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치는 고등어, 꽁치와 함께 등 푸른 생선을 대표하는 ‘국민 생선’으로 꼽힙니다. 날이 추워지면 10월부터 살에 기름이 오릅니다. 지방 함량이 평소보다 40%나 늘어나죠. 겨울 끝자락인 2월까지 제철입니다.
삼치는 성장 단계에 따라 맛이 다르다고 합니다. 보통 급식이나 마트에서 볼 수 있는 삼치는 새끼 삼치죠. 다 큰 삼치와 다른 점이 많기 때문에 닭과 병아리를 구분하는 것처럼 ‘고시’라는 이름으로 부릅니다.
고시는 몸길이가 30cm 안팎일 때 붙는 이름입니다. 이보다 커진 ‘청소년 삼치’는 ‘야나기’라고 부릅니다. 길이가 70cm를 넘어가고 무게가 1kg이 넘으면 비로소 ‘어른 삼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완전히 자라면 1.5m까지 커집니다. 삼치는 사실 이런 대형 어종입니다.
보통 우리는 삼치를 떠올리면 단단한 육질과 담백한 맛을 생각합니다. 하지만 어른 삼치는 부드럽고 기름진 생선입니다. 어민 사이에서는 삼치가 5kg은 넘어야 고소한 제맛이 난다고 이야기합니다.
삼치라는 이름은 다산 정약용의 형인 정약전이 지었습니다. 다른 물고기보다 세배 빠르고, 세배 크고, 세 가지 맛이 나서 삼치라고 지었는데요. 세 가지 맛이 무엇인지는 구체적으로 전해지지 않아 알 수 없지만, 세배 빠르고 세배 큰 물고기라고 묘사한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삼치는 바다의 폭주족이라고 불릴 만큼 헤엄치는 속도가 빠릅니다. 무려 시속 100km까지 낼 수 있죠. 초기 성장 속도도 무척 빠릅니다. 알에서 깨어나 6달 만에 33~46cm로 자랍니다. 그리고 7년 차가 되면 한국 성인 여성 평균키 (159.6cm)보다 조금 작은 1.5m까지 커집니다.
삼치라는 명칭이 정착되기 전에는 지역마다 삼치를 다양한 이름으로 불렀습니다. 그중 하나인 망어(亡魚)라는 이름에는 슬픈 이야기가 담겨있습니다. 조선시대에 서울에서 자란 한 선비가 전라도 관찰사로 부임했습니다. 그는 어촌에서 처음으로 삼치 회를 먹어보고 반해버렸습니다.
충심이 깊었던 관찰사는 임금님께도 삼치 맛을 알려드리고 싶어 한양으로 삼치를 보냈습니다. 하지만 삼치는 지방이 많아 금방 상해버렸고, 임금에게 다다랐을 때는 악취가 났습니다.
삼치를 본 임금은 관찰사가 자신을 능멸하는 것이라고 생각해 화를 냈습니다. 그리고 관찰사는 곧 관직에서 내려오게 됐습니다. 이후 삼치는 ‘관찰사를 망하게 만든 물고기’라는 뜻에서 망어(亡魚)라는 이름이 생겼습니다.
제대로 알아볼 시간도 없이 임금님께 선물할 만큼 맛있었다는 걸 보니 아마도 관찰사는 어른 삼치를 맛본 것 같습니다. 어른 삼치의 맛이 궁금해지셨나요? 전국 어촌 중에서 삼치로 가장 유명한 전라남도 고흥군 나로도에 가면 대삼치라고 불리는 어른 삼치를 만날 수 있습니다.
더농부 인턴 방정은
제작 총괄 : 더농부 에디터 나수연
nong-up@naver.com
더농부
참고=
헬스경향, <[제철음식 즐기기] 겨울철 사르르 녹는 최상의 맛 ‘삼치’>
머니투데이, <양반은 피했다는 ‘삼치의 비밀‘>
한겨레, <어제 먹은 그 삼치, 삼치가 아니라오>
한겨레온, <[마광남] 삼치>
이데일리, <[e주말] 일본인도 최고로 치던 겨울별미 ‘나로도 삼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