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충은 미래 식량!…“이젠 스마트팜서 길러야죠.” <이봉학 반달소프트 대표>

반달소프트는 곤충 농장 운영 및 곤충 사육용 스마트팜 개발·판매 업체다. 이 회사 이봉학 대표는 대학 전공이 곤충과는 매우 거리가 멀다. 건국대 컴퓨터공학과 출신이다. 대학시절 창업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몇 차례 창업에 도전했다. 창업 동아리에서 증강현실 게임을 만들고 졸업 즈음에는 Iot(사물인터넷) 기술을 이용해 화재 방재 시스템을 개발하는 회사를 차렸다.

결과는 좋지 않았다. 시장에서 탄탄한 입지를 다진 선두 기업이 난공불락의 요새처럼 굳건히 자리를 지켰기 때문이다. 사회 초년생 창업자가 경험과 자본력을 갖춘 베테랑을 이기기란 쉽지 않았다. 다른 사업모델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대학시절 창업경진대회에 참가한 이봉학 대표(오른쪽 두번째). ⓒ반달소프트

컴퓨터 공학도가 찾은 블루오션은?

식량 문제 해결 열쇠 ‘곤충 스마트팜’

문득 대학 시절 다녀온 봉사활동이 생각났다. 평소에도 사회적인 문제에 관심이 많았던 그였다. ‘월드프렌즈’라는 국제구호개발 NGO(비정부 기구)를 통해 두 달간 아프리카로 봉사활동을 다녀온 그는 기아 문제에 시달리는 당시 상황을 똑똑히 기억했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내내 마음속에 담아뒀던 그는 결심했다. 식량문제를 해결할 사업모델을 만들어보자는 것이었다.

마침 이 대표의 아버지는 수처리 시설을 개발하는 제조업을 마무리하고 귀뚜라미를 키우는 후배의 농장에서 기술을 배우고 있었다. 은퇴 후 곤충 사육을 해볼까 하는 마음에서였다. 아버지를 떠올리는 바로 그 순간 아이디어 번쩍 떠올랐다. 사육 기간이 짧고 유통이 쉬운 곤충으로 식량을 만들면 되지 않겠느냐는 거였다. 곤충은 기르는 동안 소, 돼지와 같은 가축보다 탄소 발생량이 적어 환경에도 도움이 될 터였다. 1년간 키워온 화재 방재 회사를 곤충 스마트팜 회사로 바꿨다.

곤충은 소중한 미래 식량자원

스마트팜에서 자라는 ‘귀한 몸’

반달소프트는 곤충 농장을 운영하면서 곤충 사육에 필요한 스마트팜 시설과 장비를 개발해 판매한다. 대전과 논산에 위치한 자회사 ‘트윈스타팜’이 귀뚜라미 재배를 맡고 있다.

대전에 위치한 반달소프트의 자회사 ‘트윈스타팜’의 모습 ⓒ반달소프트

토마토나 파프리카를 기르는 스마트팜은 그나마 우리에게 친숙한 편이다. 언론에 자주 보이기도 하고 주말이면 가족들과 수확체험을 위해 딸기 스마트팜을 찾는 이들도 늘고 있다. 곤충 스마트팜은 다르다. 그 모습이 잘 상상이 되지 않는다. 곤충 스마트팜이란 무엇일까?

“곤충 사육에 환경제어, 예찰 등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스마트팜 기술을 적용했다고 보면 됩니다. 곤충을 기를 때는 온도와 습도 관리가 중요합니다. 기존 농가들은 곤충 사육장에 직접 물을 뿌려 습도를 관리하는 경우가 많죠. 스마트팜에서는 온도와 습도를 기기가 알아서 측정해 필요한 만큼 물을 안개 분사하는 방식으로 습도를 조절합니다.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난방기나 환풍기를 켜고 끄는 온도 관리를 원격으로 제어할 수 있죠. 축적된 데이터를 활용해 더 나은 사육환경을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할 수도 있죠.

이봉학 대표가 곤충 스마트팜 제어장치를 점검하고 있다. ⓒ반달소프트

누구나 어디서든 농장 세울 수 있게

곤충 산업 진입 장벽 확 낮추고 싶어

누구나 쉽게 곤충 농장을 차릴 수 있는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라는 이봉학 대표는 다양한 종의 곤충 사육에 특화된 수직형 사육대, 컨테이너형 스마트팜, 사육실 내부 센서를 조절하는 장치, 원격 제어 앱 등을 개발하고 제품으로 만들고 있다.

반달소프트에서 제공하는 농장 원격 관리 서비스 ⓒ반달소프트

반달소프트의 제품에는 이봉학 대표가 직접 곤충을 기르며 겪은 시행착오가 담겨있다. 초기에 사육법을 제대로 몰라 기르던 귀뚜라미의 대부분을 폐사시킨 경험은 간단히 재배환경을 단시간에 파악해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장치 개발로 이어졌다. 사육 기간을 단계별로 나타내는 램프도 언뜻 보면 간단해 보이는 아이디어지만 반달소프트만의 노하우가 담긴 장치다.

“여러 개의 칸으로 나뉜 사육공간 앞에는 색이 변하는 LED가 있습니다. 흰색, 파란색, 녹색, 빨간색의 순서로 변하는데 미리 설정해둔 기간에 따라 빛의 색이 바뀌죠. 귀뚜라미의 경우 50일 정도 되면 성충이 되고 알을 받아낸 다음 60일 정도 되면 채집을 하게 되는데 그 시기가 늦어지게 되면 폐사율이 높아지게 됩니다. 농장 규모가 커지면 어떤 사육칸의 귀뚜라미를 채집해야 하는지 헷갈릴 때가 있어요. 따로 적어둔 메모를 확인하는 건 번거롭고요. 한눈에 바로 알아채 채집 시기를 놓치지 않도록 하는 간단하지만 유용한 장치입니다. 빨간색 불이 나타나면 채집을 서둘러야 하는 단계이죠.”

사육 기간에 따라 순차적으로 색을 바꿔 표시하는 LED 장치 ⓒ반달소프트

컴퓨터 공학과 출신인 이 대표답게 귀뚜라미의 개체 수를 측정하는 AI(인공지능) 시스템도 개발했다. 한 마리가 한 번 알을 낳으면 200마리에서 많게는 500마리까지 낳는 귀뚜라미의 개체 수를 파악하는 게 어떤 도움이 될까?

“물론 모든 귀뚜라미의 개체를 인식하고 추적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럴 필요는 없죠. 다만 일정한 사육공간을 왔다 갔다 하는 개체 마릿수를 파악하고 데이터를 얻으면 사육장에 문제가 생겨 폐사율이 늘어나고 있을 때 즉각적인 파악이 가능합니다. 눈으로 모든 사육장을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것은 어렵죠. 귀뚜라미가 평소 움직임과 다른 움직임을 보인다면 그때 확인하면 됩니다.”

이봉학 대표와 직원들이 개발한 귀뚜라미 개체 수 측정 시스템 ⓒ반달소프트

이 대표는 귀뚜라미 채집 시간을 3분의 1로 줄이는 채집기도 소개했다. 채집기 없이는 3시간이 걸리는 작업을 숙련된 직원의 경우 40분, 보통 사람들은 1시간이면 끝낼 수 있다. 번식력이 뛰어난 곤충을 사육하는데엔 많은 인력이 필요없다. 사육시설도 다른 가축에 비해 작은 공간이면 충분히 갖출 수 있다. 곤충 산업의 특징에 효율성을 배로 높일 수 있는 장치까지 더한다면 일할 인력이 부족한 농촌에서 꽤나 괜찮은 사업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봉학 대표가 귀뚜라미 채집기를 작동하고 있다. ⓒ반달소프트

아직 시기 상조인 것은 맞지만

분명 미래 먹거리로 인정받을 것

우리가 소고기나 돼기고기를 사 먹듯 곤충을 마트 장바구니에 쉽게 담을 수 있을까? 곤충을 식량으로 받아들이기에 아직은 이른 분위기일 것이다. 하지만 기후 위기로 탄소 배출량이 많은 소 등의 가축 사육을 줄여야 할 때가 오면 곤충은 훌륭한 대체 단백질원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이봉학 대표의 설명이다.

“곤충산업이 점차 성장해 다들 알게 모르게 곤충을 먹고 있는 시대가 멀지 않은 미래에 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미국, 캐나다 등에서도 반달소트프의 기술과 제품에 관심을 갖고 연락하고 있어요. 동남아시아 국가에서도 많은 문의가 옵니다. 아직 당장은 우리나라에서 식용 곤충사업을 펼치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래서 반려동물 사료로 판매하는 사업 모델이 많은 거고요. 하지만 상대적으로 곤충 섭취에 큰 거부감이 없는 동남아시아의 몇몇 국가들을 중심으로 식용 곤충 사업을 시작한다면 충분히 기회가 있을 것입니다. 반달소프트도 베트남에 직접 농장을 구축할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봉학 대표가 말레이시아 스마트팜 업체 관계자에게 앱 사용법을 설명하고 있다. ⓒ반달소프트


더농부 에디터 장지영

nong-up@naver.com

더농부


▽클릭 한 번으로 식탁 위에서 농부들의 정성을 만나보세요!▽

▽더농부 구독하고 전국 먹거리 정보를 확인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