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로 빈번해진 자연재해…농가 피해 줄여주는 ‘농작물 재해보험’이란?

2022년 제11호 태풍 힌남노로 인한 강풍으로 전남 나주 배 과수단지에 낙과 피해가 발생했다. 나주시 금천면의 한 농부가 떨어진 배를 쳐다보고 있다. ⓒ뉴시스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2022년 9월 6일 태풍 힌남노 관련 긴급회의를 열었습니다. 정 장관은 “태풍 피해로 상심이 크실 농업인을 위해 응급 복구를 비롯한 지원이 신속히 이뤄지도록 주요 간부들이 피해 현장에 직접 나가라”며 “모든 관계기관이 복구와 지원에 필요한 가용 자원과 재원을 총동원하라”고 지시했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앞선 8월 28일 여름 집중호우로 인해 농작물 재해보험 가입자들이 입은 피해가 1만5000여건 신고돼 재해보험금 지급을 시작한다고 밝혔습니다.

농작물재해보험은 사과·배·벼 등 67개 품목에 대해 재배 기간 중 발생하는 자연재해로 인한 손실을 보장하는 보험으로 NH농협손해보험이 운영하고 있습니다. 작물 피해뿐 아니라, 온실 등 원예시설 피해도 보장합니다.

NH농협손해보험에 따르면 25일 기준 시설작물 1824건(전체 가입건 중 3.6%), 밭작물 5124건(3.6%), 과수 3985건(3.1%), 원예시설 1926건(2.3%), 벼 4229건(0.2%) 등 총 1만5264건(0.7%)의 피해가 신고됐습니다.

이 중 지역별 시설작물 피해는 충남 1108건(60.7%), 경기 362건(19.3%), 전북 168건(9.2%) 순입니다. 작물별로는 멜론 210건, 고추 176건, 토마토 144건 순으로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NH농협손해보험은 피해를 입은 농작물재해보험 가입 농가를 대상으로 손해평가를 진행 중이다. 8월 25일 기준 접수 건 중 56%에 대해 손해평가를 완료했고 나머지 접수 건에 대해서도 이달 말까지 손해평가를 완료할 계획입니다.

손해평가를 마친 피해는 29일부터 추석 전까지 시설작물에 대한 보험금 및 원예시설에 대한 추정 보험금의 50%를 지급할 계획입니다.

원예시설 피해가 농가에는 시설 개보수 이후에 보험금을 지급하지만 농가가 선지급을 신청하면 추정 보험금의 50%를 우선 지급합니다. 논·밭작물, 과수 품목에 대하여는 수확기 수확량 조사를 통해 보험금을 최종 산정해 지급할 예정입니다.

농식품부는 사업시행자인 NH농협손해보험을 통해 추석 전까지 보험금이 차질 없이 지급될 수 있도록 관리한다는 방침입니다. 박수진 농식품부 농업정책국장은 “신속하고 정확하게 피해를 산정하고 보험금 지급을 추석 전까지 완료해 지난 호우로 수확기를 앞둔 농작물 피해가 컸던 농가의 경영안정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조재호 농촌진흥청장(왼쪽부터 세번째)이 2022년 7월 경기 평택 호우로 침수된 논 피해 상황을 보고받고 있다. ⓒ농촌진흥청

농민들은 농사를 두고 ‘하느님과의 동업’이라고 말합니다. 그만큼 날씨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는 뜻입니다. 자연조건의 호불호에 따라 풍년, 흉년이 갈리죠. 생산량에 따라 가격이 널뛰기를 하면 농가 소득이 불안해집니다. 세계무역기구(WTO) 협정, 자유무역협정(FTA)로 농산물 시장이 개방되면서 농민들은 이중고에 처했습니다. 그래서 농업보험에는 재해보험과 수입보험 개념이 만들어졌습니다.

한국에선 1970년대 중반부터 재해보험 도입 필요성이 제기됐습니다. 벼를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추진했지만 본격 시행은 실패했습니다. 1999년 태풍 올가 피해를 계기로 농작물재해보험 도입이 검토됐고 2000년 준비과정을 거쳐 2001년 처음 시행됐습니다. 보험 실시가 상대적으로 쉽다고 판단한 사과와 배 주산지를 중심으로 시범 사업을 실시했고 2002년에는 복숭아 포도 단감 감귤 4개 품목을 추가했습니다.

2002년 태풍 루사, 2003년 매미로 인해 큰 피해가 터지자 농작물재해보험 사업은 대규모 적자를 봤습니다. 국가의 재정 부담이 컸지만 농업인들은 대규모 자연재해가 발생하면 농작물재해보험이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2005년부터는 국가재보험제도도 실시하고 있습니다.

농작물재해보험은 이제 벼, 밭작물, 과수, 특용작물, 시설작물 등으로 확대됐습니다. 정부 예산도 2015년 2159억7800만원에서 2020년 3527억4900만원으로 올랐습니다. 농림업에 종사하는 개인 또는 법인이라면 가입 가능하며 정부와 지자체가 보험료를 65~90%까지 보조합니다. 품목별로 따져보면 벼가 51%로 가입 비중이 가장 많고 시설작물, 사과, 고추 순으로 많습니다.

기후변화로 인해 가입과 보상도 늘고 있습니다. 농식품부가 펴낸 ‘2021 농업재해보험연감’에 따르면 2020년 50일 장마 때 지급된 농작물재해보험 건수는 22만건으로 시행 후 처음으로 20만건을 넘겼습니다. 지급된 보험금도 1조원을 넘었습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20년 발간한 ‘농작물재해보험의 현황과 향후 과제’ 보고서에서 “미국은 1994년 도입한 대재해보험(CAT)에서 자격이 되는 모든 농가가 일정액의 행정수수료만 부담하면 가입을 할 수 있다. 한국도 기초영농보장이 필요하다”고 제안했습니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은 2020년 냉해 피해 특별대책과 농작물 재해보험 전면 개정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뉴시스

그런데 농작물재해보험에 빨간불이 켜진 지 오래라는 지적도 많습니다. 잦은 기상이변으로 가입자와 피해사례가 늘어서입니다. 2016년까지만 해도 영업이익이 흑자였는데 2017년 89%, 2018년 103.2%, 2019년 186.2%, 2020년 150.6%로 손해율이 커졌습니다. 각각 2018년 폭염, 2019년 태풍, 2020년 장마와 폭우 등이 원인이었습니다. NH농협손해보험이 운영하고 있는데 손해율이 커서 다른 보험사들이 참여하지 않고 있습니다.

농작물재해보험의 한계는 계절적 요인에 따라 보험금 지급 규모가 결정돼서 손해율 예측이 어렵다는 겁니다. 태풍이나 호우 피해가 잦은 곳에서는 많이 가입하는데 피해가 적은 곳에선 가입을 하지 않다 보니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됐습니다. 이로 인해 역선택과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고 농작물보험을 효과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지역보험 형태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왔습니다. 2004년에는 국가가 참여하는 재보험 필요성이 제기돼 2005년부터 시행됐습니다.

농작물재해보험에 가입한 농민들의 불만도 있습니다. 강풍과 우박으로 과일이 떨어지면 피해 정도에 따라 50%, 80%로 구분해 보상률을 다르게 차등합니다. 하지만 떨어진 과일은 시장 판매 또는 가공용으로 활용하기 어렵고 대부분 버리는 만큼 피해율 구분을 하면 안 된다는 주장입니다.

여기에 재해가 발생하면 금전 손실이 큰데도 지불한 보험료보다 보험금이 적은 경우가 많아 재해보험의 실효성을 지적하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반면 농협손해보험에선 손해율이 크다고 판단해 산정기준을 완화하면 보험료 상승을 피할 수 없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농업인 대상으로 홍보 교육을 강화하고, 보험 가입 시 주요 사항에 대해 충분하게 설명해 주는 것은 물론 할인·할증 기준에 대한 고지 등이 지금보다 더욱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더농부 에디터 박상익

nong-up@naver.com

더농부

참고=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작물재해보험의 성과와 정책과제’

팍스넷뉴스, 농협손보, ‘농작물보험’ 손실 메우기 총력

뉴시스, 농작물 폭우 피해 1.5만건 손해평가 56% 완료…재해보험금 추석전 지급

원예산업신문, 꾸준한 재해보험 개선의 목소리

한겨레, 5년새 농작물재해보험 지급액 20배↑…“이상기후 탓…지급액 계속 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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