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유정란 아낌없이 넣었다!…지역 명물 ‘옥수수 품은 괴산빵’ 내놓은 <정남숙 눈비산농산 대표>

정남숙 눈비산마을공동체 가공부문 대표가 괴산빵 2종을 소개하며 웃고 있다. ⓒ더농부

2010년대 후반 불어닥친 살충제 계란 파동과 양계 방식은 동물복지 트렌드와 맞물려 소비자들에게 큰 관심거리가 됐다. 시중 판매되는 달걀의 끝자리는 1~4로 나뉘어진다. 1번은 닭을 풀어서 키우는 방사, 2번은 케이지와 축사를 자유롭게 다니는 평사, 3번은 개선된 케이지, 4번은 일반 케이지다.

충북 괴산군 소수면에는 유정란과 각종 가공식품을 생산하는 공동체인 눈비산마을이 있다. 4000㎡(약 1200평) 면적의 축사에선 암탉 수탉들이 서로 활기차게 뛰어놀며 유정란을 낳는다. 쉽게 정리하면 2번 계란이자 유정란인 것이다. 여기서 생산된 유정란은 원물 그대로 유명 생활협동조합인 한살림을 통해 전국 소비자들에게 전달된다. 이 계란을 원료로 전병, 호두과자, 계란과자 등 맛 좋고 믿을 수 있는 식품도 생산한다. 초가을 볕 좋은 날 눈비산마을이란 이름을 선사해 준 설우산(雪雨山) 자락에서 정남숙 ‘눈비산마을’ 가공부문 대표(68)와 임익성 생산팀장(59)을 만나 자연과 동물과 사람이 함께 하는 삶에 대해 들어봤다.

농가 발전 위해 1968년 내디딘 첫발

소 키우다 1990년부터 유정란 생산

눈비산마을 닭장은 괴산 소수면 설우산 자락에 포근하게 안겨 있다. ⓒ더농부

눈비산마을의 역사는 1968년부터 시작한다. 가난한 농촌을 잘 살게 만들겠다는 눈물의 의지가 서려 있다. 미국 메리놀 선교회가 파견한 클라이드 데이비스 신부가 이곳에 괴산가축사양조합을 설립했다. 괴산 농민들의 소득 사업을 고민한 데이비스 신부는 지역에 풀밭이 넉넉하다는 점에 착안해 소를 키우기로 했다. 1981년 충북농촌개발회로 이름을 바꾸고 1990년부터는 소 대신 닭을 키우고 있다.

“저희가 1980년대 한살림 창립에 함께하면서 눈비산마을이 유정란을 공급하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받았어요. 이곳은 일조량, 강수량이 적절해서 동물들이 살기에 편안한 환경을 자랑합니다. 서울에서 2시간 밖에 걸리지 않는 지리적 이점도 있지요.”

암수 닭들이 닭장 안에서 자유롭게 놀고 있다. 횃대에서 쉬는 닭들도 보인다. ⓒ더농부

정 대표와 임 팀장이 취재팀을 닭 축사로 안내했다. 따뜻한 볕이 내리쬐는 언덕에 계사가 자리 잡고 있었다. 가까이 다가서니 수탉과 암탉이 사이 좋게 흙 목욕을 즐기고 있었다. 이곳의 닭들은 자신들이 원할 때 물과 모이를 먹을 수도 있고 흙 목욕도 할 수 있다. 나무로 만든 횃대에서 편하게 쉴 수도 있다. 닭은 포식자로부터 몸을 피하기 위해 횃대에서 쉬고 싶어 하는 것이 본능이다. 바닥에서 흙을 쪼거나 목욕하는 것도 본능 중 하나다.

좁은 케이지에 갇히지 않고 편하게 움직이다 보니 닭들의 움직임과 크기가 예사롭지 않았다. 푸드덕! 푸드덕! 무엇에 놀랐는지 닭들이 갑자기 요란스럽게 움직였다. 엄청난 바람 소리가 들릴 정도의 날갯짓이었다. 몸을 움직일 수 없도록 좁은 케이지에 갇힌 닭이라면 꿈도 꿀 수 없는 삶이다.

“건강한 닭이 건강한 달걀 낳죠”

닭 본능 충족하는 건강 사육이 핵심

눈비산마을에서는 병아리 때부터 건강에 많은 신경을 쓴다. ⓒ더농부

임 팀장은 “건강한 닭이 건강한 달걀을 낳는다는 게 눈비산마을의 닭 사육 철학”이라고 말했다. 그는 “병아리 때 닭의 평생이 좌우되기 때문에 최선을 다해 키우려고 노력한다”며 “병아리에게 첫 곡식으로 현미를 주고 3일째부터 풀을 급여해 장 건강에 도움이 되게 한다”고 말했다. 이렇게 자란 닭들은 장 길이가 보통 닭보다 15cm 길다고 한다. 여기에 풀김치라고 부르는 발효 풀과 박테리아미네랄워터 희석액을 준다.

닭도 무리 생활을 하면서 약한 개체는 따돌림을 당하는 경우가 있다. 눈비산마을에선 이런 닭들이 도태돼 일찍 죽지 않도록 회복실이라는 공간을 두고 있다. 약한 개체들이 모여서 조금 더 마음 편하게 살 수 있도록 하는 배려다.

눈비산마을 유정란과 일반 계란의 차이를 묻자 임 팀장은 “시중 달걀을 먹어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다”며 웃으면서 “주변에 선물하거나 괴산군농업기술센터 직원들도 그 맛을 인정해 줬다”라고 말했다. 눈비산마을은 한살림 유정란 공급 농가 중에서도 선도적인 위치에 있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다.

1993년부터 유정란 과자 생산

유정란 20% 넘게 넣은 과자 보셨나요?

정 대표가 눈비산마을 생산품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더농부

눈비산마을은 1993년 우리밀유정란전병을 내놓았다. 당시 유정란을 생산하면 껍질이 약하거나 금이 간 ‘등외란’이 조금씩 나왔다. 이를 다 먹어버리는 것도 한계가 있었다. 여기에 부가가치 창출을 위해 계란을 듬뿍 넣은 과자를 만들어보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마침 우리밀 살리기 운동이 벌어지면서 본격적인 생산이 시작됐다.

“처음에는 조금 투박했죠. 설탕도 적고 딱딱한 맛이라 소비자들이 엄청 좋아하는 맛은 아니었을 거예요. 그런데 한살림에는 ‘소비자는 생산자의 생명을 책임지고, 생산자는 소비자의 생명을 책임진다’는 말이 있어요. 그래서 회원들이 불만이 있더라도 꾸준히 믿고 사주셨죠. 저희도 계속 품질 향상에 노력했고요. 2010년 들어서는 제가 먹어봐도 정말 맛있는 과자가 됐죠.”

우리밀유정란전병에는 국산 밀 53.7%에 유정란이 15.3%가 들어간다. 계란 함량이 높은 데 한 번, 그것이 유정란이라는 데 한 번 더 놀란다. 설탕도 유기농을 사용한다. 흔히 계란과자로 친숙한 어린이달과자에는 유정란 함량이 21.2%다. 정 대표는 “첨가물을 안 쓰면서 맛을 내려다보니 계란을 많이 쓸 수밖에 없다”며 “담백해서 손이 자주 가는 맛, 부모님이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맛을 내기 위해 노력한다”고 말했다. 호두과자, 찰보리빵도 눈비산마을의 대표 상품이다.

임 팀장이 유정란이 들어간 과자 생산 공정을 점검하고 있다. ⓒ더농부

지역 특산물 ‘대학찰옥수수’ 활용한

‘옥수수 품은 괴산빵’ 기대하세요

괴산군은 2020년과 2021년 2년에 걸쳐 특산자원 융복합기술 시범사업을 했다. 소비자들에게 잘 알려진 ‘대학찰옥수수’를 처음 재배한 곳이 괴산이다. 괴산에선 대학찰옥수수를 가공식품을 개발하기로 해 ‘옥수수 품은 괴산빵’을 만들었다. 눈비산마을을 비롯해 유명 셰프, 지역 카페가 힘을 합쳐 최적의 레시피를 찾았다. 괴산 내 써니가든, 목도빵집, 올어바웃카스테라에서는 카페 고유의 레시피로 괴산빵을 만든다. 눈비산마을도 마찬가지다.

눈비산마을이 개발한 괴산빵은 크림치즈맛과 완두앙금맛 두 가지다. 밀가루 대신 옥수수가루(20.2%)를 넣었고 유정란은 이보다 많은 24.2%를 넣었다. 국산 버터와 유기농 설탕도 아낌없이 넣었다. 크림치즈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맛, 완두앙금은 어른들이 좋아하는 맛으로 콘셉트를 잡았다. 완두콩도 무농약 완두를 사용한다.

괴산빵 두 가지를 차례로 먹어보니 옥수수와 크림치즈가 만나 고소함이 배가된다는 것을 바로 느낄 수 있었다. 완두앙금맛은 설명대로 어른들이 좋아할 담백하면서도 은은한 단맛이 다과로 제격이라는 인상을 줬다. 정 대표는 냉동 보관했다가 바로 꺼내서 시원하게 먹어도 좋고 30분 정도 자연 해동해서 먹어도 좋다고 설명했다. 크림치즈는 커피와, 완두앙금은 녹차와 잘 어울린다는 것이 정 대표의 ‘꿀팁’이다.

임 팀장과 정 대표가 제품 회의를 하면서 밝게 웃고 있다. ⓒ더농부

눈비산마을이 야심차게 만든 괴산빵은 농촌진흥청 소비자 패널 조사에서도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 소비자들은 “원재료에 대한 신뢰감이 있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2022년 3월 본격적인 생산 준비를 마친 괴산빵은 현재 괴산, 청주 등 인근 로컬푸드 매장을 중심으로 판매되고 있으며 곧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를 통해 전국 소비자들을 만날 준비도 하고 있다.

평온한 자연 속에서 아름다운 농업을 지속하는 눈비산마을 사람들의 진심이 전국에 전해질 날이 머지않았다.

▽9월 23일 오후 2시 네이버쇼핑라이브에서 만나보세요!▽


더농부 에디터 박상익

nong-up@naver.com

괴산=더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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