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 하나만 입에 넣어도 탱글탱글한 살이 입 안에 꽉 차는 킹크랩! 고소하고 달콤한 맛도 크기만큼 압도적입니다. 킹크랩의 한국 정식 명칭은 ‘왕게’입니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도 올라가 있는 이름이죠.
그런데 왕게라는 이름이 무색하게도 킹크랩은 게가 아닙니다. 누가 봐도 게같이 생겼는데 왜 게가 아니라는 걸까요? 진짜 게랑 비교해보면 킹크랩은 가짜 게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여기 진짜 게 꽃게를 데려왔습니다. 다리 개수를 세볼까요? 진짜 게는 꽃게처럼 다리가 10개 달려있습니다. 그런데 가짜 게 킹크랩은요? 잡았다 요놈! 다리가 여덟 개밖에 없습니다.
그럼, 킹크랩의 정체는 대체 무엇일까요? 킹크랩은 게가 아니라 집게입니다. 게와 가재가 다른 것처럼 집게도 아예 다른 부류입니다. 집게는 보통 소라게처럼 생겼습니다.
소라게가 소라껍데기 밖으로 나와 있는 모습을 본 적 있나요? 아마 없을 거예요. 집게가 소라나 고둥껍데기 속에 사는 이유는 배와 꼬리 부분을 가리기 위해서거든요. 집게의 복부는 길고 말랑말랑해 공격받기 쉽습니다.
킹크랩 같은 일부 집게들은 살아남기 위해 몸을 바꿨습니다. 먼저 연약하고 긴 복부를 접어서 안쪽으로 숨겼습니다. 그랬더니 몸통이 짧아졌죠. 껍데기는 갈수록 단단해졌습니다. 그 결과 지금 같은 몸이 완성됐습니다.
게처럼 모습을 바꾼 집게 중 또 다른 유명한 녀석은 코코넛 크랩입니다. 코코넛 크랩은 얼마나 진화를 잘했는지 주식으로 코코넛을 먹는다고 합니다. 코코넛도 자르는 큼직한 집게, 만나게 되면 꽤 무서울 것 같습니다.
반대로 집게인 줄 알았지만, 집게가 아닌 것도 있습니다. 미국 텔레비전 채널 nickelodeon에서 제작하는 유명 애니메이션 ‘네모바지 스폰지밥’에 등장하는 ‘집게 사장’ 캐릭터입니다. “나는 돈이 좋아!”라는 대사로 유명하죠.
겉모습으로 미루어 보았을 때 집게 사장 캐릭터 실제 모델로 가장 유력한 생물은 ‘붉은 달랑게’입니다. 커다란 집게발과 툭 튀어나온 눈, 붉은 몸 색깔이 똑 닮았죠. 집게 사장은 사실 게였네요.
먼 옛날로 거슬러 올라가면 게와 집게는 모두 같은 조상으로 연결됩니다. 길어서 공격당하기 좋았던 배를 짧게 만들어버린 게와 딱딱한 소라 껍데기 속에 숨긴 집게. 어느 쪽이 더 현명한지 우위를 가릴 수는 없지만 모두 생존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것은 알 수 있습니다.
더농부 인턴 방정은
제작 총괄 : 더농부 에디터 나수연
nong-up@naver.com
더농부
참고=
허프포스트코리아, < [바다생물 이야기] ‘게의 왕‘은 게가 아니었다. 킹크랩>
삼삼한 수의사, <[수의사가 보는 동물 캐릭터] 스폰지밥 집게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