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냉면, 어디까지 알고 있나요?…‘우래옥’부터 ‘거냉’까지 <군침 도는 책 이야기>

슴슴한데 자꾸 생각나요…평양냉면, 너 대체 뭐니?

북한 옥류관 평양냉면 ⓒ뉴시스

여름 하면 생각나는 음식 설문조사에서 삼계탕과 함께 1~2위를 다투는 메뉴가 있습니다. 냉면입니다. 그 가운데에서도 평양냉면은 많은 사람이 찾는 음식입니다. 처음 먹는 이들은 그 맛의 새로움을, 자주 먹는 이들은 그 깊이를 느끼고자 음식점으로 발을 서두릅니다. 먹고 난 뒤 다양한 평가가 나옵니다. ‘밍밍한 수돗물을 먹는 느낌이다’부터 ‘담백한 육수와 차진 면이 두고두고 생각난다’까지.

그래서인지 여름이 오면 블로그나 TV 등 여러 매체에서 평양냉면을 다루는 글이나 영상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책도 그렇습니다. 그 오묘한 맛을 이해하기 위해 과거 문인들부터 현재 음식 평론가들까지 글을 써온 것입니다.

그 가운데 이번 여름 평양냉면을 더욱 맛있게 먹게 해 줄 책 두 권을 소개해 봅니다. 2018년 발행한 《냉면의 품격》(반비)과 2014년 발행한 《냉면열전》(인물과사상사)입니다.

평양냉면, 어떻게 만들까?

여름철 메밀꽃이 활짝 폈다. 냉면은 메밀가루로 만든 면을 사용한다. ⓒ뉴시스

그전에 냉면의 특징을 짧게 알아볼까요? 냉면은 메밀가루로 만든 면을 사용합니다. 메밀은 건조한 땅에서도 싹이 잘 트며, 생육기간이 60~100일로 쌀이나 밀보다 짧습니다. 고려와 조선 시대 사람들은 밀가루 면이 아니라 메밀 면을 이용했습니다. 메밀은 점성이 별로 없어 잘 뭉치지 않는 까닭에, 뜨거운 물을 붓고 한 시간 정도 치대야 반죽에 찰기가 생길 정도입니다. 제면 기계가 나오기 전까지 냉면은 쉽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은 아니었습니다.

평양냉면의 핵심은? 짠맛·감칠맛의 조화

《냉면의 품격》(반비) ⓒ더농부

《냉면의 품격》은 이용재 음식 평론가가 31곳의 평양냉면집을 방문하고 맛을 평가한 책입니다. 부제는 ‘맛의 원리로 안내하는 동시대 평양냉면 가이드’입니다. 평양냉면이 가진 독특한 맛을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말로 풀어내고자 한 것입니다. 그는 네 가지 기준을 제시합니다. ‘면’, ‘국물’, ‘고명과 반찬’, ‘접객과 환경’입니다. 앞의 두 가지에 대한 설명이 절반 이상 분량을 차지합니다.

저자는 메밀 함유량이 높은 면에 좋은 점수를 부여했습니다. 메밀은 일반 밀처럼 탄성을 불어넣는 단백질인 글루텐이 없습니다. 가공하기 쉽지 않기에 부드러운 면을 제공하는 냉면집에 더 높은 점수를 줍니다. 국물은 “짠맛과 감칠맛의 균형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1930년대부터 평양냉면에는 감칠맛을 내는 화학조미료(MSG)가 쓰였습니다.

이 책에서 흥미로운 점은 분류 기준입니다. 저자는 세월을 기준으로 ‘한국 평양냉면의 뿌리들’, ‘한국 평양냉면의 가지들’, ‘2000년대 이후 등장한 시도들’, ‘평양냉면의 문법을 차용한 메밀 면 요리’로 나눠 평양냉면집을 소개합니다. 역사가 오래됐다고 좋은 평가를 받은 것은 아닙니다. 총점 5점 가운데 그가 매긴 최고 점수는 4점입니다. 이 점수를 받은 음식점은 우래옥, 벽제갈비-봉피양, 광화문국밥뿐입니다.

서울 중구 우래옥. 저녁 6시 이후에도 음식점을 찾아오는 손님들이 많다. ⓒ더농부

그렇다면 이 평론가가 왜 이 세 곳에 4점을 줬는지 궁금할법합니다. 먼저 우래옥에 대한 그의 평가를 살펴보겠습니다. “(면의 경우) 계절마다 메밀과 전분의 비율이 바뀔 수는 있지만 대체로 긴장감을 잃지 않는다. (국물은) ‘육향’이나 묵직함보다 화학조미료에 방점이 찍혀 갈수록 거칠어지는 느낌이 우려된다”고 설명합니다.

벽제갈비-봉피양 맛은 “묵직하다면 묵직할 고기 국물의 균형을 동치미 국물로 절묘하게 잡았다.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으면서 표정이 뚜렷하고 중심이 잘 잡혀 있으니, 매운맛에도 크게 휩쓸리지 않고 끝까지 자기 목소리를 낸다”고 했습니다.

광화문국밥은 “꼬들거리는 동시에 부드러운 질감의 형용모순적 가치를 구현한다. 다른 한편, 맛에서도 또렷함이 한 켜 더 깔려 맑지만 짠맛과 감칠맛이 분명한 국물과 잘 어우러진다”고 평가합니다.

어떠신가요? 아직 다 가보지 못한 독자라면 미지의 맛을 상상해 보는 재미가, 세 곳을 모두 가본 독자라면 저자의 평가와 비교해 보는 재미가 있으실 겁니다.

책 마지막에 나오는 체크 리스트는 평양냉면의 맛을 평가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또렷한 고소함을 지니고 있는가?(면)’, ‘단맛은 존재하는가? 그렇다면 얼마나 두드러지는가?(국물)’ 등 몇 가지 물음에 답해보며, 자신만의 맛집 목록을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요?

평양냉면은 겨울에 더 맛이 좋다?

냉면에 관해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들

《냉면열전》(인물과사상사) ⓒ더농부

평양냉면의 역사부터 조리 방법 등 여러 정보가 궁금하다면 《냉면열전》을 추천합니다. 10년 넘게 음식 전문 프로듀서로 활동한 백헌석·최혜림 저자는 평양냉면에 대한 정보를 어렵지 않게 설명합니다.

마흔여덟 가지 에피소드를 천천히 읽어보면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소소한 지식을 얻을 수 있습니다. 평양 사람들이 냉면을 먹었던 때는 여름이 아니라 겨울이었다고 합니다. 여름에 얼음 보관이 어렵기도 하지만, 메밀은 겨울에 더욱 맛있기 때문입니다. 어느 때에나 수확이 가능하지만 10월에 수확한 메밀은 겨울에 고유의 은은한 향을 품고 있습니다. 여기에 맛 좋은 겨울 무로 담근 동치미로 육수를 내면 겨울 평양냉면 맛이 별미였음을 알 수 있습니다.

평양냉면은 실향민에게 각별한 음식입니다. 가보고 싶은 고향을 떠올리게 하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먼저 술이나 고기를 먹고 그다음에 면을 먹는, 선주후면의 방식을 지킨다고 합니다. 이 방식은 평양을 중심으로 한 관서 지방에서 가장 귀한 손님을 대접하는 식사법으로 전해져 왔습니다.

선주후면과 더불어 흥미로운 용어가 또 있습니다. 바로 ‘거냉’, ‘민자’, ‘엎어말이’입니다. ‘거냉’은 찬 음식을 먹기 힘든 이를 위해 육수를 살짝 데워 만드는 조리법을 뜻합니다. ‘민자’는 소고기나 돼지고기 고명 없이 면만 추가해 달라는 의미고, ‘엎어말이’는 면 사리를 아예 하나 더 추가하는 주문 방식입니다.

평양냉면을 다룬 두 책 ⓒ더농부

직접 가봤습니다: 우래옥

우래옥 평양냉면 ⓒ더농부

책에서 호평한 평양냉면집은 여러 곳입니다. 많은 곳을 둘러보면 좋겠지만 시간 경비 등의 제약이 가로막습니다. 그래서 두 권의 책에서 모두 호평한 서울 중구 우래옥을 찾았습니다. 냉면공부도 할 겸 맛도 볼 겸 해서 말입니다.

창업자 고 장원일 씨는 1946년 ‘서북관’으로 문을 열었습니다. 6·25전쟁이 일어나고 영업을 중단했다 다시 ‘우래옥’으로 문을 열었습니다. 쉬는 날인 월요일을 제외하면 언제나 문전성시입니다. 제가 찾아간 날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우래옥은 동치미 국물을 쓰지 않고 소고기 육수만 사용합니다. 국물을 맛보면 먼저 소고기 육수 맛이 진하게 입에 돌다 마지막에 단맛이 살짝 남습니다. 평양냉면 하면 떠오르는 밍밍함이 없어 계속 마시고 싶게 합니다. 면 또한 지나치게 질기지 않아 갖가지 고명과 함께 맛있게 즐길 수 있습니다. 면 함량은 메밀이 7 전분이 3인데, 장마철에는 6 대 4 정도로 바뀐다고 합니다. 고명으로 배, 절인 무, 김치가 들어가고, 찬으로는 겉절이가 나옵니다. 처음에는 식초나 겨자 없이 국물을 맛보고, 취향에 따라 양념과 찬을 곁드시는 걸 권합니다.


FARM 인턴 김민우

제작 총괄 : FARM 에디터 박상익

nong-up@naver.com

더농부


▽클릭 한 번으로 식탁 위에서 농부들의 정성을 만나보세요!▽

▽농촌 V-LOG부터 먹거리 정보까지 꿀잼 영상 가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