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명절에 올린 차례상에 근본이 없었다?”…되짚어 보는 차례상의 역사

예년보다 이른 추석을 앞둔 2022년 9월 5일, 상이 뒤집힐 만한 발표가 나왔습니다. 상도 그냥 상이 아닙니다. 명절날 조상을 기리는 차례상이 뒤집어질 발표입니다.

성균관 의례정립위원회는 2022년 9월 5일 차례상 간소화 및 표준화 방안을 발표했다. 송편, 과일, 김치 등 상차림이 9가지가 넘지 않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 ⓒ뉴시스

성균관 의례정립위원회는 5일 ‘차례상 간소화 및 표준화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송편, 고기구이(炙), 김치, 과일, 나물, 술잔 등 상차림이 9가지가 넘지 않도록 하는 게 핵심입니다.

여성들의 ‘고된 명절 노동’의 대명사가 된 ‘전 부치기’도 필요 없다고 합니다. 성균관은 전을 올린 차례상이 예법에 어긋난다는 기록도 있다고 지적합니다. 성균관 측은 “사계 김장생 선생 ‘사계전서’ 제41권 의례문해에 따르면 밀과나 유병 등 기름진 음식을 써서 제사를 지내는 것은 예가 아니다”고 전했습니다.

이번 성균관 발표는 가정의례 관련 경제적 부담은 물론 남녀 갈등과 세대 갈등을 해결하기 위함인데요. 최영갑 성균관 의례정립위원회 위원장(성균관유도회총본부 회장)은 “후손의 정성이 담긴 의식인 차례로 고통받거나 가족 사이 불화가 초래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이에 성균관은 의례정립위원회를 구성해 9차례 회의를 거쳐 차례표준안을 발표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갈등 초래한 ‘차례상 차리는 법’

어동육서? “논리적 근거 없다”

주자는 사마광이 쓴 책을 참고해 ‘주자가례’를 썼고 ‘주자가례’에 있는 그림은 주자의 것이 아니라고 한다. ⓒ뉴시스

어동육서(魚東肉西), 좌포우혜(左脯右醯), 조율이시(棗栗梨枾), 홍동백서(紅東白西)…. 각각 ‘물고기는 동쪽, 고기는 서쪽’, ‘포는 왼쪽, 식혜는 오른쪽’, ‘과일은 대추, 밤, 배, 감 순으로’, ‘붉은 과일은 동쪽, 흰 과일은 서쪽’이라는 뜻으로 명절마다 흔히 듣던 차례상 차리는 법입니다. 유교 의례와 맞지 않는다는 이 방법은 어떻게 만들어진 걸까요?

제례를 다룬 논문을 찾아봐도 차례상 차리는 법이 어디서 나왔는지는 쉽게 찾을 수 없었습니다. 차례 지내는 법을 다룬 책은 중국 ‘주자가례’나 율곡 이이 ‘격몽요결’을 출처로 거론하곤 하는데요. 두 서적에 실린 차례상 그림을 바탕으로 차례상 차리는 법을 소개한다는 겁니다.

이승연 경북대학교 퇴계연구원 객원연구원은 “논리적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주자가례’에 그림이 있는 건 맞지만 그 그림이 주자의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주자 자신도 사마광이 쓴 책을 참고해 ‘주자가례’를 썼고 음식을 왜 그렇게 놔야 하는지 설명하는 내용은 없었습니다.

율곡 이이 ‘격몽요결’ 부록에 실린 제사상 진설도. 과일 종류 등에 세세한 언급이 없음을 알 수 있다. ⓒ한국역사정보통합시스템

‘격몽요결’도 살펴볼까요? ‘격몽요결’ 7장은 “제사는 마땅히 ‘주자가례’를 따라야 할 것이다”(祭祀는 當衣家禮니라)라고 시작하지만 어동육서 류의 구절은 등장하지 않습니다.

7장 말미엔 “제사 예법을 적어 뒤에 덧붙이고 그림까지 그려 놓았으니 반드시 잘 살펴서 그대로 제사를 지내야 한다”라는 문장이 나오는데요.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역사정보통합시스템에서 제공하는 선조 10년(1577년) 판본을 보면 과일 종류는 제시하지 않은 채 가장 앞 열에 ‘果’만 놓게 돼 있으며 고기(肉 또는 炙)나 어류(魚)는 섞여 있습니다. 좌우 구분은 가능할지 몰라도 동서를 표시하진 않았습니다.

지역 제철 음식 위주였던 차례상

1960년대 도시화 후 표준 생겨

1950~196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집집마다 차례상이 조금씩 달랐다. 같은 종손이 한 마을에 살았으니 각 지역에서 나는 제철 음식과 조상이 좋아했던 음식 등을 바쳤다. ⓒ게티이미지뱅크

우리가 아는 ‘차례상 올바르게 차리는 법’은 1960년대 이후 확립됐습니다. 1950~196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집집마다 차례상이 조금씩 달랐는데요. 같은 종손이 한 마을에 살았으니 각 지역에서 나는 제철 음식과 조상이 좋아했던 음식 등을 바쳤다고 합니다.

어동육서 같은 규칙도 마찬가지입니다. 송시열 ‘송자대전’을 보면 제자가 “어동육서의 이유가 뭐냐”고 질문하자 송시열이 “중국을 기준으로 하면 동쪽이 바다이고 서쪽이 육지이기 때문”이라고 답하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주영하 한국학중앙연구원 민속학대학원 교수에 따르면 이후 송 씨 가문이나 문파에서 어동육서를 강조했을 뿐 집집마다 내려오는 전통은 달랐다고 합니다.

도시화가 급격히 진행하면서 차례상 차리는 법이 하나로 모아지기 시작했습니다. 독립한 1930~1940년대생 말손이 어떻게 제사를 지내는지 모르자 언론은 앞다퉈 차례상 차리는 법을 보도했다고 합니다. 이 과정에서 몇몇 가문에 내려오는 차례상이 표준처럼 퍼져 전국화됐다는 겁니다.

도시화가 급격히 진행하면서 독립한 1930~1940년대생 말손이 어떻게 제사를 지내는지 모르자 언론은 앞다퉈 차례상 차리는 법을 보도했다. ⓒ뉴시스

1960년 2월 5일 조선일보 4면엔 <제사 지내는 법>, <범절과 정성으로> 등 제사상 관련 기사가 나란히 있습니다. <제사 지내는 법> 기사에선 그림으로 과일, 포, 탕, 전 등 음식 위치를 설명했습니다. <범절과 정성으로> 기사는 “포는 왼편, 식혜는 오른 편에 놓고 과일의 붉은 것은 동쪽, 흰 것은 서쪽에 놓는다”고 설명합니다. 또 “어류는 동쪽, 육류는 서쪽 그리고 생선의 머리는 서쪽으로 향하게 하고 교리는 동쪽으로 둔다”며 차례상 차리는 법을 안내합니다.

조선일보는 1961년 2월 16일에도 비슷한 기사를 냈습니다. 1면 <만물상> 기사에서 “제상의 진설법(상을 차리는 방법)은 까다롭고 또 이른바 ‘가가례’라, 집집마다 예법이 다를 수 있지만 대체로 기본 법칙은 ‘홍동백서’요 ‘조동율서’다”며 올바른 차례상이 무엇인지 알려줍니다.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에 ‘어동육서’를 검색하면 1978년 12월 28일 동아일보 <새해 차례상 차리기> 기사가 가장 오래됐다고 나옵니다. 이 기사는 “핵가족이 늘어남에 따라 차례의 격식을 제대로 아는 주부들은 이제 많지 않다”며 “옛 법도와 당국이 정한 가정의례준칙을 중심으로 무리 없는 차례 절차를 소개한다”고 말합니다. 이어 옛 진설법을 소개하는데요. 어동육서, 동미서두, 홍등백서 등이 등장합니다.

주자가례·격몽요결이 주는 깨달음

차례상에 중요한 건 형식 아닌 마음

‘주자가례’와 ‘격몽요결’은 차례상을 차릴 때 물건이나 제물 등 형식이 아니라 마음가짐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뉴시스

이번 추석 차례상은 어떻게 마련하면 좋을까요? ‘주자가례’와 ‘격몽요결’에서 깨달음을 얻어 봅시다.

‘주자가례’는 형식이 아니라 마음가짐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마음을 다하는 게 먼저고 물건이나 제물을 바치는 건 두 번째란 의미입니다. 형편이 안 되면 맹물 한 바가지 떠놓고 제사를 지내도 진정 추모하는 마음을 다했다면 전혀 미안한 마음을 가질 필요가 없습니다.

‘격몽요결’도 같은 이야기를 강조합니다. 이이는 이렇게 썼습니다. “제사를 지내는 것은 사랑하고 공경하면 그뿐인 것이다. 가난하면 집안 형편에 어울리게 하면 되고 병이 났다면 몸 형편을 헤아려 제사를 지내면 된다.”


더농부 인턴 전영주

제작총괄: 더농부 에디터 박상익

nong-up@naver.com

더농부

참고=

한국경제신문, <‘차례상 간소화’ 반성문 쓴 성균관…잘못된 제사 문화 바뀔까>

경향신문, <‘차례상 차리는 법’ 언제 어떻게 유래됐나>


▽클릭 한 번으로 식탁 위에서 농부들의 정성을 만나보세요!▽

▽더농부 구독하고 전국 먹거리 정보를 확인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