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놈 해독으로 알아본 작물의 역사…《식물은 어떻게 작물이 되었나》

오늘날 인류가 섭취하는 칼로리의 절반 이상은 작물에서 얻습니다. 인류는 수천 년에 걸쳐 많은 작물을 선택해 이들이 바라는 방향으로 길러왔습니다. 밀만 해도 길가 잡초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이던 외형에서 점점 더 많은 낟알이 열리고, 수확성이 높도록 변화해왔습니다.

작물이 어떤 과정을 거쳐 변했는지 아는 방법이 있습니다. 바로 게놈 해독입니다. 22년 전인 2000년. 미국과 영국 과학자들이 진행한 인간게놈프로젝트(HGP)를 시작으로 우리는 게놈을 더 자세히 알게 됐습니다. 학자들은 작물 게놈을 읽고 이들이 어디서부터 전파됐고, 어떤 경로를 거쳤는지를 유추하게 됐습니다.

과학전문 기자가 써낸 작물 이야기

게놈으로 밝혀낸 작물 역사와 특징

《식물은 어떻게 작물이 되었나》에서는 게놈 해독된 작물 30종을 소개한다. ⓒ더농부

《식물은 어떻게 작물이 되었나》(MID)는 게놈 해독된 작물 30종을 소개하고, 인류가 야생 식물을 어떻게 작물로 만들었는지 설명하는 책입니다. 강석기 저자는 2000년부터 2012년까지 동아 사이언스에서 과학전문 기자로 활동해왔습니다. 이후 과학전문 작가로 전업해 동아 사이언스 등에 칼럼을 기고하고 있습니다. 2016년에는 생명과학의 기원을 다룬 《생명과학의 기원을 찾아서》(MID)를 출간했습니다.

책은 총 네 부로 이뤄져 있습니다. 1부 ‘식량 작물’에서는 인류 주요 식량으로 재배된 작물 9종을 다룹니다. 2부 ‘채소·양념 작물’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즐겨 먹는 고추, 마늘, 배추 등을 소개합니다. 3부 ‘과일 작물’과 4부 ‘특용 작물’은 우리가 알아야 할 작물을 골라 설명합니다.

게놈 해독하면 유전변이 과정 파악 가능

현재까지 작물 100여 종 게놈 해독 완료

최초로 해독된 식물 게놈은 애기장대다. 작물 게놈 해독을 하면 작물화 과정에서 어떤 유전 변이가 일어났는지 알 수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최초로 해독된 식물 게놈은 애기장대라는 작은 풀입니다. 애기장대 게놈 크기는 사람의 20분의 1도 안되지만, 유전자 수는 2만5000여 개로 2만여 개인 사람보다 더 많습니다. 동물과 달리 식물은 움직이지 않고 생존과 성장에 필요한 물질을 직접 만들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2000년에 진행된 애기장대 게놈 해석을 시작으로, 2010년대에 100여 종에 이르는 작물 게놈이 해독됐습니다.

작물 게놈 해독을 하면 작물화 과정에서 일어난 유전 변이를 알 수 있습니다. 한국인이 가장 많이 먹는 식량 작물인 벼를 살펴보겠습니다. 벼는 떡잎이 하나인 외떡잎식물 가운데 볏과에 속합니다. 볏과는 780여 속으로 이뤄졌는데, 우리가 먹는 벼는 두 종뿐입니다. 하나는 우리가 매일 먹는 아시아 벼고 다른 하나는 아프리카 벼입니다. 다시 아시아 벼는 동북아시아에서 주로 재배하는 자포니카 아종과 동남아시아에서 나는 인디카 아종으로 나뉩니다.

그렇다면 벼는 어떻게 작물화가 된 걸까요? 2012년 《네이처》에서는 벼 작물화가 한곳에서 이뤄졌다는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이에 따르면 중국 남부에서 작물화된 자포니카 벼가 주변으로 퍼지면서 현지에서 재배된 야생 벼와 교배가 일어났고, 이 과정이 반복되면서 남아시아에서는 인디카 벼가 나왔다는 것입니다.

감자, 7000년 전 안데스산맥에서 작물화

게놈 분석 통해 우수한 감자 개량 나서

씨감자에서 나온 싹은 모체와 개놈이 동일해, 바이러스에 감염된 감자가 다음 개체로 이어질 수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다음은 옥수수, 밀, 쌀 다음으로 수확량이 많은 감자를 알아보겠습니다. 감자는 7000년 전 남미 안데스산맥 일대에서 처음으로 작물화가 이뤄졌습니다. 야생 감자 100여 종 가운데 몇 개가 작물화돼 지역에 맞는 재래종으로 변화했습니다. 지금까지 보고된 재래종 감자 수만 해도 4350가지입니다.

농부들은 무성생식 방법인 씨감자로 다음 해 농사를 지었습니다. 씨감자에서 나온 싹은 모체와 게놈이 동일해 매년 같은 특성의 감자를 수확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씨감자 농사를 지으면 바이러스에 감염된 감자가 다음 개체로 이어질 위험성이 있습니다.

많은 육종학자가 씨앗으로 재배할 수 있는 감자를 육종해 보려고 했지만 실패했습니다. 여전히 몇몇 과학자는 씨앗으로 재배하는 감자를 만드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바로 잡종 감자입니다. 연구자들은 육종 단계마다 게놈을 분석해 작물에 유리한 유전자와 불리한 유전자 변화를 개량하고 있습니다.

두 아종 우연한 결합으로 생겨난 재배 바나나

남은 과제…게놈 편집으로 저항성 강한 품종 개발

바나나는 무성생식으로 재배하기 떄문에, 바이러스에 취약하다. 과학자들은 게놈 편집으로 바이러스에 저항할 수 있는 바나나를 만들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그렇다면 과일은 어떻게 작물화 됐을까요? 세계에서 가장 많이 먹는 과일인 바나나를 살펴보죠. 바나나는 외떡잎식물로 생강목 파초과 파초속 식물 가운데 열매가 열리는 몇몇 종을 가리킵니다. 야생 바나나 가운데 두 종이 작물화됐습니다. 무사 아쿠미나타와 무사 발비시아나입니다. 두 종 모두 기본 염색체 11개로 이뤄진 이배체 식물입니다.

야생 이배체 바나나 열매는 크기도 작고, 씨가 잔뜩 들어 작물로서 가치가 떨어집니다. 그러다 아쿠미나타 두 아종이 만나는 일이 일어났고, 그 결과 열매에서 씨가 없는 열매가 열렸습니다. 씨가 없는 바나나는 먹기에 좋았으므로 본격적으로 재배가 이뤄집니다. 동남아 전역에 걸쳐 이런 현상이 일어났고, 독특한 재배 바나나가 등장한 것입니다.

오늘날 전 세계에서 먹는 바나나는 캐번디시 바나나입니다. 바나나는 무성생식으로 재배하기 때문에, 모든 개체가 복제 식물체입니다. 만약 캐번디시에 치명적인 병원체가 등장하면 모든 캐번디시 바나나에 큰 위험이 생길 수 있습니다. 과학자들은 게놈 편집으로 바이러스에 저항할 수 있는 유전자변형 바나나를 만들고 있습니다.

가장 복잡한 게놈 지닌 작물은 사탕수수

100개 넘는 염색체 탓에 아직 해독 못해

사탕수수는 전체 작물 가운데 생산량 1위를 차지한다. 오늘날 재배하는 사탕수수는 품종에 따라 염색체 수가 100개에 이른다. ⓒ게티이미지뱅크

마지막으로 가장 복잡한 게놈을 지닌 사탕수수를 살펴보겠습니다. 사탕수수는 전체 작물 가운데 생산량 1위를 차지합니다. 원산지는 동남아시아로, 8000년 전 뉴기니에서 처음 작물화됐습니다. 작물 사탕수수는 중국과 인도로 전파되는 과정에서 야생 식물인 개사탕수수와 교잡하며 현지화됐습니다. 볏과에 속하는 작물로 분류상 옥수수와 가깝습니다.

‘작물’ 사탕수수 게놈 해독은 현재까지 이뤄지지 못했습니다. 게놈이 너무 복잡하기 때문입니다. 오늘날 재배하는 사탕수수는 품종에 따라 염색체 수가 적게는 100개에서 많게는 130개에 이릅니다. 전체 게놈을 해독하려면 100억 염기를 분석해야 합니다. 최근에는 수수 게놈을 참조해, 사탕수수 게놈을 해독하려는 연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상기후와 전쟁 위기 속 식량 문제 대두

“작물의 과거를 아는 것은 곧 미래를 보는 것”

인류가 어떻게 식물을 작물화했는지, 앞으로 인류 식량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면 이 책을 읽어보자. ⓒ게티이미지뱅크

최근 일어난 전쟁과 가뭄, 홍수 등 기후변화로 나타난 자연재해는 인간이 환경에 미치는 부정적인 힘을 체감하게 합니다. 이 결과로 지구촌에서 굶주림에 시달리는 사람 수가 지난 2015년 이후 다시 늘어났습니다. 지금과 같은 추이라면 2030년에는 8억5000만 명으로 9.8%에 이를 전망입니다. 지구촌 사람 대다수가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최첨단 시대에도 하루 세 끼를 걱정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죠.

게놈 해석이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과학자들이 게놈 정보에 기반한 분자육종에 뛰어들면서 신품종 개발 기간이 크게 단축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인류가 어떻게 식물을 작물화했는지, 앞으로 인류 식량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면 《식물은 어떻게 작물이 되었나》를 보길 권합니다.


더농부 인턴 김민우

제작 총괄 : 더농부 에디터 박상익

nong-up@naver.com

더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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