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농부가 2023년 12월 26일에 문정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를 인터뷰하고 블로그에서 2023 국내 식품 트렌드 전망을 알려드렸었습니다. 이번에는 2023 해외 식품 트렌드를 소개하겠습니다.
뉴욕 타임스에서 2022년 12월 27일에 2023년 미국 식품 소비 흐름을 예측하는 기사를 올렸습니다. 기사를 작성한 사람은 뉴욕 타임스에서 2016년부터 식품 트렌드 예측 기사를 담당한 Kim Severson입니다. 모두 10가지 부문에 대한 예측 중 흥미로운 네 가지를 더농부가 골랐습니다.
1. 육식? 채식? 환경식?
이제는 ‘재생식’입니다!
문정훈 교수가 선택한 2023년 국내 식품 트렌드 키워드는 ‘춘래불사춘’이었습니다. 코로나가 끝나가면 식품업계에 봄바람이 불어올 것만 같았지만 생각만큼 경기가 풀리지 않는 상황을 비유한 말입니다. 뉴욕 타임스가 꼽은 2023년 식품 트렌드 키워드는 ‘regenivore’입니다.
영어에서 육식 동물은 ‘carnivore’, 채식 동물은 ‘herbivore’, 잡식 동물은 ‘omnivore’로 부릅니다. 세 단어에서 반복되는 접미사 ‘-ivore’은 특정 식량을 주로 먹는 개체에 대해 말할 때 쓰는 표현입니다. 2023년 식품 키워드 ‘regenivore’은 ‘재생하다’라는 뜻을 가진 단어 ‘regeneration’에 ‘-ivore’을 붙여 만든 ‘재생식’이라는 신조어입니다.
2022년에는 지속가능경영이라는 개념이 화제가 되면서 어떻게 하면 환경을 덜 오염시키고 현 상태로 지속할 수 있을지 많은 논의가 오갔습니다. 식품업계에서도 지속가능성을 내세운 다양한 상품과 마케팅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하지만 이제 소비자는 더 적극적으로 환경 문제에 개입하는 소비 활동을 원하고 있습니다. 현상 유지에 만족하는 생산, 유통을 넘어 환경을 치유하고 윤리적 문제를 중시하는 업체를 원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농업 과정에서 일반적인 방식보다 탄소를 절감할 수 있는 방식을 선택하거나, △식육 동물을 기르는 과정에서 동물 복지를 엄격하게 신경 쓰거나, △식품 생산∙가공 과정에서 노동자에 대한 공정 대우를 추구하는 업체의 식품을 선택하고 싶어 합니다. 이런 사람들을 ‘재생식’을 실천하는 사람들이라고 부릅니다.
쉽게 말하자면 2022년 트렌드는 지속, 보전이었고 2023년 트렌드는 해결을 위한 적극적 노력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갈수록 심각해지는 기후 위기에 맞춰 소비자의 인식도 발전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2. ‘Flex’보다 더 짜릿!
절약하는 재미 관심
지속되는 인플레이션과 기후 변화의 공포를 겪으면서 낭비 없는 검소한 소비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런 사회 분위기를 타고 2023년 식품 소비자는 ‘절약의 짜릿함’을 즐길 것이라고 합니다. 소비를 과시하는 flex 문화가 유행하던 것과 대조됩니다.
사람들은 이제 쿠폰으로 할인을 챙기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SNS에서 절약 꿀팁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국내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누리꾼도 프랜차이즈 식당에서 많이 할인받는 법이나 같은 가격으로 더 맛있는 메뉴를 먹는 방법을 활발히 공유합니다.
뉴욕 타임스가 예시로 올린 틱톡 영상은 스타벅스에서 아이스 라테를 싸게 먹는 법을 알려줍니다. ‘스타벅스 비밀 메뉴’, ‘돈 절약하는 법’ 같은 태그가 달린 이 영상은 420000이 넘는 조회수를 자랑합니다.
3. 우주에선 라즈베리 맛 난다?
미지에 대한 관심을 식품으로!
뉴욕 타임스가 주목한 다음 트렌드는 ‘우주에 대한 관심’입니다. Glen은 미국인 최초로 우주 궤도를 돈 우주 비행사입니다. 그는 비행 중에 우주선 안에 있는 기기를 통해 물을 마셨습니다. 그런데 화학 반응 때문에 물맛이 좋지 않아 Tang이라는 제품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Tang은 물에 넣으면 오렌지 주스 맛이 나는 분말입니다. Tang 측에서는 제품이 맛있고 몸에 좋으면서 간편해 우주 비행사의 선택을 받았다고 홍보하며 자랑했습니다. 그 결과 Tang은 당대 엄청난 인기를 끌었습니다.
2023년에는 미국 우주탐사기업 스페이스 X를 비롯한 민간 기업들이 우주 관광을 본격적으로 진행할 예정입니다. 한국에서는 유명 아이돌 그룹 빅뱅의 멤버 탑이 2023년에 달 관광을 갈 것이라고 밝혀 화제가 됐습니다. 뉴욕 타임스는 이런 분위기 속에서 2023년에도 Tang이 유행했던 것처럼 우주 관련 식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코카콜라는 2022년에 신제품 ‘별빛 코카콜라’를 출시했습니다. 새 콜라는 우주 맛이라는 코카콜라의 설명에 미국 누리꾼의 반응이 폭발적이었습니다. ‘우주 맛이라는 것은 어떤 맛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토론이 이어졌고, 라즈베리 맛이 날 것이라는 추측이 우세했습니다. 2009년 가디언 기사에서 천문학자들이 은하계 중심에서 라즈베리 맛과 럼주 향이 날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이야기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NBC 유니버설에서 방송하는 미국 인기 텔레비전 프로그램 Top Chef는 2022년 5월 5일 방송에서 출연자들에게 화성에 있는 우주인을 위한 메뉴를 만들라는 지시를 내렸습니다. 경쟁에서 우승한 요리는 실제로 우주 정류장이나 미국 우주선 내에서 비행사에게 제공될 수 있다고 합니다.
뉴욕 타임스는 이렇게 우주에 대한 관심을 활용하는 식품 마케팅이나 콘텐츠가 인기를 끌 수 있는 이유를 하나 더 이야기했습니다. 일상 공간에서 환멸과 지루함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미지의 공간인 우주가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비일상적이고 새로운 것으로 가득한 우주에 대한 생각이 영감과 즐거움으로 이어지는 것이죠.
4. 먹기만하는 외식은 식상!
펀과 볼거리 있는 식당 인기
감염병 대유행으로 인해 오프라인 활동은 줄고 온라인 활동은 늘어났습니다. 많은 기업이 오프라인 소비가 줄어드는 상황을 해결할 방법을 고민했죠. 그래서 나온 것이 바로 ‘체험형 공간’입니다.
현장을 찾은 손님이 단순히 물건을 사거나 서비스를 받고 집에 돌아가야 한다면 차라리 상품 배송이나 온라인 서비스를 선택할 것입니다. 하지만 기업이나 상품과 관련된 다양한 체험을 제공하면 소비자가 현장에 방문해야 할 이유가 풍부해지죠. 즐거운 경험을 함께하기 위해 친구나 연인, 가족을 데려오기도 합니다. 이런 경우 사회적 교류가 이뤄지는 놀이 공간으로 의미가 확장됩니다.
외식 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전 세계인이 3년간 외식에 제한을 받다가 드디어 조금씩 외식을 즐길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식당이 단순히 먹고 마시는 공간을 넘어서 사회적 상호작용을 하는 공간으로서 의미가 소중해졌습니다. 즐거움과 볼거리가 있는 식당은 이런 시대적 요구에 딱 들어맞죠.
노르웨이 오슬로에 있는 식당 ‘Under’는 바닷속에 지은 식당입니다. 손님은 유리 너머로 바닷속 세계를 감상하면서 특별한 식사를 할 수 있습니다.
뉴욕 타임스는 이렇게 거창한 체험을 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더라도 손님에게 즐거운 체험을 제공할 수 있는 식사가 사랑받으리라 예측했습니다. 더 가벼운 유형의 체험형 식사로는 모양이 독특한 얼음, 불꽃이 활활 타오르거나 색이 변하는 음식, 라이브 음악을 즐길 수 있는 시스템 같은 요소를 예시로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미국을 중심으로 뉴욕 타임스에서 제시한 2023 식품 트렌드를 알아보았습니다.
한국 사회와 연관된 부분이 많아 흥미롭지 않나요? 역시 현대 사회는 세계화 사회라는 것을 또 한 번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대유행이 한국뿐 아니라 해외 식품 트렌드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것도 알 수 있었습니다.
2023년에는 코로나 19가 말끔하게 종식되고 걱정 없이 소중한 사람과 맛있는 음식을 즐길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더농부 인턴 방정은
제작 총괄 : 더농부 에디터 나수연
nong-up@naver.com
더농부
참고=
The New York Times, <How Will We Eat in 2023? Here Are 10 Predictions.>
Food&Wine, <How NASA Made Tang Cool>
한경닷컴, <진짜 ‘저세상 맛’…한정판 별빛 콜라 출시하는 코카콜라 [이지현의 브랜드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