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은 깻잎은 누구 손을 거쳐 왔을까?…이주노동자의 열악한 환경 다룬 《깻잎 투쟁기》

깻잎, 고추, 토마토, 딸기, 계란…. 우리 밥상에 오르는 먹을거리는 누구 손을 거칠까요? 전체 농·어업에서 임금을 받고 일하는 노동자 10명 가운데 4명은 이주노동자입니다. 채소나 과일을 재배하는 농가에서는 그 비중이 훨씬 큽니다. 고령화와 청년층 이탈로 텅 비어버린 농촌 일터는 “외국인 없으면 농사 못 짓는다.”는 말이 당연하리만큼 이주노동자의 땀으로 채워지고 있습니다.

이주노동자 땀으로 범벅진 농촌 일터

인권 운동가가 전하는 이들의 이야기

《깻잎 투쟁기》는 우춘희 저자(39)가 이주노동자의 노동 환경을 다룬 책이다. ⓒ더농부

2022년 5월 발행된 《깻잎 투쟁기》(교양인)는 우춘희 저자(39)가 2020년 여름 깻잎 밭 마을에서 캄보디아 노동자와 같이 머물며 이들의 노동 환경을 다룬 책입니다. 이주 인권 활동가인 저자는 2018년부터 국내 이주노동자의 열악한 처지를 얘기하고, 처우 개선을 위해 힘써오고 있습니다.

《깻잎 투쟁기》는 총 7장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1장과 2장에서는 이주노동자가 겪는 임금 체불, 저임금 문제 등을 다룹니다. 3장에서는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취업을 준비하는 캄보디아 사람의 사연을 통해,이주노동자들이 어떻게 한국 농촌으로 들어오는지 설명합니다. 4장과 5장에서는 이주노동자가 온 후 달라진 풍경과 인력사무소에서 불법 체류자를 쓸 수밖에 없는 현실을 살펴봅니다. 6장과 7장에서는 여성 이주노동자가 겪는 성폭력 문제를 지적하고, 코로나 시대에 두드러진 이주민의 ‘건강권’ 문제를 다룹니다.

고용허가제 통해 국내 취업하는 이주노동자

최대 9년 8개월 일해도 영주권은 얻지 못해

이주노동자가 백신 접종을 받고 있다. 이들은 고용허가제를 통해 한국으로 들어와 최대 9년 8개월까지 일할 수 있다. ⓒ뉴시스

이주노동자들의 노동 환경을 이해하려면 먼저 이들이 어떻게 한국으로 들어오는지를 알아야 합니다. 이주노동자들은 고용허가제를 통해 한국으로 들어와 일하게 됩니다. 2004년 고용허가제가 시행되기 전에는 ‘산업연수생제도’가 있었습니다. 1993년에 생긴 이 제도의 목적은 기업 인력난은 완화하고, 연수생에게는 기술 습득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었습니다.

이후 연수생에 대한 열악한 처우, 브로커에게 내는 막대한 비용 등이 문제로 지적되면서, 2003년 ‘외국인고용법’과 2004년 ‘고용허가제’가 시행됐습니다. 고용허가제를 통해 들어온 이주노동자는 정부 기관의 취업 알선을 받아 최대 3년까지 한국에 머무를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농촌 사업장에 인력이 부족해지자, 정부는 5년 이상 국내에 머물면 생기는 영주권 취득 자격을 주지 않는 선에서 제도를 바꿨습니다. 2009년에는 이주노동자가 3년간 체류하고 재고용되면 본국에 가지 않고도 1년 10개월을 머물러 총 4년 10개월을 일할 수 있게 법을 개정했습니다. 2011년과 2012년에는 ‘특별한국어시험 재취업 제도’와 ‘성실근로자 제도’를 만들어 이주노동자가 최대 9년 8개월까지 기간을 연장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고용허가제 비전문취업 비자로 온 이주노동자는 영주권 신청 대상에서 제외됐습니다.

매년 늘어나는 이주 노동자 임금 체불

2020년 한해 신고액 1287억원 달해

한국과 스리랑카 정부가 2017년 고용허가제 인력 송출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모습. 한국은 2021년까지 16개국과 관련 MOU를 맺었다. ⓒ뉴시스

2021년까지 한국 정부가 인력 송출에 관한 정부 간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국가는 16개국입니다. 필리핀, 몽골, 스리랑카, 베트남 등 1년에 약 5만5천명의 20~30대 이주노동자가 한국에 입국합니다.

이처럼 이주노동자를 통한 ‘인력 보충’은 이뤄지고 있지만, ‘인권 개선’은 갈 길이 멉니다. 한 달에 두 번 쉬며 3년 7개월간 일했지만 6천만원이 넘는 돈을 받지 못한 스물두 살의 캄보디아 여성 쓰레이응(가명) 씨, 2020년 여름 집중호우로 머무르던 비닐하우스가 물에 잠겼지만 아무 보상도 받지 못한 20대 캄보디아 남성 다뷧(가명) 씨 등. 농촌 현장에는 최소한의 인간적인 대우조차 받지 못하는 많은 이주노동자들이 있습니다.

“현실에서 이주노동자들은 예사로 하루 10시간씩 일했다. 그런데도 그들은 보통 근로계약서에 적힌 휴게 시간을 제외한 노동 시간(8시간)에 실제 일한 일수와 최저 시급을 적용한 금액만 달마다 받았다. 이는 이주노동자들이 최저 임금을 받지 못한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이주노동자에겐 사업장 변경 권한 없어

“헌법이 보장하는 직업 선택의 자유 침해”

이주노동자들이 지난 8월 21일 서울 용산구 서울역 광장에서 집회를 열고 사업장 이동의 자유 쟁취, 노동허가제 실시 등을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저자는 무엇보다 고용허가제에 명시된 사업장 변경 권한이 사업주에게 유리하게 돼 있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사업자 변경 제한은 우리 헌법에 보장하는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할 뿐만 아니라 노동자 본인의 의사에 반하는 강제 노동을 초래할 위험이 있다는 지적을 오랫동안 받아왔다. 사실상 이주노동자는 사업주가 동의해주지 않으면 일자리를 옮기고 싶어도 갈 수가 없는 셈이다.”

누군가는 이주노동자가 없어도 되지 않냐 반문할 수 있습니다.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이주노동자를 제외한 농어업 취업자 수는 매년 줄어들고 있습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실시한 2021년 농업·농촌에 대한 국민의식 조사를 보면 농업인 71.5%가 코로나19 이후 영농인력을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었습니다.

농가 인구 감소와 고령화도 빠르게 진행 중입니다. 농림어업조사에 따르면 2021년 농가 인구는 221만5000명으로 5년 전인 2017년보다 20만명 넘게 줄었습니다. 연령별로 보면 70세 이상이 72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32.5%를 차지했습니다.

코로나19 이후로는 이주노동자들이 오지 못해 인력난이 더욱 심해졌습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수확 시기에 오는 계절 근로자가 2020년에 4917명 배정됐지만, 한 명도 입국하지 않았습니다. 정부는 임시방편으로 취업 활동이 끝나는 이주노동자의 체류 기간을 일괄적으로 50일 연장했고, 2021년에는 비자를 1년 늘렸습니다. 이처럼 지방 소멸이 나타나는 가운데 농촌 현장에서 이주노동자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됐습니다.

강도 높은 일에도 임금은 최저 시급 못미쳐

인력 요구는 물론 더불어 사는 방법 배워야

우춘희 《깻잎 투쟁기》 저자는 이주노동자의 ‘인력’만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말한다. ⓒ뉴시스

강도 높은 일에도 최저 시급에 못 미치는 임금을 받자, ‘합법 체류’ 노동자보다 ‘불법 체류’ 노동자가 더 좋은 대우를 받는 역설적 상황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공급이 부족한 노동 시장에서 정부가 인증하는 이주노동자는 엄격한 고용허가제에 발이 묶였지만, 불법 체류 노동자는 사업주와 자유롭게 협상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몇몇 사업주들은 인력난에 어쩔 수 없이 불법 체류 노동자를 채용하기도 했습니다.

“정책이 어떻든 인력이 필요한 당장의 현실에서 ‘불법’과 ‘합법’의 경계는 무의미했다. 그 현실은 인력사무소에서도 볼 수 있었다. 인터뷰 도중에 수시로 전화가 울렸다. 수화기 너머로는 인력사무소 사장의 ‘알겠다’는 말에 연신 고맙다는 농업주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저자는 이주노동자의 ‘인력’만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말합니다. “어떤 잣대로 누군가를 ‘배제’한다면 우리도 그 ‘배제’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한국에서도 이주민, 특히 미등록 노동자와 함께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서 더 늦지 않게 이야기를 해야 한다.”

이주노동자가 우리 농산업에서 얼마만큼 중요한지, 그런데도 이들 처우가 왜 나아지지 않는지 알고 싶다면 《깻잎 투쟁기》를 읽어보는 걸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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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RM 인턴 김민우

제작 총괄 : FARM 에디터 박상익

nong-up@naver.com

더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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