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는 ‘뼈 없는 고기’다?…역사·문화 속에 스며 있는 콩 이야기 [재미있는 농업 이야기 40]

단백질이 풍부한 콩은 강낭콩, 병아리콩, 렌틸콩, 땅콩 등 여러 종류가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인류 초기 형성된 문명은 그 지역에서 나는 재배작물로 식문화가 생겨나고, 재배방법에 따라 생활문화가 만들어졌다.

메소포타미아와 이집트 문명은 밀을 재배해 보급함으로써 밀로 만든 빵을 주로 먹었다. 인도문명은 주로 ‘장립종 벼(Indica type)’를 경작해 밥이 주식, 안데스(잉카)문명은 감자가 주식이 됐다. 중앙아메리카(마야)문명은 옥수수, 황화문명은 벼와 밀을 재배해 밥과 국수 둘 다 먹었다. 요하문명을 포함한 고조선문명은 ‘단립벼(Japonica type)’와 ‘콩’을 재배해 쌀밥과 콩장(간장, 된장 등)을 주식으로 하는 식문화가 생겨났다.

신석기 시대에 고대문명은 그 지역에 자라는 다양한 식물을 재배화하며 저마다 주식에 적합한 문화를 형성했다.

고대부터 이어져온 장류, 그리고 장류 문화

한민족은 콩을 식용으로 먹었다. 뿐만 아니라, 콩으로 메주를 만들고 그것을 발효시켜 소금물에 절여 간장(醬, 장)과 된장(豉, 시)으로도 만들었다. 단백질과 함께 염분을 섭취하는 독특한 음식문화를 창조하고 발전시켰다.

이것은 중국 문헌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북당서록(北堂書錄)에 인용한 박물지(博物志)에서는 ‘외국에는 메주로 된장을 담그는 방법이 있다’고 기록돼 있다. 태평어람(太平御覽)은 ‘이 된장 담그는 방법을 중국에서는 강백이(康佰以)라고 말하는데 이 방법을 전해준 외국인의 성명이 말해져 온다’는 기록이 있다.

옛 문헌을 통해 우리 선조들이 고구려 때 부터 콩을 이용해 장을 만들었음을 알 수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삼국지(三國志) 위지 동이전의 고구려조에서 ‘고구려 사람들은 장 발효에 뛰어나다’라고 했고, ‘메주 냄새를 고려사람 냄새(高麗臭)’라는 기록이 남아있다. 양서(梁書)에서는 ‘고구려 사람들은 (식품: 술·간장·된장 등)을 저장하여 발효시키는 것을 잘한다’, 신당서(新唐書)에서는 발해의 특산물로 ‘콩된장’이 기록돼 있다. 중국에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종합 농업기술서(6세기 전반)인 제민요술에서는 ‘고려황두(高麗黃豆)’, ‘고려흑두(高麗黑豆)’를 비롯해 여러 종류의 메주 만드는 방법이 기술돼 있다.

삼국사기에는 신문왕 때 결혼식 폐백품목에 쌀·술·꿀·기름·장·시(메주)가 포함돼 콩이 기본식품임을 엿볼 수 있다. 김유신조에는 ‘장군이 급한 출정길에 나갈 때에도 집 앞에 잠시 멈추고 장을 떠오게 해 그 맛의 유구함을 확인한 후에 안심하고 떠났다’는 이야기가 있어 고대로부터 장맛이 음식의 기본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조선 성종 때 발간된 ‘두시언해’에는 콩꽃을 ‘젼구기’라 기록돼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신라와 함께 백제를 멸망시킨 당에서 공주에 도독부를 두고 직접 통치하려 할 때 문무왕의 항의서중 염시(鹽豉)가 나온다. 이 염시는 염신납두(塩辛納豆)로 추정된다. 삶은 콩에 콩누룩을 섞어 소금물에 담겼다가 발효시킨 다음 말려서 만드는데, 청국장과 정확하게 제조하는 방법이 같다. 이것은 다수 인원의 공동생활에 불가결한 일용식이고, 그래서 발효 콩이 전쟁에서 필수 군량으로 이용됐음을 알 수 있다.

‘청국장’의 호칭이 청나라에서 온 것 같은 오해를 살 법도 하다. 하지만 청을 일으킨 여진족이 역사무대에 등장하기 전부터 우리민족은 이용 해 왔다. 신문 같은 데 보면, 청국장이 ‘전국장(戰國醬)’ 이란 말에서 왔다고도 하는데 맞지 않을 것이다. 조선 중종 때 서적인 훈민정음 한자사전인 훈몽자회에는 시(豉)를 ‘젼국 시’, 라고 하였다. 조선 성종때 발간된 ‘두시언해’도 콩꽃을 ‘젼구기’라고 칭했다. 우리가 오랫동안 ‘젼국’ 또는 ‘젼국장’으로 해오던 것이 틀림없다.

목은 이색 “부드럽고 썰어낸 비계 같이 맛있다”

조선 시대 ‘두포’로 불린 두부, 화폐로도 쓰여

고려 후기에 중국에서 전해졌다고 기록된 ‘두부’는 조선시대에서 ‘두포’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조선시대 두부는 국정에 다양하게 활용됐다. ‘두부장인(포장, 泡匠)’이라는 전문가가 제조해 궁중에 들여왔다. 궁중 생활뿐만 아니라 제수용품과 국가 기념일에도 사용됐다. 점차 궁중과 사찰뿐만 아니라 사대부뿐만 아니라 민간 일상생활에 음식으로 사용됐다.

두부는 다채로운 사회상과 연관돼 있다. 두부를 제작하는 데 여성 참여가 제한됐다. 이가 빠진 늙은이가 부드러운 두부를 섭취하기 쉬워서 ‘노인봉양’과 ‘효행’의 상징이다. 시장 판매인을 통해 거래됐으며 임진왜란 당시 명군에게 두부를 판매했고 화폐로도 사용됐다.

고려후기에 중국에서 전해졌다고 기록된 ‘두부’는 조선시대에서 ‘두포’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게티이미지뱅크

과거 여러 기사에서도 ‘두부’와 관련된 일화를 찾아볼 수 있다. 1924년 12월 29일자 동아일보 ‘인천두부 행상 파업’ 기사에는 ‘인천부 내 일본인 두부 장사의 집에서 두부 팔러 다니는 행상 사십여 명이 지난 이십육일 아침부터 동맹파업을 하였다’라고 보도했다. 매일신보 1928년 6월 26일 기사에 따르면 ‘불결한 정수로 두부제조 엄금, 우물물은 매균이 있다’며 서울 우물물은 오염된 경우가 많아서 경찰이 관내 음식점과 식품제조소 수질을 검사하기도 했다.

그 결과 적발된 두부 제조소는 동대문 경찰서에 불려가 주의를 받기도 했다. 두부는 한번 만드는데 손이 많이 가므로 집에서 만들지 않고 전문적인 제조소에서 만들었는데, 유통기한이 짧기 때문에 두부 행상이 반드시 필요했음을 알 수 있다.

옛날부터 두부는 한번 만드는데 손이 많이 필요해 전문적인 제조소에서 만들곤 했다. ⓒ게티이미지뱅크

고려 후기 성리학자인 목은 이색의 문집인 ‘목은시고(牧隱詩藁)’를 보면 두부에 관한 내용이 많이 있다.

목은 선생은 고려시대의 소박한 미식가로 늘 거론된다. 음식 중에서도 특히 두부를 사랑해서 많은 시를 남겼다. 그중 우리나라의 두부에 대한 첫 기록을 《목은시고》(33권)에서 찾아볼 수 있다. ‘대사가 두부를 구해와서 먹여주다(대사구두부내향, 大舍求豆腐來餉)’라는 제목의 시다. 누군가가 특별히 구해준 두부가 노인이 먹기에도 부드럽고 그 맛을 썰어낸 비계같이 맛있다는 내용이다.

우리 조상들은 콩의 껍질을 걸러내 부드러운 두부를 만들어 먹었다. ⓒ게티이미지뱅크

원래 두부는 부족한 단백질을 보충해주는 불가의 음식이었지만 사대부들에게서도 사랑받으면서 유가의 음식이 됐다. 사대부들은 두부를 오미(다섯 가지 미덕)을 갖춘 음식이라고 칭송했다. 맛이 부드럽고 좋음이 일덕이요, 은은한 향이 이덕이요, 색과 광택이 아름다움이 삼덕이요, 모양이 반듯함이 사덕이요, 먹기에 간편함이 오덕이라는 것이다.

또한, 풍부한 단백질과 부드러움으로 콩에서 나온 우유(숙유 菽乳) 혹은 무골육 無骨肉, 즉 뼈 없는 고기라고도 했다. 목은 이색의 두부 사랑을 오늘날 되살려 경상북도 환동해지역본부에서는 6월 13일부터 14일까지 양일간 ‘2020 경상북도 환동해 인문기행’사업의 첫 행사인 ‘박찬일 셰프와 함께 하는 목은 이색의 두부 체험여행’을 개최했다.

겨울철, 부족한 영양소 채워주는 콩나물

‘대두황권’은 우황청심원 재료로 들어가

콩나물은 단백질·비타민·무기질·탄수화물 등이 풍부해 영양식품으로 꼽힌다. ⓒ게티이미지뱅크

콩나물은 고려 태조가 935년 나라를 세울 때 태사 배현경으로 해 식량부족으로 허덕이던 군사들에게 콩을 냇물에 담가 콩나물을 불려 먹게 했다. 고종대(1214∼1260)의 향약구급방(鄕藥救急方)에 대두황(大豆黃)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한다.

대두황권(大豆黃卷)은 잘 익은 씨를 발아시킨 것으로 대두를 씻어서 물에 담가 부풀도록 불린 다음, 물을 버리고 습포로 덮어 매일 2회씩 물을 적셔준다. 싹이 돋아서 길이 0.5∼1cm가 되면 꺼내어 말린 것을 말한다. 이것은 한약재로 이용된다. 대두황권은 중풍치료제나 신경안정제로 잘 알려진 우황청심원에 들어간다.

아스파라긴산이 함유된 콩나물은 콩나물 국과 같은 해장용 음식에 사용된다. ⓒ게티이미지뱅크

단백질(40%)과 지방(20%)이 풍부한 콩이 콩나물이 되면, 본래의 성분에 비타민 C 등이 풍부해져 겨울철 부족한 영양소를 보충하게 하였다. 또한 체내 알콜의 분해와 배출을 돕는 아스파라긴산이 함유된 콩나물은 주위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해장용으로 음식에 사용됐다.

사찰음식에 빠질 수 없는 ‘콩’

콩은 육식을 금지하고 있는 사찰에서 좋은 단백질 에너지원이다. 콩으로 만든 두부와 메주는 질 좋은 단백질을 얻을 수 있다. 콩을 활용한 발효식품인 간장과 된장의 장류는 음식 맛을 내기 위해서도 꼭 필요했다. 사찰음식으로 유명한 양산 통도사에 거대한 장독대가 존재하는 이유다.

사찰음식으로 유명한 양산 통도사에는 거대한 장독대가 많이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사찰 두부는 고려시대부터 두부 제조소 역할을 했다. 조선시대에는 국가에 납부되기도 했다. 음식 재료로 이용되며 날콩가루는 천연 조미료로 사용돼 주재료의 맛과 향을 살리고 음식을 담백하게 해 준다.

공양간에서는 흰콩은 여름 장마철에 먹고, 검은콩은 겨울에 좋은 식재료라 여겨왔다. 음양오행으로 풀이하자면 겨울은 신장이 약해지는 계절인데, ‘블랙푸드’는 신장을 튼튼하게 하고 면역력을 증진시키는 효과가 있다. 콩기름 등 식품성 기름은 불포화지방 섭취를 돕는다. 건강식에서 중요한 재료중 하나로 콩이 활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글=한원영 국립식량과학원 생산기술개발과 농업연구관

정리=더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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