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 in 시네마> : 진하지만 깔끔한 젤라토 같은 하루! 영화 ‘로마의 휴일’

낮 최고기온이 30도를 웃도는 무더운 날씨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2022년 5월 기상청이 이미 여름 더위를 예고하기도 했죠. 기상청은 2022년 여름 기온이 평년과 비슷하거나 더울 확률이 80% 이상이라고 전했습니다.

날씨가 더워지며 아이스크림 매출이 상승했습니다. 2022년 6월 21일 편의점 CU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19일까지 집계된 아이스크림 매출이 전월 동기 대비 29.1% 증가했습니다. 다른 편의점 상황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같은 기간 GS25, 세븐일레븐, 이마트24 아이스크림 매출은 각 44.9%, 20%, 15% 늘어났습니다. 정말 여름이 다가온 것 같습니다.

여름과 아이스크림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입니다. ⓒ게티이미지뱅크

아이스크림 하면 이 영화 절대 빼놓을 수 없지!

오드리 헵번의 할리우드 데뷔작 <로마의 휴일>

아이스크림이 많이 팔렸다고 하니 떠오르는 영화가 있습니다. 아이스크림 한 스쿱의 낭만을 보여주는 영화, 윌리엄 와일러 감독의 <로마의 휴일>(Roman Holiday, 1953)입니다.

<로마의 휴일>은 세기의 여배우 오드리 헵번의 할리우드 데뷔작으로도 유명합니다. 유럽에서 스크린과 연극 무대를 오가던 헵번은 해당 작품으로 할리우드에 진출했습니다. 이미 명배우로 이름을 떨치고 있었던 그레고리 펙과 호흡을 맞추면서 단번에 아카데미 여우주연상까지 수상하죠. 헵번은 큰 인기를 얻었고 영화에 나온 그녀의 옷차림과 ‘숏 컷’ 헤어스타일마저 전 세계를 강타하기에 이릅니다. 헵번이 영화 속에서 먹었던 아이스크림도 마찬가지였죠.

헵번의 모습은 ‘헵번 스타일로’ 불리며 유행했습니다. 영화 <로마의 휴일> 스틸사진. ⓒ파라마운트픽처스.

하지만 영화가 상영되는 줄곧 헵번과 함께 했던 그녀의 차림새와 달리 아이스크림은 아주 짧은 시간 등장합니다. 스크린에 모습을 비춘 시간을 생각하자면 아이스크림의 파급력이 강력했다는 걸 짐작할 수 있죠. 과연 헵번이 어떻게 아이스크림을 먹었을지, 그 아이스크림에 어떤 의미가 숨어있을지 영화를 찬찬히 살펴보며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바쁜 일정 지쳐 일상 탈출한 앤 공주

기자 브래들리를 운명적으로 만나다

‘앤 공주’(오드리 헵번 분)는 유럽 각국을 방문하며 정신없는 공식 일정을 이어갑니다. 목적지에 도착해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외교를 위해 각종 파티와 행사에 참석하며 바쁜 하루를 보내죠. 방금 도착한 이탈리아 ‘로마’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자리하는 곳마다 미소를 띤 채 무수히 많은 사람들과 악수를 나누죠.

로마에서의 첫 일정을 마무리한 그날 밤 침대에 누운 앤 공주가 다음날 일정을 듣고 있습니다. 10분 단위로 빡빡하게 짜여 있네요. 가만히 수행원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앤 공주가 “그만!”이라고 소리칩니다. 수행원의 말을 무시하고 소리치더니 결국 베개에 머리를 파묻고 눈물을 흘립니다. 수행원이 의사를 부르려고 하자 “의사는 필요 없어! 제발 평화롭게 죽게 놔둬”라고 말합니다. 곧 침실로 들어온 의사가 진정제와 수면제를 함께 투여합니다.

영화 <로마의 휴일> 스틸사진. ⓒ파라마운트픽처스.

주사를 맞은 앤 공주가 의사에게 불을 켜놔도 괜찮은지 묻네요. 의사는 고개를 끄덕이며 “최선책은 잠시라도 하고 싶은 걸 하는 거니까요”라고 답합니다. 앤 공주는 사람들이 빠져나간 뒤 잠에 들려 하지만 이상하게도 잠이 오지 않습니다. 창밖을 보니 화려한 로마의 야경이 눈을 사로잡습니다. 사람들이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앤 공주는 옷을 갈아입고 충동적으로 대사관을 빠져나와 로마의 밤을 구경합니다.

아메리칸 뉴스의 기자 ‘조 브래들리’(그레고리 펙 분)는 동료들과 카드 게임을 하다 먼저 집으로 돌아가는 중입니다. 내일 오전 11시 45분 앤 공주의 인터뷰가 있기 때문이죠. 그런데 집으로 돌아가던 중 벤치에 누워있는 한 여인을 발견합니다. 브래들리가 여인을 깨워보려 하지만 여인은 악수를 청하며 행복하단 헛소리를 합니다. 결국 브래들리는 잠에 취한 여인을 자신의 집으로 데려옵니다.

이상한 여자를 돌봐주느라 피곤했던 걸까요. 브래들리는 늦잠을 자고 맙니다. 뒤늦게 사무실로 뛰어간 그는 앤 공주가 건강 문제로 인터뷰를 취소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죠. 의아함을 느끼던 순간 그의 눈에 한 사진이 들어옵니다. 앤 공주의 사진입니다. 그런데 뭔가 낯이 익습니다. 어디서 많이 본 얼굴 같습니다. 어제 자신이 집에 데려온 여자입니다.

브래들리는 앤 공주가 아픈 게 아니라 일탈을 저질렀다는 걸 깨닫습니다. 그는 편집장에게 앤 공주의 독점 인터뷰를 따오겠다 장담하며 사무실을 나섭니다.

스페인 계단에서 젤라토를 먹는 앤 공주. 영화 <로마의 휴일> 스틸사진. ⓒ파라마운트픽처스.

브래들리는 앤 공주를 깨워 모르는 척 말을 겁니다. 앤 공주와 시간을 보내며 기삿거리를 찾으려는 속셈입니다. 하지만 앤 공주는 돌아가야 한다고 말하죠. 브래들리는 떠나는 앤 공주를 미행하며 그녀를 관찰합니다. 그러다 우연인 척 스페인 계단에서 ‘젤라토’를 먹고 있던 앤 공주에게 다가가죠. 브래들리와 대화하던 앤 공주는 노상 카페에 앉아도 보고 쇼핑을 하고 빗속을 걸어보고 싶다는 말합니다. “멋져요! 함께 해볼까요?” 브래들리는 앤 공주를 이끌고 로마 시내를 구경하기로 합니다.

꼭 기억해야 할 하루 ‘로마의 휴일’

두 사람은 함께 하루를 즐깁니다. 마치 휴일처럼요. 스쿠터도 타고 콜로세움도 구경합니다. 카페에서 커피와 샴페인을 마시며 대화하죠. 선상 파티에 가 춤도 춥니다. 이 모든 과정을 브래들리의 친구이자 사진기자인 ‘어빙’(에디 알버트 분)이 촬영합니다.

일탈이 너무 길었던 걸까요? 앤 공주를 찾으려는 요원들이 선상 파티에 들이닥치고 파티는 엉망이 됩니다. 앤 공주와 브래들리는 요원들을 뿌리친 채 도망칩니다. 파티장에서 빠져나온 두 사람, 숨을 고르며 서로를 응시하더니 키스합니다.

파티에서 춤을 추는 브래들리와 앤 공주. 영화 <로마의 휴일> 스틸사진. ⓒ파라마운트픽처스.

둘은 다시 브래들리의 집으로 돌아옵니다. “요리를 할 수 없다니 유감이군요.” 앤 공주는 요리, 청소, 바느질을 모두 배웠지만 할 기회가 없었다고 말하죠. “이사를 해야 할 것 같네요. 부엌이 있는 곳으로 말이죠.” 브래들리가 앤 공주를 뚫어질 듯 쳐다보며 말합니다. 마치 계속 함께 하자는 것 같습니다. 그런 브래들리를 바라보던 앤 공주는 결국 고개를 떨어트립니다. “지금 가봐야 할까 봐요.” 브래들리는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하지만 앤 공주는 아무 말도 하지 말아 달라고 합니다. 결국 함께 할 수 없다는 걸 알고 있는 까닭입니다.

앤 공주를 바래다준 뒤 홀로 남은 브래들리가 다음날 새로 잡힌 앤 공주의 인터뷰장에 갑니다. 계속 앤 공주를 쳐다보네요. 앤 공주 역시 브래들리가 신경 쓰이는 모양새입니다. 인터뷰가 진행되고 한 기자가 질문합니다. “가장 즐거우셨던 도시는 어디였나요?” 침묵을 지키던 앤 공주가 답합니다. “로마. 꼭 로마를 기억하겠어요. 살아있는 한 이곳의 방문을 기억하겠어요.” 마치 브래들리에게 말하는 듯합니다.

인터뷰 장소에서 앤 공주를 바라보는 브래들리. 영화 <로마의 휴일> 스틸사진. ⓒ파라마운트픽처스.

인터뷰가 끝나고 앤 공주가 기자들과 인사를 나눕니다. 브래들리와도 악수하며 인사하죠. “아메리칸 뉴스의 조 브래들리입니다.” 마지막이 되어서야 진정한 정체를 밝힌 채 시선을 마주하는 두 사람입니다. 그렇게 인터뷰 일정이 종료되기 직전 앤 공주가 기자들을 바라봅니다. 브래들리와 마지막으로 눈을 마주합니다. 두 사람은 작게 미소 지은 채 작게 고개를 끄덕입니다. 앤 공주가 돌아서며 두 사람의 시간이 끝을 맞이합니다.

앤 공주가 먹었던 아이스크림

‘젤라토’ 진하지만 깔끔한 맛!

브래들리는 앤 공주가 떠난 인터뷰장에 가장 오래도록 남아있다 자리를 벗어납니다. 홀로 걸어 나오는 브래들리의 옅은 미소와 함께 영화가 마무리되죠. 짧은 시간 펼쳐졌던 두 사람의 꿈같은 만남이 끝났다는 걸 깔끔히 인정한 모습입니다.

두 사람이 보낸 로마에서의 시간과 헤어짐은 앤 공주가 스페인 계단에서 먹었던 아이스크림, ‘젤라토’를 떠올리게 합니다. 짧지만 강렬한 하루를 뒤로하고 담담히 마지막을 맞이하는 둘의 모습이 그러했습니다. 16세기 피렌체에서 탄생했다고 알려진 젤라토는 일반적인 아이스크림과 색다른 재료 조합으로 독특한 맛을 내는 아이스크림입니다. 강하고 진한 맛을 느낄 수 있는 동시에 깔끔한 맛으로 유명하죠.

앤 공주가 먹었던 빨라쪼의 젤라토. ⓒ빨라쪼 델 프레도

젤라토에 강하고 진한 맛을 더하는 비밀은 ‘적은 공기 비율’입니다. 아이스크림이 부드러운 정도는 원액과 공기의 비율로 결정됩니다. 이를 ‘오버런(Overrun)’이라고 하죠. 원액과 공기의 비율이 1 대 1이라면 오버런은 100%입니다. 오버런 수치가 높을수록 공기가 많고 아이스크림이 부드럽습니다. 반대로 오버런 수치가 낮다면 아이스크림이 진하고 빽빽해집니다. 젤라토가 그렇습니다. 시중에 판매되는 일반적인 아이스크림의 오버런은 100%지만 젤라토의 오버런은 30%에 불과합니다. 다른 아이스크림보다 공기가 적게 들어간 만큼 쫀득하고 단단한 식감을 주죠. 재료의 맛도 강하게 납니다.

진한 맛과 식감에도 깔끔함을 유지하는 비밀은 크림과 우유, 지방의 비율에 있습니다. 젤라토는 크림보다 우유 비율이 높은 아이스크림입니다. 지방 함량도 4~8% 정도입니다. 다른 아이스크림은 보통 우유보다 크림 비율이 높습니다. 지방 함량도 10%를 웃돌죠. 젤라또 특유의 깔끔한 맛이 느껴지는 이유입니다. 크림과 지방이 적은 만큼 깔끔하고 단백한 맛이 느껴지는 것이죠.

오버런이 높은 일반 아이스크림. ⓒ게티이미지뱅크

브래들리와 앤 공주는 단 하루를 함께 하지만 사랑을 느꼈습니다. 짧은 시간 동안 많은 것들을 즐겼죠. 하지만 서로가 다르다는 걸 알기에 헤어짐을 겸허히 받아들였습니다. 진한 젤라토의 맛이 깔끔히 마무리되는 것처럼요. 화를 내지도 않고 눈물을 흘리지도 않습니다. 단지 처음 만났을 때와 같이 악수 한 번과 눈 맞춤으로 만남을 마무리합니다.

2022년 6월 기준 국내에 약 200개의 젤라토 매장이 있다고 합니다. 날씨가 무더워진 요즘 여름휴가를 떠나 젤라토 가게를 찾아가 보는 건 어떨까요? 브래들리와 앤 공주처럼 특별한 만남이 있을지 모르니 말이죠!


FARM 인턴 김동희

제작 총괄 : FARM 에디터 박상익

nong-up@naver.com

더농부

참고=

매거진F, <17호 아이스크림>

아시아경제, <아이스크림 최대 60% ‘뚝’…편의점 초저가 할인 전쟁>

한국일보, <이용재의 식사(食史)-젤라토는 쫀득한데 소프트아이스크림은 부드럽다… 왜?>

한겨레, <‘알지만, 늘 새로운 맛’ 젤라토, 커피만큼 강력한 트렌드 될까 [ESC]>

guide.michelin.com, <젤라또 VS. 아이스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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