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농사 골칫거리 ‘벼 키다리병’…어떻게 예방할까?

한 해의 새로운 농사가 시작되는 요즘, 파종을 준비하는 농가들은 분주한 시간을 보내고 있을 것 같습니다. 다양한 작물 중 벼를 재배하는 농가가 본격적으로 씨를 뿌리기 전 챙겨야 할 정보를 가지고 왔습니다. 바로 벼 키다리병을 비롯한 각종 병해를 막기 위한 종자 소독 방법입니다.

벼 키다리병은 그동안 볍씨소독 기술이 개발되고 다양한 교육 및 홍보가 진행되면서 못자리에서 발생하는 비율이 줄어드는 추세였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벼 키다리병은 꾸준히 발생하고 있습니다. 보통 볍씨를 뿌려 모를 기르는 못자리에서 주로 발생하는 병이지만 벼를 옮겨심은 논에서도 꾸준히 발생하고 있어 여전히 많은 주의가 필요합니다. 농가의 골칫거리가 되는 벼 키다리병은 대체 왜 생기는 걸까요?

가늘게 웃자라 말라 죽거나 수확 감소

건강한 성장 방해하는 벼 키다리병!

사람은 자라면서 크고 작은 질병에 걸립니다. 식물도 똑같습니다. 벼 키다리병은 벼에 생기는 식물병으로 정상적으로 자란 벼보다 1.5배 이상 크게 자라는 특징이 있습니다. 영양분을 제대로 공급받지 못해 웃자란 벼는 잎이 연한 녹색을 띱니다. 마디에서 수염뿌리가 나기도 합니다. 병이 심하면 1~2주 이내에 위축되면서 말라 죽습니다. 키다리병이 심하면 벼 전체 수확량의 30%까지 손해를 볼 수 있습니다. 농가의 손해가 큰 만큼 많은 주의가 필요한 병이죠.

벼 키다리병에 걸린 벼는 웃자라서 잎은 연한 녹색을 띠고 가늘게 자란다. ⓒ농사로

벼 키다리병은 병균에 감염된 종자 때문에 벼 성장에 나쁜 영향을 주는 병입니다. 병을 일으키는 병균의 포자는 벼 줄기에서 많이 형성됩니다. 이 병균은 이삭이 팰 무렵 바람에 날려 꽃으로 가 종자를 감염시키는데요. 그렇게 겨울을 나고 이듬해 감염된 종자에서 병을 일으킵니다. 즉 벼 키다리병의 주요 원인은 감염된 볍씨에 있죠. 그래서 이 병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씨를 뿌리기 전 철저한 종자소독이 필요합니다.

벼 키다리병 예방은 볍씨 소독에서

소금물·온탕·약제 3가지 순서대로

농촌진흥청이 운영하는 포털 농사로에서는 벼 키다리병을 예방하기 위한 볍씨소독 방법을 안내하고 있습니다. 소독하는 방법은 크게 3가지 순서로 구성돼있는데요. 소금물가리기, 온탕 소독, 약제 소독입니다. 이 순서대로 종자소독을 진행하면 효과를 높일 수 있습니다.

농촌진흥청이 운영하는 포털 농사로에서는 벼 키다리병을 예방하기 위한 볍씨소독 방법을 안내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1. 소금물가리기

소금물가리기는 본격적으로 씨를 소독하기 전 속이 빈 쭉정이 벼를 골라내는 단계입니다. 벼의 종류에 따라 소금의 양을 다르게 넣는 것이 중요한데요. 물 20ℓ를 기준으로 메벼는 소금 4.2㎏, 찰벼는 소금 1.3㎏을 녹인 다음 볍씨를 담가야 합니다. 이때 물에 뜬 볍씨는 껍질만 있고 속이 빈 쭉정이 벼입니다. 물에 뜬 볍씨는 골라내고 가라앉은 볍씨를 모아 깨끗한 물에 2~3회 씻어 말립니다. 이 과정으로 소독 효과를 20~30% 높일 수 있습니다.

2. 온탕 소독

이제 본격적인 소독을 시작합니다. 물 60℃ 온탕으로 소독하는 방법인데요. 물 300ℓ당 볍씨 30㎏을 넣고 10분 동안 담급니다. 종자와 물의 비율은 1:10으로 맞추는 것이 좋습니다. 10분 뒤 종자를 꺼내면 바로 찬물에 옮겨 식혀줍니다. 종자를 과도하게 넣으면 소독 효과가 떨어질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조건을 제대로 지켜 소독하면 벼 키다리병 방제 효과를 90% 이상 볼 수 있습니다.

2020년 임실군 농업기술센터에서 농민들이 온탕소독을 실시하는 모습. 소독 조건을 제대로 지키면 90%이상 방제 효과가 있다. ⓒ뉴시스

쌀 품종 중 ‘고운’, ‘삼광’, ‘풍미’, ‘일미’, ‘동진1호’, ‘신운봉1호’, ‘서안1호’는 고온에 민감하기 때문에 물의 온도를 꼭 지켜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씨앗에 나는 싹의 수가 줄어들 수도 있습니다.

3. 약제 소독

볍씨가 소금물가리기와 온탕 소독을 마쳤다면 이제 약제 소독을 할 차례입니다. 약제는 우선 안내돼있는 올바른 비율로 희석합니다. 희석한 약액 20L를 30℃로 맞춰두고 볍씨 10kg을 넣은 뒤 48시간 동안 담가두면 됩니다.

만일 사용하는 종자가 병 발생이 심했던 지역에서 난 씨앗이라면 과정이 조금 다릅니다. 침투이행성 약제는 식물의 작은 부분에 주입해도 전신적으로 효과가 나타나는데요. 30℃ 물에 침투이행성 약제를 넣고 종자를 48시간 동안 담가둬야 합니다. 이후 종자에 싹이 트기 시작하면 다른 약제로 바꿔 24시간 담급니다. 혹은 습분의처리용 가루농약을 묻히고 씨앗을 심으면 방제 효과를 높일 수 있습니다.

매년 같은 계통의 약제를 사용하면 내성이 생겨 큰 효과를 보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래서 2~3년 주기로 약제를 바꿔주는 것이 좋습니다.

“키다리병 막자!” 각 지자체들의 노력

소독 연시회 열고 소독기 지원·운영도

정부에서 보급하는 종자는 소독을 거치지 않고 농가에 갑니다. 그래서 각 지역에서는 키다리병을 비롯한 각종 병을 예방하기 위한 노력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전라남도 장성군은 3월 21일 벼 종자 소독 연시회를 열었습니다. 쌀 재배 농가를 대상으로 종자소독 방법을 전수했는데요. 50여 명의 지역 농업인이 참관해 종자 소독 과정을 들었습니다. 장성군은 벼 종류에 맞는 소독 방법을 소개했는데요. 일반벼는 약제 소독, 친환경 벼는 온탕 소독, 볍씨는 소금물에 떠오르는 종자를 골라내고 나머지만 그늘에 말리는 것을 추천했습니다.

장성군 관계자는 “벼 종자 소독은 병해충 예방과 고품질 쌀 생산의 첫걸음이다”며 “앞으로도 지속적인 현장 기술지원을 통해 소독 방법과 중요성을 전파할 계획이다”고 말했습니다.

전라북도 순창군은 종자 소독에 필요한 온탕소독기를 5월 말까지 지원한다. ⓒ순창군청

전라북도 순창군은 종자 소독에 필요한 온탕소독기를 지원하고 나섰습니다. 순창군 농업기술센터는 3월 21일 각 읍면 농업인상담소에 온탕소독기 21대를 설치한다고 밝혔습니다. 온탕소독기는 무상으로 5월 말까지 운영됩니다. 사용을 희망하는 농가는 원하는 날짜에 각 읍·면 농업인상담소에 사전 예약하고 종자를 가져와 소독하면 됩니다.

진영무 농업기술센터 소장은 “약제 소독만 실시해 파종하는 것보다 온탕 소독을 병행 후 파종하면 더 높은 방제 효과를 얻을 수 있다”며 “농가는 반드시 약제 소독과 온탕 소독을 철저히 해 파종토록 당부드린다”고 말했습니다.

안성시농업기술센터는 4월 3일부터 벼 재배 농가를 대상으로 종자소독기 및 볍씨발아기 운영을 시작했다. ⓒ안성시청

경기도 안성시의 안성시농업기술센터는 4월 3일부터 벼 재배 농가를 대상으로 종자소독기 및 볍씨발아기 운영을 시작했습니다. 키다리병 등 각종 병해를 예방하기 위한 종자소독기는 망에 넣은 볍씨를 고온에서 10분간 살균하고 찬물에 10분 이상 담가 소독합니다. 센터는 소독뿐만 아니라 볍씨의 원활한 발아를 위해서도 지원하는데요. 볍씨발아기는 못자리에 필요한 볍씨에 산소를 공급하며 2~3일 동안 필요한 수분을 흡수시킵니다. 이를 통해 볍씨가 균일하게 발아하고 잘 성장하도록 돕습니다.

김건호 안성시농업기술센터 소장은 “볍씨의 균일한 생장과 종자전염병 등의 방제를 위해서는 적절한 시기의 종자소독기와 볍씨발아기 운영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종자 소독과 관리를 철저히 해 올해도 농업인들이 고품질 쌀 생산에 주력할 수 있도록 영농지원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더농부 인턴 박의진

제작 총괄 : 더농부 선임에디터 공태윤

nong-up@naver.com

더농부

참고=

농사로, <벼키다리병, 벼잎선충 예방은 볍씨소독을 잘해야>

장성군, <‘병해충 예방 첫걸음’ 벼 종자 소독 연시회 열어>

전남일보, <장성군, 벼 종자 소독 연시회>

베타뉴스, <순창군, 벼에 감염되는 키다리병 예방하기 위한 온탕소독기 운영>

순창군, <순창군, 볍씨 키다리병 방제 위한 온탕소독기 무상 운영>

안성시, <안성시농업기술센터, 종자소독기・볍씨발아기 운영 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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