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되는 가뭄에…국제 식자재 파동보다 더 큰 애그플레이션 오나?

전국이 가뭄으로 신음하고 있습니다. 평년치의 절반도 되지 않는 강수량으로 강물과 저수지가 바닥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정부는 각종 대책에 분주하지만 밭작물을 시작으로 과일 등 농산물 가격 불안이 심화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충남 세종시 소정면의 한 하천이 가뭄으로 바닥을 드러냈다. ⓒ뉴시스

2022년 5월 5일부터 6월 4일까지 전국 평균 누적 강수량은 5.4㎜였습니다. 이는 평년치 103.1㎜의 5.6%에 불과합니다. 올해로 기간을 넓혀 봐도 평년의 48.2% 정도입니다. 최근 6개월 강수량이 평년 65% 미만이면 약한 가뭄, 50% 미만이면 심한 가뭄이라고 하니 지금이 심한 가뭄인 것은 분명합니다.

현재 가뭄 원인으로는 동태평양의 라니냐가 원인으로 꼽힙니다. 동태평양 수온이 떨어지면 반대로 서태평양은 수온이 올라갑니다. 따뜻한 수온으로 데워진 공기가 한반도 인근 고기압을 강화합니다. 그래서 맑은 날씨가 계속되는 것이죠. 기상청은 6월 중순은 지나야 비가 오면서 가뭄이 해갈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오른쪽)이 3일 아산양수장에서 가뭄 대책을 보고받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가뭄 대책 마련에 긴박하게 움직이는 정부

지속된 가뭄에 관계 부처도 서둘러 대책 마련에 나섰습니다.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2022년 6월 3일 충남 아산 아산호-삽교호-대호호 수계연결 용수공급 현장을 방문해 “가용 장비와 인력, 예산을 투입해 농작물 피해가 없도록 대응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용수공급은 아산호-삽교호-대호호 농촌용수 이용체계 재편사업에 따라 이뤄지고 있습니다. 이 사업은 지역간에 물 수급 불균형이 나타날 때 대비하기 위한 것으로 2020년 마무리됐습니다. 이에 따라 양수장 3곳, 송수관로 11.8㎞를 이용해 수량이 풍부한 아산호의 물을 상습 물부족을 겪는 삽교호, 대호호에 공급하게 됩니다.

계속되는 가뭄으로 충남 북부지역인 당진·서산 일대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삽교호와 대호호의 저수율이 5월 30일 기준 각각 38%까지 떨어져 용수 부족이 우려되자 한국농어촌 공사는 용수공급을 본격화해 하루 최대 42만㎥의 물을 아산호에서 대호호로 보내고 있습니다.

행정안전부는 6월 3일 중앙·지방 가뭄대책회의를 열었습니다. 이 회의에는 농림축산식품부·환경부·기상청 등 관계기관과 17개 시·도 및 4개 시·군이 참여했습니다. 4개 시·군은 최근 가뭄 상황이 심각한 충남 태안군, 전남 완도군, 경북 포항시, 경남 합천군입니다.

정부는 앞으로 비가 계속 오지 않을 경우 노지 밭작물의 생육 저하로 생산량이 감소돼 그 피해가 더욱 커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행안부와 각 지방자치단체는 ‘가뭄대책 상황실’을 운영하고 예비비를 투입해 관정 개발과 용·배수로 정비, 하천 굴착 등을 추진합니다. 고령화된 농촌 현실을 감안해 양수 작업과 공공관정 전기요금 지원 등 필요 시 특별교부세도 지원합니다.

환경부는 댐 수문 상황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도서·산간 지역의 식수난 해결을 위한 식수원 개발사업을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농식품부는 지난 4~5월 두 차례에 걸쳐 각 지자체에 가뭄대책비 75억원을 지원한 데 이어 22억원을 추가 지원합니다.

정부는 관계부처 합동 TF를 구성해 부처 및 시·도별 가뭄대책을 매주 점검할 계획입니다. 근본적인 가뭄 해소를 위해 저수지를 준설하고 용수 개발이 필요하거나 식수가 부족한 곳에 상수도도 보급합니다.

경작면적 감소에 가뭄까지 겹쳤다!

농산물 값 올라 애그플레이션 오나?

경작 면적 감소에 가뭄까지 겹치면서 농산물 가격 상승은 불가피해졌습니다. 농산물 가격이 물가 전반에 영향을 끼치는 애그플레이션도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4년 만의 최고치인 5.4%를 기록했습니다. 지금 농산물 가격 오름세가 물가 지표에 차례로 반영되면 올 하반기 물가 상승률은 더 치솟을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옵니다.

양파 도매가는 지난해와 평년보다 높은 시세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농산물유통정보

밭작물 가격 상승은 이미 시작됐습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 유통정보(KAMIS)를 보면 6월 2일 기준 양파 15kg 도매가는 1만7840원이었습니다. 지난해 같은 때 9075원보다 거의 두 배가 된 셈입니다. 당장 한 달 전 가격 1만2946원과 비교해도 40% 가까이 올랐습니다.

농업관측센터는 감자도 노지 봄감자 생산량이 34만1000~35만4000t으로 줄면서 6월 감자 출하량이 지난해보다 6.5% 가량 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감자도 가뭄과 건조한 날씨 때문에 작황이 좋지 않습니다. 농업관측센터는 노지 봄감자 생산량이 34만1000∼35만4000t으로 지난해보다 6.7∼10.2% 감소함에 따라 6월 감자 출하량도 작년보다 6.5%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과수 농장에서도 봄철 서리와 초여름 가뭄으로 인한 생육 부진으로 가격이 예년보다 오를 것이라 내다보고 있습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5일 서울 도봉구 농협 하나로마트를 방문해 생활물가 동향을 점검하고 있다. ⓒ뉴시스

정부도 애그플레이션을 경계하고 있습니다. 김인중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은 5월 31일 ‘2022년 제1차 농식품 수급상황 점검회의’에서 “농산물 물가는 비교적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으나 앞으로 재배면적 감소, 기상 여건 변화 등에 따라 변동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장에선 이미 가격 변동이 감지되고 있다는 게 문제입니다.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유통 대기업도 물량 확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대형 유통사들은 미리 정해진 가격으로 계약을 체결했지만 물량 확보에 차질을 빚진 않을지 걱정하고 있습니다. 한 대형마트 채소 담당 바이어는 “예상보다 물량을 확보하지 못하면 매출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말했습니다.

국제 식자재 파동보다 더 큰 파도 올까?

농가, “물가 잡기에만 치중” 볼멘소리

농산물 가격 상승은 소비자물가 전반에 영향을 줄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전문가들은 식용유, 밀, 돼지고기 등 일부 품목이 들썩였던 국제 식자재 파동 때보다 더 큰 파도를 몰고 올 수 있다 보고 있습니다. 채소류의 국내 자급률(2019년 기준)은 87.7%, 감자·고구마 등 서류작물은 105%, 쌀은 92.1%, 과실류는 75.5%입니다.

정부는 5월 30일 배추, 무, 마늘 등 특정 작물 3만4000t을 비축한다고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애그플레이션은 특정 작물의 수급 문제가 아닌, 농가 전체의 비용 상승에 의한 수급 문제라 일부 품목 가격 방어는 무의미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오히려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 공급에 문제가 더 생길 수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임정빈 서울대 농업·자원경제학과 교수는 “비축 물량으로 가격 상승을 막아버리면 농가의 생산비 상승이 가격에 반영되지 않는 결과가 나온다”며 “농가는 지금 당장 농작물 재배 면적을 더 줄이게 되고 향후 더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임 교수 설명처럼 농민들 사이에선 “농업 주무부처인 농식품부가 농가 사정을 돌보기보다 물가 잡기에 주력하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심지어 “아예 농사를 짓지 않는 게 손해를 보지 않는 방법”이란 말도 나오고 있죠.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한 정부의 묘책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FARM 에디터 박상익

nong-up@naver.com

더농부

참고=

한국일보, 현충일 단비도 역부족…최악 봄 가뭄 7월 중순에야 해갈

한국경제, “농산물 대란, 이제 시작일 뿐”…올 여름 최악 물가상승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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