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박 먹으면 안 되는 사람 있다는데…만성 신부전증 환자의 건강한 여름 나기

수박 한 조각이 간절한 여름입니다. 빨간 과육을 깨물면 입안에서 단맛이 시원하게 부서지죠. 한여름 더위를 달콤하게 식혀주는 수박. 그런데 이 수박을 멀리해야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만성 신부전증(이하 신부전증) 환자입니다.

여름엔 물을 많이 마십니다. 달콤한 제철 과일도 자주 찾게 됩니다. 모두 신부전증 환자에게 위험한 습관입니다. 무엇을 주의해야 할지 알아봅시다.

콩팥은 우리 몸속 여과기

요독 쌓이면 큰 합병증 와

콩팥은 성인 주먹 크기의 장기로, 강낭콩 모양이 특징이다. 배보다 등 쪽에 가깝다. ⓒ게티이미지뱅크

콩팥은 우리 몸속 여과기입니다. 몸에서 만들어지는 노폐물을 걸러내 소변으로 배출하죠. 이 노폐물을 요독이라 부릅니다. 몸에 쌓이면 심각한 합병증을 일으킵니다.

몸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기관도 콩팥입니다. 콩팥은 칼륨이나 칼슘 농도를 조절합니다. 염분을 배출해 혈압을 정상으로 맞춰주기도 합니다. 오뚝이 속 무게중심과 같은 역할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구분

사구체 여과율

(㎖ / min / 1.73㎡)

제1기

≥ 90

제2기

60~89

제3기

30~59

제4기

15~29

제5기

< 15

신부전증은 콩팥 기능이 3개월 이상 떨어지는 병입니다. 콩팥엔 사구체라는 모세혈관 덩어리가 있습니다. 사구체가 노폐물을 얼마나 걸러낼 수 있는지에 따라 신부전증을 제1~5기로 구분합니다. 1분에 혈액 90~120㎖를 거르는 제1기를 정상으로 봅니다.

제4기부터는 다양한 부작용이 발생합니다. 먼저 콩팥이 조혈 호르몬을 만들지 못해 빈혈이 생깁니다. 몸속에 인이 쌓여 뼈가 약해지고, 칼슘이 혈관에 들러붙는 혈관 석회화도 심해집니다. 제5기는 가장 중증입니다. 혈액·복막 투석, 콩팥 이식이 필요합니다.

여름 제철이라도 고칼륨 과일·야채 피해야

당뇨 없다면 시럽 뺀 과일 통조림 먹으면 돼

신부전증 환자에게 여름철 과일과 채소는 금지 식품입니다. 수박·참외·멜론·토마토·바나나… 모두 고칼륨 식품입니다. 적당한 칼륨은 심혈관 질환을 예방하지만, 과하게 쌓이면 심장마비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이를 고칼륨혈증이라고 합니다.

신부전증 환자는 칼륨을 제대로 배출할 수 없습니다. 고칼륨혈증에 걸리기 쉬운 상태죠. 혈중 칼륨 농도가 높아지면 쉽게 피로해집니다. 심장마비 외에도 부정맥, 근육 마비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혈액 투석을 받을 정도로 중증이라면 수박 두세 쪽도 위험합니다. 칼륨 흡수를 막아주는 약을 먹으며 식이요법을 실천해야 합니다.

수박은 7~8월이 제철이다. 수분이 많고 달콤해 여름철에 즐겨 찾는 과일이다. ⓒ게티이미지뱅크

칼륨은 거의 모든 식품에 들어있습니다. 우리 식탁에서 칼륨을 내쫓긴 불가능합니다. 굳이 과일을 먹고 싶다면 최대한 칼륨이 적게 든 것으로 골라야 합니다. 과일 중에선 사과나 파인애플이 낫습니다.

생과일을 과일 통조림으로 대신해도 좋습니다. 물에 오래 담가두면 과일 속 칼륨이 빠져나가는 원리입니다. 시럽은 버리고 먹으면 됩니다. 다만 당뇨병과 신부전증을 동시에 앓는 환자에겐 추천하지 않습니다. 이때는 당분이 많은 과일 통조림을 피해야 합니다.

탄산음료나 아이스크림도 ‘NO’

인 섭취 최대한 줄여야 합니다!

인이 많이 들어간 음식도 금지 식품입니다. 콩팥이 인을 걸러내지 못하면 뼈에서 칼슘이 빠져나옵니다. 혈액 속 인과 칼슘 농도를 맞추기 위해서죠. 뼈에 구멍이 생기는 골다공증이나 뼈가 약해지는 골연화증이 생길 수 있습니다.

아이스크림엔 인 함유량이 높은 식품 첨가제가 들어간다. ⓒunsplash

인도 칼륨과 마찬가지입니다. 웬만한 음식엔 다 들어있습니다. 견과류와 유제품에 특히 많습니다. 대한신장학회는 하루 인 섭취를 800~1000㎎으로 제한합니다. 하루에 먹는 인을 정확히 계산하기 어려우니, 최대한 견과류와 유제품 섭취를 줄여야 합니다. 전문가는 하루 우유 한 잔까지를 권합니다.

탄산음료나 아이스크림 같은 기호품은 되도록 먹지 않아야 합니다. 식품 첨가제나 방부제에도 인이 들어갑니다. 가공식품 속 인은 인체에 100% 흡수됩니다. 천연식품에 들어있는 인과 달리 영양 상태를 좋게 만들어주지도 않습니다.

과도한 수분 섭취는 콩팥의 적

생수 질려도 이온 음료 안 된다

날이 더우면 나도 모르게 찬물을 들이키곤 합니다. 신부전증 환자는 여름철 수분 섭취도 경계해야 합니다. 땀을 많이 흘린 뒤 급하게 물을 마시면 저나트륨혈증이 생길 수 있습니다. 김지현 서울부민병원 신장내과 과장은 “말기 신부전 환자에게 저나트륨혈증이 생기면 두통 구역질 현기증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신부전증 환자는 물을 너무 적게 마셔도, 많이 마셔도 안 된다. ⓒ게티이미지뱅크

아무리 더워도 물은 부족한 만큼만 마셔야 합니다. 소변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몸에 쌓이는 수분 탓입니다. 심하면 폐와 뇌 등 장기에 부종이 발생해 호흡곤란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한번에 많은 물을 마시기보다 ‘적게, 자주’ 마셔야 하죠. 갈증이 느껴지면 얼음을 입에 물고 있어도 좋습니다.

물이 질리더라도 이온 음료는 자제해야 합니다. 이온 음료엔 염분과 칼륨이 많이 들어있습니다. 옥수수수염 차도 마찬가지입니다. 카페인이 없고 성질이 맹물에 가까워 건강한 생수 대체재로 꼽힙니다. 하지만 신부전증 환자에겐 독배나 다름없습니다. 옥수수는 고칼륨 식품입니다. 보리차나 맹물을 마시는 게 낫습니다.

자극적인 맛 즐기다 콩팥 상할 수도…

새콤달콤 입맛 도는 저염 양념 소개합니다

무더운 여름엔 입맛이 사라집니다. 나도 모르게 짜고 매운 음식을 찾게 됩니다. 신부전증 환자가 결코 넘어가선 안 되는 유혹입니다.

환자가 소금을 일반인과 비슷하게 섭취하면 혈압이 빠르게 올라갑니다. 몸에 쌓인 나트륨은 수분을 가두고 몸을 붓게 합니다. 콩팥이 염분을 걸러내지 못하니 한 번 올라간 혈압이 잘 떨어지지도 않습니다. 고혈압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입맛이 맵고 짠맛에 길들여졌다면 고치는 게 좋다. ⓒ게티이미지뱅크

계절과 상관없이 싱거운 맛에 익숙해져야 합니다. 외식은 최대한 피하는 게 좋겠죠. 소금, 간장, 된장과도 멀어져야 합니다. 식초나 후추, 겨자로 새콤달콤하게 맛 낸 양념장을 권합니다.

신부전증 환자를 위한 저염 양념장 레시피를 간단히 소개하겠습니다. 간장 1작은 술에 물을 두 배 넣습니다. 기호에 맞게 참기름, 파, 다진 마늘, 고춧가루, 식초, 겨자 등을 첨가해 맛을 내면 됩니다.

온종일 에어컨 찬 바람을 쐬다 보면 머리가 지끈거립니다. 아무렇지 않게 먹는 두통약 한 알이 신부전증 환자에겐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는 콩팥에 큰 부담을 줍니다. 부루펜, 이지엔6스트롱, 아스피린 등이 대표적입니다.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는 ‘콕스’라는 효소를 차단합니다. 효소를 받지 못한 콩팥은 노폐물을 제대로 여과하지 못합니다. 이때 생기는 독소가 콩팥을 상하게 합니다.

신부전증 환자는 약을 복용할 때 반드시 의사와 상의해야 한다. ⓒ게티이미지뱅크

CT 촬영 때 사용하는 조영제도 독이 될 수 있습니다. MRI 촬영에 사용하는 조영제를 신부전증 환자가 사용하면 전신 섬유화증에 걸릴 수 있죠. 두 검사를 실행할 땐 반드시 콩팥 기능을 확인해야 합니다.

모든 약물 복용이 위험하진 않습니다. 대한신장학회는 아세트아미노펜 계열 진통제는 비교적 안전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콩팥 기능 정도에 따라 용량을 줄이면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의사나 약사와 상의하면 됩니다.

혈액 투석 환자는 투석 기계에 혈관을 연결해 피를 인공적으로 여과한다. ⓒ게티이미지뱅크

콩팥은 두 개입니다. 한쪽이 없어도 생활할 수 있습니다. 관리를 소홀히 해도 된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두 개나 있을 정도로 우리 몸에 중요한 장기라는 겁니다.

사구체 여과율이 10% 미만으로 떨어지면 자연적으로 회복할 수 없습니다. 몸에 기계를 연결해 피를 거르는 혈액 투석을 받아야 합니다. 다른 사람의 콩팥을 이식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뜨거운 여름철엔 몸도 마음도 느슨해집니다. 계절을 핑계로 방심해선 안 됩니다. 식습관에 주의하며 콩팥 건강을 지킵시다.


FARM 인턴 신유정

제작 총괄 : FARM 에디터 박상익

nong-up@naver.com

더농부

참고=

한경닷컴 <여름이 더 괴로운 만성 신장병 환자 “수박·참외는 참으세요”>

한경닷컴 <폭염에 시원한 청량음료 ‘벌컥벌컥’… 당뇨병·신장병 환자에겐 毒>

한경닷컴 <기저질환 앓는 만성콩팥병 환자, 면역세포 부족…코로나에도 취약>

대한신장학회 <제2권 : 혈액투석 환자를 위한 영양-식생활 관리>

대한신장학회 <[질병관리본부] 일반인을 위한 만성콩팥병 바로알기 – 건강한 성인편, 당뇨병·고혈압·콩팥병 환자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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