 울림과 치유를 선물하기 위해서는 먼저 운영자의 내면이 건강해야 한다. 그래서 송 대표는 자신의 내면도 꾸준히 들여다보면서 다듬고 있다고 한다.
“치유 농업 대상자의 마음속에 있는 것들을 세상 밖에 꺼내고 또 깊이 이해하기 위해서는 대상자를 돕고자 하는 마음이 진심으로 우러나와야 해요. 경청하는 태도, 공감하는 자세를 필요할 때만 잠깐씩 꺼내 쓰는 식이 아니라, 항상 좋은 마음가짐을 유지해야 하죠. 그래서 제 내면을 가다듬고 훈련하는 것도 농장을 운영하는 것만큼 중요해요.”
이렇게 끊임없이 ‘진심’을 다하는 송 대표는 스스로 비유한 ‘백조’와 참 잘 어울린다. 치열하고도 아름다운 송 대표의 열정은 오늘도 드림뜰힐링팜을 찾은 사람들의 마음에 순백색 ‘힐링’을 심고 있다.
더농부 인턴 방정은
제작 총괄 : 더농부 선임에디터 공태윤
nong-up@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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