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밥상에 올라와 건강을 책임지는 시금치! 비타민, 철분, 식이섬유 등 다양한 영양소를 풍부하게 함유해 많은 사랑을 받는 식품이죠. 맛도 좋아 나물, 국거리, 파스타 등 다양한 음식의 재료로 사용되는 등 쓰임새도 다양한데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시금치는 추위에도 잘 견뎌 생존할 수 있는 내한성이 우수합니다. 덕분에 우리는 일 년 내내 시금치를 먹을 수 있죠.
그런데 여기, 같은 시금치지만 ‘시금치’라고 불리지 않는 나물들이 있습니다. 홍길동 처럼 아버지를 아버지라고 부르지 못하는 것도 아니고 시금치를 시금치로 부를 수 없다니, 어떤 특별함 때문일까요?
해풍 맞고 겨울에 자라나는 ‘포항초’
얼었다 녹았다 반복…고소함·단맛 UP
‘포항초’라는 이름만 들어도 어디에서 재배되는 시금치인지 단번에 알 수 있죠. 포항초의 재배지는 경상북도 포항입니다. 시금치는 일주일에도 몇 번씩 밥상에 오를 정도로 흔한 채소죠. 하지만 포항에서 자라는 시금치는 조금 다릅니다. 지역명을 붙여 ‘포항초’라고 특별하게 부르는 이유가 따로 있죠.
일 년 내내 재배할 수 있는 일반 시금치와 달리 포항초는 겨울에만 재배합니다. 9월에 씨를 뿌리고 이듬해 1월부터 3월까지 수확하죠. 자랄 때는 포항의 바닷바람도 실컷 맞습니다. 바람의 영향으로 길게 자라지 못하고 옆으로 퍼지며 자라는 게 특징입니다. 그래서 포항초는 일반 시금치보다 짧지만, 해풍 때문에 맛은 훨씬 더 고소합니다.
포항초는 추운 겨울 날씨 속에 자라는 동안 얼었다 녹기를 반복합니다. 그 과정을 통해 땅속에서 양분과 수분을 공급받죠. 특히 추울 때는 얼지 않기 위해서 스스로 잎사귀에 당분을 끌어 올립니다. 그렇게 단맛이 좋은 특별한 시금치 포항초가 탄생하죠. 추위를 이기고 자라는 만큼 포항초는 일반 시금치에 비해서 단맛이 강합니다. 비타민C, 식이섬유, 미네랄도 풍부하죠. 포항초는 시금치지만, 겨울 제철 채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포항초는 전국 시금치 생산량 중 40% 이상을 차지하는 대규모 단지를 이루고 있습니다. 이런 대규모 단지가 어떻게 탄생했을까요? 그 역사는 일제강점기 시대까지 올라갑니다. 일제강점기 시대부터 포항 송도해변에는 시금치밭이 아주 흔했습니다. 1960년대 중반 그 자리에 포항제철소가 들어서면서 시금치 재배지는 곳곳으로 옮겨졌고 그렇게 포항 전 지역으로 퍼져나갔습니다.
포항초는 2015년 1월, 시금치로 지리적표시농산물 인증을 받았습니다. 지리적표시 인증제도는 지리상 특성이 있는 우수한 농산물이나 농산가공품이 그 지역에서 생산 및 가공됐다는 것을 정부가 보증하는 제도인데요. 추운 겨울에 포항의 해풍을 맞고 자란 포항초는 영양이 풍부하고 포항초 특유의 진한 맛과 향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특산물입니다.
포항초는 잎의 크기가 고르고 짙은 녹색을 띠고 있는 것으로 골라야 합니다. 잎이 넓고 부드러우면서 외관에 이물질이 없는 것이 좋습니다. 손질할 때는 뿌리에 묻은 흙을 잘 씻어내고 물기를 제거합니다. 포항초를 바로 먹지 않고 보관하려면 씻지 않고 냉장 보관해야 합니다. 조금 더 오래 보관하고 싶다면 포항초를 데친 후 여러 개로 나눠 냉동 보관하면 됩니다.
풍부한 단맛과 아삭한 식감 일품
신안 비금도에는 ‘섬초’가 있다!
포항에서 개량된 시금치를 포항초라고 한다면 신안 비금도에서 개량된 시금치는 ‘섬초’라고 부릅니다. 포항초처럼 해풍을 맞고 자랐죠. 섬초는 예전부터 널리 알려진 시금치가 아니었습니다. 섬에서 주민들이 심었던 시금치의 맛이 너무 좋았던 나머지 이 맛이 육지까지 알려지게 된 건데요. 그 시금치가 유명해지자 1996년에 ‘섬초’라는 이름을 붙여 상표를 등록했습니다.
섬초는 노지에서 자라 두꺼운 잎이 특징입니다. 그래서 식감도 좋죠. 모르는 사람이 보면 시금치의 한 종류라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특색있는 작물입니다. 일반 시금치에 비해 잎이 짧고 뿌리는 짙은 보라색을 띱니다. 다른 지역에서 자라는 시금치에 비해 당과 게르마늄 함량이 훨씬 더 높습니다.
섬초는 자라는 동안 겨울에 얼어 죽지 않기 위해 내부의 수분을 최대한 빼내는데요. 그렇게 재배한 섬초는 수분이 적어 풍부한 단맛이 납니다. 일반 시금치보다 맛이 좋아 두세 배 정도 비싸게 팔립니다.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섬초를 꾸준히 찾는 사람들이 많은 이유는 아무래도 특색있는 맛에 있지 않을까 싶네요.
가격도 비싼 섬초, 잘 보고 골라야겠죠? 잎이 두껍고 풍성하면서 표면에 윤기가 도는 것으로 고르는 것이 좋습니다. 잎이 지나치게 넓거나 긴 것, 꽃대가 올라온 것은 피해야 합니다. 뿌리의 붉은색이 선명하고 색이 줄기까지 잘 퍼져 있는 것을 골라야 합니다. 줄기에 물기가 많고 단단한 것이 싱싱한 시금치죠.
일반 시금치는 잎 위주로 먹는데요. 섬초는 뿌리 부분이 더 맛있고 영양이 풍부해서 뿌리도 함께 먹는 것을 추천합니다. 뿌리를 살려야 하는 섬초는 일반 시금치와 손질법이 조금 다릅니다. 보통 시금치는 줄기에 칼을 대 뿌리를 댕강 자르는데요. 섬초는 뿌리 끝부분만 살짝 잘라낸 다음 뿌리 부분을 살려두고 먹습니다. 섬초도 무침이나 국거리로 많이 사용하지만 생으로 먹기도 합니다.
보관할 때는 깨끗이 씻어 흙이나 이물질을 제거하고 키친타월이나 신문지에 싸서 냉장고에 보관합니다. 시금치를 다듬고 소금물에 살짝 데친 뒤 소분하고 비닐에 담아 냉동 보관하는 것도 좋습니다.
사포닌 함량 2배 늘려 고급화
남해군의 보물 시금치 ‘보물초’
경상남도 남해군에서는 ‘보물초’로 불리는 시금치가 재배되고 있는데요. 특유의 달큰한 맛과 꾸준한 홍보로 소비자를 사로잡고 있습니다. 남해군은 2020년 10월 18일 남해 시금치의 새로운 이름인 ‘보물초’를 상표출원했습니다. 남해의 온화한 겨울 날씨에 노지에서 해풍을 맞고 자란 시금치로 보물초를 어필했죠.
농업기술센터는 보물초를 홍보하기 위해 KBS ‘6시 내고향’ 방영, 서울 가락시장 현장 방문, 네이버 광고 등 다양한 시도를 보였습니다. 올해 2월에는 전국 이마트 매장에서 보물초를 판매하기도 했죠. 그전에는 보물초 포장박스를 일괄 제작하기도 했습니다. 꾸준한 홍보를 한 결과 보물초는 많은 소비자에게 알려져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포항초와 섬초에 이어 해풍을 맞아 단맛을 내는 보물초는 일반 시금치와 다른 점이 하나 더 있다고 하는데요. 2022년 12월 수확기를 맞은 보물초는 영양제 사용으로 ‘사포닌’ 함량이 기존보다 2배 정도 많은 상태로 재배됐습니다. 사포닌은 암을 예방하고 혈액순환을 개선하는 효능이 있어 몸에 이로운 영향을 줍니다. 인삼에 들어있는 성분으로 유명하죠. 사포닌 함량이 늘어난 보물초는 고품질 시금치로서 다른 시금치와 차별성을 갖기 위한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올해 3월까지 수확이 이어져 여러분도 사포닌이 풍부한 남해의 보물초를 드실 수 있습니다.
날씨가 많이 따뜻해졌습니다. 여러분은 봄을 맞이할 준비가 되셨나요? 따뜻한 봄이 다가오는 요즘, 오늘 밥상에는 추운 겨울을 이겨내고 씩씩하게 자라난 시금치를 올려보는 게 어떨까요?
더농부 인턴 박의진
제작총괄: 더농부 에디터 나수연
nong-up@naver.com
더농부
참고=
농민신문, <[맛대맛] 봄동 vs 포항초…겨우내 물오른 별미 채소의 ‘맛대결’>
대구일보, <겨울 해풍 이겨내 생명력 가득한 포항초…뽀빠이도 반한 이유 알겠네>
경상매일신문, <“올 설 명절에는 쫄깃 포항 돌문어ㆍ달큰 포항초 먹고 힘내세요”>
우수 식재료 디렉토리, <포항초>, <섬초>
MBC 뉴스투데이, <“비싸도 찾아요”‥달콤한 시금치 ‘신안 섬초’>
월간산, <청정 자연이 기른 명품 시금치 ‘섬초’ 2~3배 비싸도 불티나요>
경남일보, <남해시금치 ‘보물초’…이름 알리기 본격 시동>
아시아경제, <남해군 보물초(시금치), 전국 이마트를 누빈다>
YTN사이언스, <남해 ‘보물초’ 시금치 수확 한창…’사포닌’으로 차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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