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복치 같다’는 말 들어본 적 있으신가요? 이 말은 2014년 일본에서 제작한 스마트폰 게임 ‘살아남아라! 개복치’에서 나온 말입니다. 게임 속 개복치는 ‘바다거북이 무서워서’ 같은 어처구니없는 이유로 쉽게 죽어버립니다. 극한의 난이도와 웃긴 스토리로 게임이 유명해지면서 ‘개복치 같다’는 곧 ‘약하다’를 의미하게 됐습니다.
사실, 개복치가 죽는 원인이라고 알려진 얼토당토않은 이야기들은 일본 유명 작가 ‘삿칸’이 트위터에 올린 장난 트윗에서 시작됐습니다. 이후 일본 트위터리안끼리 재밌어 보이는 말을 덧붙인 루머 덩어리가 개복치 게임의 인기와 함께 전 세계에 퍼져버렸죠. 개복치는 길이 4미터, 무게 2톤까지 자라며 가죽은 권총으로도 뚫을 수 없습니다. 실제로는 바닷속에 천적도 거의 없는 무적 거대 어종입니다.
우리가 몰랐던 비밀이 많은 개복치! 둘 중 무엇이 진실일까요?
1) 개복치는 먹을 수 있는 생선이다.
2) 개복치는 먹을 수 없는 물고기다.
개복치는 먹을 수 있는 생선입니다. 우리나라 동해에서 잘 잡히는 생선이죠. 가장 많이 잡히는 시기는 4월입니다. 개복치를 즐겨 먹는 지역은 부산, 울산, 경상남도 등 영남권입니다. 탕, 숙회, 회무침 등 다양한 요리로 만들어 먹죠. 영남권에서 개복치는 결혼식이나 제사, 장례식 같은 중요한 날에도 찾는 친숙한 생선입니다.
그렇다면 개복치는 어디부터 어디까지 먹을 수 있을까요?
1) 껍질부터 내장까지 알뜰살뜰 다 먹을 수 있다.
2) 아무데나 먹으면 아플 수도? 오직 속살만!
개복치는 속살뿐 아니라 껍질, 근육, 연골, 내장 부위도 먹을 수 있는 생선입니다. 안 그래도 거대한 생선인데, 먹을 수 있는 부위도 다양해서 개복치 한 마리만 있으면 마을 잔치를 열어도 될 수준이죠. 많은 부위 중에서도 개복치 내장은 양념을 발라 구우면 먹장어구이와 비슷한 별미입니다.
그래도 ‘생선’ 하면 뭐니 뭐니 해도 속살 아닌가요? 개복치 살은 무슨 맛일까요?
1) 참치처럼 고소하고 기름진 맛
2)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 무(無)맛
하얀 개복치 속살은 마치 청포묵처럼 생겼는데요. 콜라젠 덩어리라 탱글탱글한 느낌까지 똑 닮았습니다. 청포묵에서 특별한 맛을 느끼기 어렵듯이, 개복치 속살도 별맛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신선한 개복치는 딱히 향도 없습니다. 회로 먹을 땐 기름기가 많긴 하지만 참치처럼 고소한 맛은 아닙니다.
개복치는 ‘이 물고기’가 진화과정을 거쳐 탄생한 종입니다. 둘 중 어느 물고기일까요?
1) 갈치
2) 복어
개복치 사촌은 복어였습니다! 두 물고기, 듣고 보니 닮았나요? 복어는 오랜 시간 동안 진화 과정을 거치면서 다양한 종으로 나뉘었습니다. 그중에는 개복치도 있고, 우리가 쥐포로 만나는 쥐치도 있죠. 그래서 개복치는 생물학상 복어목에 속합니다. 아직 복어에서 개복치로 넘어가는 단계를 보여주는 화석은 찾지 못했지만 8000만 년 전쯤에 나눠진 것으로 추측됩니다.
이제 개복치에 대한 오해가 풀렸나요? 퀴즈를 풀면서 자세히 알아보니 더 친근해진 느낌이 드는 것 같습니다. 사실은 누구보다 강하고 매력 많은 물고기인데 그동안 개복치가 얼마나 억울했을까요! 이제 ‘개복치 같다’는 ‘예민하고 약하다’가 아니라 ‘무던하고 강하다’로 바꿔야 하지 않을까요?
더농부 인턴 방정은
제작 총괄 : 더농부 선임에디터 공태윤
nong-up@naver.com
더농부
참고=
경상매일신문, <‘포항 특산품 개복치’ 화장품에 쏘옥~>
사와이에쓰로, <개복치의 비밀>
부산일보, <내가 먹은 개복치, 혹시 상어내장?>
국제신문, <개복치…잡히면 버리는 고기?, 별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