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학교는 시골에 있는 한 특수학교로 우리 반은 7명, 모두 장애가 있습니다. 문장 수준으로, 단어 수준으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기도 하고 웃음 또는 울음으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기도 합니다.
코로나로 인하여 외부 활동이 제한되고 교실에서 마스크를 온종일 끼고 지내는 일상이 학생들에게는 반갑지 않았습니다. 활동량이 평소에 많았던 학생들은 살도 많이 찌고 누워 있는 것이 습관 되어버린 학생들도 있었습니다. 또한 학교 급식실이 공사를 시작해 도시락을 먹게 되었는데 편식이 심하여 채소가 있다면 일단 빼고 먹는 학생도 있었습니다. 강압적으로 먹으라고 지시하는 것이 아닌 채소와 친해지면서 호기심을 갖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그러다가 생각해 낸 우리 반 동아리 활동은 ‘자연체험부’입니다.
학교 뒤 쓰지 않는 땅에 풀을 뽑고 돌을 골라내며 처음부터 시작하는 일은 쉽지 않았습니다. 주변에서는 “선생님 혼자 다 하겠네. 얘네가 뭘 할 줄 아는 게 있다고. 괜찮겠어?”라는 걱정뿐이었습니다. 수확까지 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수확하는 채소가 없다고 하더라도 친구들과 함께 나와서 흙 위에 앉아 돌을 골라내고 채소를 기르며 하나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모두가 함께하는 모든 일들은 매 순간 배움 그 자체가 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동아리를 맡은 지도교사지만 농사란 하나도 모르는 저는 그때부터 유튜브를 보며 공부를 하기 시작했고 상추, 토마토, 가지, 고추, 파를 학생들과 함께 기르게 되었습니다.
물론 우리 반 학생들도 처음 하는 활동이라 밭에 나가면 돌아다니는 지렁이들로 혼비백산되어 각기 다른 방향으로 흩어져 도망가는 탓에 “OO야, 이리 와서 봐봐, 여기가 좋은 흙이라는 뜻이야” “이것 좀 봐봐!” “OO야, 이리 와~, 돌 골라보자” “OO야, 거기 가면 안 돼” “OO야, 아직 물 주면 안 돼, 수도꼭지 잠그세요” 애들한테 말만 하다가 들어오는 날도 많이 있었습니다.
무섭지만 용기 내어 고사리 같은 작고 통통한 손으로 모종을 심고 흙을 덮어주며 얼른 자라나기를 바랐습니다. 등교 시간, 점심시간에도 잠깐씩 들러 어느 정도 크고 있는지 벌레는 없는지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주었더니 꽃도 피고 열매도 맺으며 점점 성장하는 모습이 학생들에게도 저에게도 감동으로 성큼 다가왔습니다.
너무 더운 여름날에는 밭에 나가서 2교시 동안 작업하는 것이 힘들어 아이스크림을 사와 1교시에는 텃밭에 자란 풀을 뜯고 물을 주고 2교시에는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수돗가에서 물놀이도 하며 많은 추억을 쌓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아침에 등교할 때 “오늘 아이스크림 먹어?”가 등교 인사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이 시간을 기다린다는 의미로 다가와 재미있기도 하고 행복하기도 했습니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9월. 텃밭에 있는 파, 고추, 가지, 토마토를 학생들이 바구니를 들고 와 직접 수확하였고 직접 포장하여 집으로 가져갔습니다. 직접 기른 수확물을 친구들과 부모님께 자랑도 하고 신기해하며 수확의 기쁨을 맛보았습니다.
다음날, 채소로 다양한 음식을 만들어 먹었다고 학부모님들께 연락이 왔고 새로운 시도가 의도했던 방향으로 마치게 된 것 같아 기뻤습니다. 내가 기른 채소라 먹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어 주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고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들어갔지만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결과물이 나올까?” “얘네들이 뭘 할 수 있다고”라는 말은 과연 맞는 생각이었을지. 다시 한번 어른들을 되돌아보게 합니다. 결과물이 있는 학생들만 텃밭 가꾸기를 할 수 있는 건 아니니까요.
함께하는 그 순간 가치가 있고 같은 목표를 가지고 모두가 꾸준히 행동하는 자체가 이미 성장하고 있는 거 아닐까요? 채소라면 일단 배제하고 보는 학생들이 한번 먹어볼까?라는 생각의 변화를 주었고 한 번이라도 먹으려고 시도하였다면 그건 성공적이라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무모해 보이고 배우는 게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매 순간 우리 학생들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것을 보고 배우며 성장하고 있음을 깨닫고 오늘도 학생들을 통해 저도 또한 배우며 성장합니다.
※ 위 작품은 아그로플러스와 농촌진흥청이 공동주최한 ‘제6회 추억의 우리 농산물 이야기 공모전’ 수상작입니다.
글 = 유미현 씨(추억의 우리 농산물 이야기 공모전 최우수상)
정리 = 더농부
nong-up@naver.com
▽클릭 한 번으로 식탁 위에서 농부들의 정성을 만나보세요!▽
▽더농부 구독하고 전국 먹거리 정보를 확인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