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어디를 가시나요? 한국인이라면 커다란 수조 속에 싱싱한 물고기가 가득한 횟집이나 시장으로 향하는 분들이 대부분일 거예요. 펄떡이는 물고기를 보며 직접 횟감을 고르기도 하죠. 그런데 외국에서는 이런 광경을 보기 어렵다는 사실, 아셨나요?
외국에서도 다양한 회를 즐기지만, 한국처럼 살아있는 물고기를 바로 잡아서 먹는 회는 보기 어렵습니다. 해외에서는 보통 물고기를 잡고 최소 서너 시간이 흐른 후에 회를 먹습니다. 그래서 외국 식당 중에는 횟감을 위해 물고기가 헤엄치는 수조를 두는 곳이 거의 없습니다.
이런 차이가 생기는 이유는 한국의 지리적 특성에서 출발합니다. 한국의 서해와 동해는 탁 트여 있지 않고 중국과 일본 사이에 놓여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 바다에는 한곳에 정착하면서 서식하는 물고기가 많습니다. 이런 물고기를 ‘토착성 어종’이라고 합니다.
한국인이 즐겨 먹는 국산 생선을 잠시 떠올려볼까요? 광어, 우럭, 도미, 가자미…. 혹시 공통점을 찾으셨나요? 모두 살이 하얗습니다. 참치처럼 운동량이 많은 물고기는 ‘미오글로빈’이라는 붉은 세포가 많이 들어있는데요, 토착성 어종은 비교적 운동량이 적기 때문에 미오글로빈이 적습니다.
그래서 예로부터 지금까지 한국인의 사랑을 받아온 토종 생선 중에는 살이 하얀 녀석이 많습니다. 이런 흰 살 생선은 색깔뿐 아니라 식감에도 공통점이 있습니다. 회를 떴을 때 붉은 살 생선보다 훨씬 단단하고 쫄깃하죠. 길쭉하게 썰면 시원한 국물에 국수처럼 말아 먹을 수도 있습니다.
오랜 세월 동안 흰 살 생선의 쫄깃한 식감에 익숙해진 한국인은 씹는 재미를 충분히 느낄 수 있는 회를 선호하게 됐습니다. 이렇게 식감이 강한 회를 먹으려면 살아있는 물고기를 즉살하자마자 회로 떠야 합니다. 그래서 한국에서는 다른 나라와 달리 활어회 문화가 지배적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한국 활어회 문화는 이런 한국인의 취향뿐 아니라 다른 요소도 절묘하게 맞아떨어져 탄생한 문화입니다. 우선, 한국인이 좋아하는 흰 살 생선은 다른 어종에 비해 스트레스에 강합니다. 덕분에 바다에서 도시에 있는 가게까지 살아있는 상태로 물고기를 운반하는 것이 가능하죠.
아무리 강한 물고기라도 유라시아 대륙을 횡단하라고 하면 버티기 어려울 텐데요. 한국은 세 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고 국토가 좁은 편입니다. 활어 트럭이 열심히 달리면 물고기가 버틸 수 있는 한도 내에서 전국 방방곡곡에 도달할 수 있죠.
물고기가 받는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 물고기를 트럭에 싣기 전 ‘순치’라는 과정을 거치기도 합니다. 순치는 산지에서 가져온 물고기를 큰 수조에 2~3일 정도 넣어두는 작업입니다. 물고기가 인공적 수조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과정이죠. 한국에만 있는 독특한 작업입니다.
이런 복합적 요인이 작용한 덕분에 주로 선어회나 숙성회를 먹는 외국과 달리 한국에서는 활어회 문화가 계속 이어질 수 있었습니다. 흥미롭지 않나요? 한국에서만 널리 발달한 음식이라고 하니 더 먹고 싶어지기도 합니다. 오늘 저녁은 쫄깃한 활어회 어떠세요?
더농부 인턴 방정은
제작 총괄 : 더농부 에디터 나수연
nong-up@naver.com
더농부
참고=
한국수산회, <싱싱회가 활어회보다 맛이 좋은 이유는?>
MBC, <어영차바다野>
입질의 추억, <생선회의 양대 산맥, ‘흰살생선과 붉은살생선’의 차이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