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 년간 인류와 함께 해 온 ‘쌀’…과거와 현재를 따라가 보다 <군침 도는 책 이야기>

여러분은 쌀을 얼마나 아시나요. 이천 쌀은 어떤 품종이고, 인류가 쌀과 함께 해 온 시간은 얼마나 됐을까요? ⓒ뉴시스

한식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재료, ‘쌀’

쌀 품종부터 재배 역사까지 알아보다

<군침 도는 책 이야기> 세 번째 시간입니다.

33℃를 넘어가는 요즘. 더위 탓에 입맛이 영 생기질 않습니다. 물가도 올라 자주 찾는 식당 메뉴 가격이 낯설기만 합니다. 그래도 “꼬르륵….” 배꼽시계는 정확합니다. 무얼 먹을까 고민하다, 오늘은 집밥을 먹겠다고 결정해 봅니다. 아차! 밥을 안 지었습니다. 다행히 쌀은 넉넉하게 있습니다. 따뜻한 밥에 갖가지 반찬을 올려 먹을 생각에 어느덧 침이 고입니다.

그렇습니다. 앞에서 짐작하셨겠지만, 오늘은 쌀 얘기를 해 볼까 합니다. 여러분은 쌀에 대해 얼마나 아시나요? 우리가 자주 먹는 이천 쌀의 품종은 무엇일까요. 인류가 쌀과 함께한 시간은 얼마나 됐을까요. 그동안 우리 곁에 당연하게 있던 쌀이 그냥 주어진 건 아닙니다.

《쌀의 세계사》는 농학박사로 쌀을 연구해온 사토 요우이치로가 쓴 책이다. 《쌀을 닮다》는 쌀과 함께 살아온 평택 신리마을 주민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쌀의 세계사》, ‘농학박사가 쌀을 과학적으로 설명하는 책’

《쌀을 닮다》, ‘평택 신리마을 주민들의 쌀과 삶을 다룬 책’

이러한 궁금증을 풀고, 쌀에 흥미를 붙여줄 두 책을 소개해 봅니다. 농학박사로 쌀을 연구해온 사토 요우이치로가 쓴 《쌀의 세계사》(좋은책만들기)와 강진주 사진작가와 이현주 여행작가가 쌀과 함께 살아온 경기 평택 신리마을 주민의 이야기를 담은 《쌀을 닮다》(진주식당)입니다.

《쌀의 세계사》는 우리가 쌀을 어떻게 재배해왔는지, 쌀 품종은 어떻게 구분되는지 등을 짧지만 알차게 소개합니다. 인류는 벼의 씨인 쌀을 다양한 방법으로 개량해왔습니다. 쌀은 1만 년 전부터 중국 장강 유역에서 재배됐고, 이후 인도 지역과 한반도에도 전파됐습니다. 쌀에는 대체 무엇이 있길래, 지난 1만 년간 우리와 함께 있어 온 걸까요?

쌀은 1만 년 전부터 중국 장강 유역에서 재배됐고, 이후 인도 지역과 한반도에도 전파됐다. ⓒ게티이미지뱅크

쌀에는 당질이 있습니다. 당질은 당류와 전분을 이르는 말입니다. 소화기관을 통과하면 우리 몸 안에 소화액을 만나 포도당으로 분해됩니다. 우리는 포도당을 통해 에너지를 얻습니다. 인류는 몸에 필수적인 이 에너지원을 얻기 위해 쌀을 먹었던 것입니다.

처음부터 쌀이 지금과 같이 개량되었던 건 아니었습니다. 벼는 총 20여 종이 있는데, 이 가운데 우리가 먹는 품종은 두 종뿐입니다. 학계에선 오리자 사티바와 오리자 글라베리마라고 부릅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접하는 벼는 사티바이며, 글라베리마는 아프리카의 니젤 강 유역에서만 볼 수 있습니다.

우리가 주로 먹는 쌀 품종은?…자포니카 품종

자포니카는 쫀득한 찹쌀, 인디카는 퍼석한 멥쌀

자포니카는 쫀득한 찹쌀, 인디카는 퍼석한 멥쌀이다. 자포니카는 아밀로스가 아예 없어, 인디카보다 찰기가 많다. ⓒ

사티바는 인디카와 자포니카로 구분되는데요. 분류법은 규슈대학 카토 시게모토 교수가 처음 사용했습니다. 카토 교수는 1920년대에 일본, 중국, 유럽, 하와이 등 전 세계 쌀을 연구하면서, 일본에 많은 품종을 일본형(자포니카), 다른 한쪽을 인도형(인디카)으로 불렀습니다.

두 품종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간단하게 말하면 자포니카는 쫀득한 찹쌀, 인디카는 퍼석한 멥쌀입니다. 쌀 전분은 아밀로스와 아밀로펙틴으로 구성됩니다. 아밀로스는 아밀로펙틴에 비해 결합력이 약합니다. 아밀로스 비율이 높을수록 찰기가 떨어지는 것이죠. 두 쌀은 아밀로스 비율이 다릅니다. 책에서는 쫀득한 자포니카는 아밀로스가 아예 없고, 퍼석한 인디카는 25% 정도라고 설명합니다.

“쌀은 이 땅의 자연과 사람이 만나는 지점에 늘 있어 왔습니다”

백 세 넘긴 할머니 얘기부터 27년째 마을 이장하는 사연까지

《쌀의 세계사》가 쌀을 과학적으로 분석한다면, 《쌀을 닮다》는 쌀을 만들어온 신리마을 주민의 삶을 조명합니다. 널찍한 책장을 넘기면서 사계절 쌀이 자라나고 열매가 맺히는 장면과 개성 넘치는 마을 주민의 모습을 더욱 선명하게 볼 수 있습니다.

책의 백미는 신리마을에서 살아온 열두 분의 이야기를 담은 ‘세 톨, 쌀과 함께 살다’이다. 이들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눈물이 시큰해졌다가 어느새 웃음이 배시시 번진다.

책은 여섯 장으로 이루어져 있는데요. 백미는 신리마을에서 살아온 열두 분의 이야기를 담은 ‘세 톨, 쌀과 함께 살다’입니다. 열 살에 민며느리로 신리마을에 와 이제는 백 세를 넘기신 이계순 할머니, 27년째 마을 이장을 하는 김상기 씨, 남편과 함께 전통주를 만드는 이예령 씨까지…. 쌀과 함께 살아온 이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읽다 보면 눈물이 시큰해졌다가 어느새 웃음이 배시시 번지곤 합니다.

쌀에 관한 정보를 담은 ‘여섯 톨, 쌀을 헤아리다’ 편도 흥미롭습니다. 쌀(米)의 한자는 십(十)자에 위, 아래로 팔(八)자가 붙었다는 의미입니다. 왜 그럴까요? 책에서는 벼에서 쌀이 되기까지 88번의 과정을 거친다고 설명합니다. ‘쌀의 날’도 이런 의미를 담아 8월 18일로 정해졌습니다. 그렇다면 쌀 한 톨 무게는 얼마일까요? 경기도에서 재배하는 현미를 기준으로 쌀 한 톨은 20g입니다. 성인 1명이 먹는 현미를 100g으로 보면 밥 한 공기에는 쌀알 5000개가 담겨 있는 것입니다.

압력밥솥으로 ‘쌀밥’을 직접 지어봤더니…

밥 짓는 과정 함께 하며 쏠쏠한 재미 느껴

여러분은 어떻게 밥을 짓나요? 전기밥솥으로 만들기도 하고, 바쁠 때는 즉석밥을 이용하기도 합니다. 저도 오랫동안 전기밥솥을 사용해왔는데, 1년 전부터는 압력밥솥으로 밥을 해 먹고 있습니다. 밥 짓는 과정을 함께 한다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갓 지은 밥맛도 훌륭하고요.

먼저 쌀을 푸겠습니다. 두 명이 먹는다고 생각하고 밥그릇으로 넉넉히 두세 번 담아줍니다. 다음으로 쌀을 씻겠습니다. 쌀에 있는 불순물을 제거하기 위해서 첫 번째와 두 번째 물은 빠르게 헹궈줍니다. 세 번째부터 1분가량 손으로 오물쪼물 씻어줍니다. 이때부터는 쌀뜨물로 이용해도 됩니다. 이 과정을 두어 번 더 거치면 세척은 끝났습니다.

이제 물양을 조절할 차례입니다. 중지 손등과 손가락 뼈마디 사이에 물이 찰랑거릴 정도로 받아주면 됩니다. 고슬고슬한 밥을 좋아한다면 물을 조금 덜어내고, 진밥을 좋아하면 더 넣으면 됩니다. 전 고두밥을 좋아해 물양을 줄였습니다.

갓 지은 밥에는 어떤 반찬을 올려 먹어도 맛있다. 지친 몸을 위로하면서, 따뜻한 밥 한 끼는 어떨까. ⓒ뉴시스

이제 센 불로 10분 정도 끓여줍니다. 물이 끓으면 수분이 날아가며 쌀이 맛 좋게 익습니다. 압력핀에서 기압이 빠지면 기차 소리가 납니다. 터지진 않으니 놀라지 않으셔도 됩니다. 다 빠지면, 약한 불로 2~3분 더 끓여줍니다. 이후 불을 꺼 15분 정도 밥이 고슬고슬 해질 때까지 기다리면 됩니다. 시간이 다 지나면 조심스레 뚜껑을 열어 밥을 확인합니다.

자, 이제 완성입니다. 주걱으로 이리저리 밥을 뒤적거려 열기가 아래에도 골고루 갈 수 있도록 합니다. 갓 지은 밥에는 어떤 반찬을 올려 먹어도 맛있죠. 김과 싸 먹어도 좋고, 뜨끈한 찌개와도 잘 어울립니다. 오늘 하루 지친 몸을 위로하면서, 따뜻한 밥 한 끼는 어떠신가요?


FARM 인턴 김민우

제작 총괄 : FARM 에디터 박상익

nong-up@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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