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에서 커피 찌꺼기를 얻어 집에 가져가서 방향제로 쓰거나 화분에 거름으로 섞어본 적 있나요? 두부 가게에서 처리에 골머리를 앓는 콩비지를 가져가서 찌개에 넣어본 적은요? 이 중 한 가지라도 해보셨다면 이미 푸드 업사이클링을 경험해보셨네요!
버려지는 식품에 부가가치 더하다!
‘식품 새활용’하는 푸드 업사이클링
푸드 업사이클링을 한국어로 풀어쓰면 ‘식품 새활용’입니다. 재활용은 아는데, 새활용은 뭘까요? 재활용은 말 그대로 ‘다시 쓰는 것’이지만 새활용은 버려지는 사물에 가치를 더해 새로운 사물을 만드는 것입니다. 원어 표현 upcyling은 ‘발전시키다’라는 의미를 가진 영어 단어 ‘upgrade’와 ‘재활용’이라는 단어 ‘recycing’을 합친 말입니다. 그러므로 푸드 업사이클링은 음식물 쓰레기로 버려질 수 있는 폐기물을 더 높은 가치를 가진 새로운 식품으로 재탄생시키는 것입니다.
2023년 집중 육성 대상 핵심 기술
학계, 정부, 민간 기업 모두 ‘주목’
문정훈 서울대학교 농경제사회학부 교수가 이끄는 서울대학교 푸드비즈랩에서 출간한 책 ‘푸드 트렌드 2023’에서 2023년에 주목해야 할 식품 트렌드 중 하나로 푸드 업사이클링을 꼽았습니다. 학계뿐 아니라 민, 관에서도 푸드 업사이클링을 주목합니다.
2022년에 다수 국내 기업이 푸드 업사이클링 제품을 내놓았습니다. 4월에는 CJ제일제당이 깨진 조각 쌀과 콩비지로 고단백 과자를 만들었습니다. ‘익사이클 바삭 칩‘이라는 이름으로 출시된 이 과자는 폐플라스틱으로 포장재를 만들어 속도 겉도 환경친화적인 제품이었습니다. 6월에는 오비맥주가 맥주 제조 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인 맥주박으로 크래커를 만들었습니다. 이 크래커는 정식 상품이 아닌 증정품이었지만 국내 푸드 업사이클링에 한 획을 그을만한 의미 있는 시도였습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2022년 12월 28일 농림축산식품부는 2023년에 집중적으로 육성할 핵심 식품 기술 분야 10가지 중 하나로 농식품 부산물을 활용한 식품 새활용(업사이클링) 기술을 선정했습니다. 10대 기술을 추리기 위해 2022년 11, 12월 국내외 식품 관련 기술 및 정책 동향과 전문가 의견을 조사했다고 합니다.
구체적으로 발표한 푸드 업사이클링 연구 방향은 △농식품 부산물 성분 데이터베이스 구축 및 원료처리 공정 효율화 △농식품 부산물 종류별 업사이클링 용도 다양화입니다.
2032년 833억불 세계 시장 잡아라!
아이디어 톡톡 푸드 업사이클링 세계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세계 업사이클링 푸드 산업 규모가 2022년 530억달러에서 2032년 833억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업사이클링 푸드 트렌드도 여섯 가지를 선정했습니다.
첫 번째는 식품 부산물로 새로운 식품을 제조하는 것입니다. 위에서 언급했던 CJ 제일제당의 ‘익사이클 바삭 칩’이 여기 해당합니다. 자사 두부 제품을 만들 때 생기는 비지를 재료로 활용하기 때문입니다. 해외 사례 중에는 영국 기업 Goodfish의 연어 껍질 과자가 있습니다. 연어로 유명한 알래스카는 뼈, 내장, 껍질 같은 수산부산물이 한 해에 약 9억kg씩 발생했습니다. Goodfish는 그중 연어 껍질을 과자로 만들어 수산부산물 폐기 문제도 해결하고 건강한 과자를 만드는 데에도 성공했습니다. 연어 껍질 스낵은 탄수화물 함유량이 거의 없으면서 해양 콜라겐, 오메가3 지방산 등 영양소가 풍부합니다.
두 번째 트렌드는 일반 소비자가 도전할 수 있는 업사이클링 방법을 제시하는 것입니다. 오비맥주는 위에서 언급한 대로 2022년에 맥주박으로 크래커 완제품을 만들어 유통하기도 했지만, 소비자가 참여할 수 있는 맥주박 활용 요리 프로그램을 열기도 했습니다. 푸드 업사이클링 전문 회사 리하베스트와 협력해 소비자가 직접 맥주박으로 피자, 나초, 스콘을 만들 수 있는 수업을 제공했습니다. 완성한 음식은 맥주박으로 만든 용기에 담아 가져가도록 해 마무리까지도 친환경적인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세 번째 트렌드는 푸드 업사이클링으로 만드는 반려동물용 간식과 사료입니다. 국내 기업 밸리스는 정부가 생태계 교란종인 배스를 돈을 들여 사 모은 다음 그대로 폐기하는 것을 안타깝게 여겼습니다. 영양분이 풍부해 국내에 들여온 배스를 잘 활용할 방법이 있지 않을까 고민하다가 고양이 영양제를 만들었습니다. 고양이는 타우린과 엘라이신 같은 단백질을 몸에서 합성하지 못해 보충제를 먹여야 하는데 배스에는 타우린과 오메가3 같은 영양소가 풍부하기 때문입니다. 밸리스는 굴 껍데기나 모양이 예쁘지 않아 상품성이 떨어지는 못난이 농산물로 갈매기 모이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네 번째와 다섯 번째 트렌드로는 비건 식품 제조, 동물성 유제품 대신 식물성 유제품 선호를 각각 꼽았습니다. 식물성 유제품을 선호하는 경향은 비건 식품에 대한 수요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 부분은 한 가지 기업 예시로 소개해드리겠습니다.
덴마크 식품 스타트업 CheeseItYourself는 콩 삶은 물로 식물성 치즈를 만듭니다. 콩 삶은 물에 특별한 가루를 섞어 가열하고 냉장하면 치즈가 완성됩니다. 콩에는 단백질이 풍부하기 때문에 CheeseItYourself의 비건 치즈는 다른 비건 치즈보다 영양상으로 우수합니다. 포장재도 생분해성 종이를 사용하기 때문에 환경친화적입니다.
여섯 번째로 소개할 푸드 업사이클링 트렌드는 못난이 농산물 인기에 따른 판매 플랫폼 등장입니다. 못난이 농산물이란 색, 크기, 모양 등 단순 외부적 요인이 소비자가 선호하는 기준에 미치지 못해 등급 외로 분류되는 농산물을 의미합니다. 등급 외로 분류된 농산물은 헐값에 팔리거나 폐기됩니다.
못난이 농산물은 우리가 마트에서 만나는 농산물과 겉모습만 다를 뿐 품질에는 문제가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품질은 좋으면서 가격은 싼 못난이 농산물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업체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인터넷에 못난이 농산물을 검색해보면 사과, 토마토처럼 단일 품목 못난이 농산물만 취급하는 곳부터 정기 구독 배달 서비스를 하는 곳까지 다양한 쇼핑몰을 만날 수 있습니다.
못난이 농산물을 원물로 판매하는 것을 넘어서 김치 같은 가공식품으로 만들어 판매하는 곳도 있습니다. 충청북도는 김영환 충청북도지사의 제안으로 2022년 12월 1일부터 상품성이 떨어지는 배추를 활용해 ‘어쩌다 못난이 김치’를 판매하기 시작했습니다. 10kg에 35000원 내외인 일반 국산 김치보다 5000원 이상 저렴한 가격에 국내 소비자 반응이 뜨거웠습니다. 충청북도는 인기에 힘입어 2023년 1월 4일부터 일본에 어쩌다 못난이 김치를 수출하기 시작했으며 베트남 수출도 앞두고 있습니다.
생산자, 소비자, 지구 모두 웃는다!
푸드 업사이클링은 일석삼조 효과!
푸드 업사이클링은 애써 생산한 식품을 버리지 않고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의미 있는 산업입니다. 생산자가 부담해야 했던 기회비용이나 폐기 비용을 줄이기 때문에 경제적으로도 이롭습니다.
업사이클링 푸드 산업이 활발해질수록 소비자가 가치관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상품의 폭이 늘어납니다. 환경친화적인 식단이나 채식 등을 선호하는 소비자에게 안성맞춤이죠. 식품 부산물이나 폐기물을 활용하기 때문에 합리적인 가격에 품질 좋은 식품을 살 수 있다는 점도 장점입니다.
생산자, 소비자, 지구 환경에 모두 좋은 푸드 업사이클링. 혹시 오늘 살펴본 제품과 서비스 중에 눈에 띄는 것이 있었나요?
더농부 인턴 방정은
제작 총괄 : 더농부 에디터 나수연
nong-up@naver.com
더농부
참고=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사보 11월호>
식품저널, <농식품부, 푸드테크 10대 핵심기술 연구개발 사업 추진>
뉴스1, <“더 이상 버릴 게 없다”…돈이 되는 ‘수산 부산물’>
PR Newswire, <Bear Grylls Has Joined the GOODFISH Countercurrent>
뉴시스, <충북 ‘어쩌다 못난이 김치’ 6시간 만에 10t 완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