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밭과 아이들과 초보 농사꾼 선생 – 서덕남 [제6회 추억의 우리 농산물 이야기 공모전 장려상]

2008년 6학급의 작은 학교에서 5학년 1만 36명 아이들의 담임이 됐다. 다른 선생님들은 고작 7명, 10명을 가르칠 때 나 혼자 36명을 가르치게 됐다. 눈앞이 캄캄하고 고생할 일들만 떠올랐다. 하지만 귀엽고 착한 우리 아이들이 나는 참 좋았다. 고생하는 것보다 즐겁고 행복한 일이 더 많게 해 주는 아이들이었다.

어느 날 우리 반만의 특별한 프로젝트를 해 보자는 의견이 학급회의 시간에 나왔다. 여러 가지 의견이 나왔는데 그중 가장 관심이 가는 의견은 ‘우리 학교의 버려진 땅에 농사를 지어보자!’였다. “그래 종민아! 그럼 무엇을 심어볼까?” 라고 물으니 “음, 감자 어때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감자요.”라고 말했다. 아이들은 모두 이구동성으로 감자를 심어보자며 신나게 이야기했다. “그래! 감자? 심어보자! 우리가 심고 가꾸고 나중에 수확까지 해 보는 거야!”

그날 바로 학교 뒤편 사용하지 않는 땅에 가 봤는데 그곳은 밭으로 만들기엔 너무 더럽고 오랫동안 관리가 안 된 땅이었다. 한숨만 나오고 걱정도 됐지만 아이들과 감자를 심겠다 약속했으니 어떻게든 해 봐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날 오후 아이들과 버려진 땅을 청소하기 시작했다. 폐비닐, 각종 버려진 학용품, 온갖 벌레들, 퇴비로 만들려고 던져둔 화분, 흙 등을 모두 치우고 6개의 고랑과 이랑을 만들었다. 36명의 아이들을 6개조로 나누어 관리할 생각이었다.

퇴근 후 집에 돌아와서 감자농사 짓는 법을 공부하고 고랑과 이랑의 의미, 감자생육조건, 감자싹이 나는 시기, 수확을 해야 하는 시기 등을 자료로 정리해 아이들에게 가르칠 준비를 했다. 이틀에 걸쳐 각자 집에서 감자를 가져와 우리 감자밭의 씨앗이 될 감자를 모으고 학교 기사님께 부탁해 밭을 덮을 비닐을 준비했으며, 감자를 심을 적절한 날짜를 학급회의를 통해 정했다.

드디어 2008년 3월 31일 ‘감자의 날’을 정해 감자심기에 돌입했다. 감자 싹이 있는 부분을 중심으로 감자를 조각내어 모둠별로 나눈 후 각 모둠별 이랑에 심었다. 각자 감자를 하나씩 정해 ‘감순이’, ‘엘레강스감양’, ‘감빠’, ‘감자돌이’ 등등 다양한 이름을 짓고 매일매일 관찰하고 가꾸기 시작했다. 싹이 나는 것을 보면서 신기해 소리를 지르기도 하고 본인의 감자싹이 제일 먼저 자랐다고 자랑하기도 하며, 때로는 싹이 시들어버린 것을 보고 울기도 하면서 아이들은 2008년의 봄을 보내고 있었다.

아이들은 줄기가 자라고 잎이 쑥쑥 자라나는 모습을 보면서 신기해하고 즐거워하며 뿌듯해했다. 3개월이 채 되지 않은 시간이 지나고 감자수확시기에 대한 연구를 거듭한 끝에 6월 20일 금요일 1교시 우리가 키운 감자를 수확하기로 결정했다. 나의 감자가 얼마나 자랐는지, 땅 속에 몇 개의 감자가 자라있는지 궁금해하는 아이들이 무척 귀여웠다.

떨리는 마음으로 감자줄기를 잡아당기자 생각했던 것보다 감자는 아주 잘 자라 있었다. 주렁주렁 달려 나오는 감자들을 보면서 아이들은 환호성을 질렀고 웃고 떠들면서 그렇게 우리의 감자농사는 마무리됐다. 오후에는 수확한 감자를 쪄서 학교선생님, 친구들에게 나누어주며 즐거운 찐감자파티를 열었다.

나는 첫 번째 감자농사를 성공리에 마치고 2009년 3학년 아이들을 데리고 한 번 더 그 자리에 감자농사를 짓고 나서 다른 학교로 전근을 가게 됐다. 텃밭, 농사, 아이들 하면 생각나는 나의 첫 번째 감자농사, 그 추억을 안고 2022년 3월 1일자로 다시 이 작은 학교로 전근을 오게 됐다. 학교에 돌아와 제일 먼저 찾은 장소가 바로 아이들과 감자농사를 짓던 그 버려진 땅이었다.

그때의 감자농사 이후 다시 버려진 땅, 수풀이 무성하게 자라난 그 곳을 보면서 아이들 생각이 많이 났다. 지금은 25살 처녀, 총각이 돼 있을 아이들이 오늘은 더 보고 싶은 날이다. 내년에는 다시 그 버려진 땅을 일구어 감자를 심어볼 생각이다. 잘 자랄지 모르겠지만 아이들과 나의 정성과 사랑이 들어간다면 그 땅이 다시 쑥쑥 자란 감자들이 나오는 생명의 땅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 위 작품은 아그로플러스와 농촌진흥청이 공동주최한 ‘제6회 추억의 우리 농산물 이야기 공모전’ 수상작입니다.

글 = 서덕남 씨(추억의 우리 농산물 이야기 공모전 장려상)

정리 = 더농부

nong-up@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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