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설탕 소주 마시면 술 배 안 나올까?

‘코로나 제로’를 기다리며
‘제로 슈거’에 빠져든 사람들

코로나 19 유행 4년 차에 접어들면서 점점 우리 일상이 코로나 팬데믹 이전 모습으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코로나19가 불러온 몇 가지 새로운 문화는 여전히 우리 곁에 남아있죠. 그중 하나가 ‘제로 슈거(zero sugar)’ 열풍입니다.



마트에서 파는 음료, 과자부터 식당에서 파는 떡볶이까지 다양한 제로 슈거 식품이 출시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제로 슈거를 우리말로 하면 무설탕입니다. 코로나와 무설탕 유행이 무슨 관련일까요? 코로나 유행 초기에는 감염을 최소화하기 위해 전 세계인이 활동량을 줄이고 되도록 집에 머물러야 했습니다. 사람들의 관심은 점점 바깥세상에서 ‘나 자신’을 향해 움직이게 됐죠. 그로 인해 건강 관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습니다.

건강 관리 중에서도 사람들이 특히 주목했던 부분이 바로 체중 관리입니다. ‘확찐자’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질 정도로 활동량은 줄고 체중은 늘어난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무설탕 식품은 이런 상황 속에서 살은 덜 찌면서 당 흡수를 줄여 몸에 좋은 음식으로 알려졌습니다. 새로운 식품 트렌드로 자리 잡는 건 시간문제였죠.

국민 술 소주도
제로 슈거 가보자고!

이제는 무설탕 열풍이 주류 업계에도 불고 있습니다. 유명 기업 네 곳이 국민 술 소주로 무설탕 경쟁에 맞붙어 흥미진진한 상황입니다. 

가장 먼저 일찌감치 출사표를 던진 곳은 ‘무학’이었습니다. 2019년부터 무가당 소주 ‘딱 좋은 데이’를 판매했죠. 여기서 멈추지 않고 연구를 거듭해 2021년 9월 27일 ‘과당제로 좋은데이’를 출시했습니다. 이후 1년간 1억6000만병을 판매하는 좋은 실적을 거뒀습니다.

좋은데이와 대선은 경남 지역에서 활발히 유통된다. ©무학 ©대선

다음 주자는 2022년 1월에 ‘리뉴얼 대선’을 출시한 대선 주조였습니다. ‘슈가프리 내일을 가볍게’라는 문구를 앞세워 과당 0%를 강조했습니다. 리뉴얼 대선은 영업일 기준 출시 한 달 만에 누적 판매량 617만병을 돌파했습니다.

이렇게 무가당 소주 경쟁의 출발선을 끊은 회사는 경남 지역 소주인 좋은데이와 대선이었습니다. 무가당 소주 선두 주자로서 각각 좋은 성적을 거뒀죠.

설탕은 빼고
트렌드는 넣고

무가당 소주 인기에 제대로 불을 지핀 곳은 롯데 칠성입니다. 2022년 9월 14일에 출시한 처음처럼 ‘새로’가 주인공이죠. 

새로가 무가당 소주 판도를 뒤흔든 이유는 성분만 새로운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젊은 소비자를 겨냥한 세련된 제품 디자인과 구미호 캐릭터 ‘새로구미’를 앞세운 스토리텔링 마케팅이 제대로 통했습니다.

롯데칠성음료는 신제품 탄생 과정을 캐릭터 스토리로 풀어냈다. ©롯데칠성음료

새로는 출시 한 달 만에 680만병 판매를 기록하며 돌풍을 일으켰습니다. 9월부터 11월까지 매출액은 172억으로 롯데 칠성이 목표했던 100억원을 훌쩍 넘었습니다. 덩달아 롯데 칠성 주가도 10월 27일~11월 25일 한 달간 14% 상승했습니다.

하이트진로의 대항마로 나선 곳은 국내 소주 시장 점유율 1위 하이트진로입니다. 대표 제품인 진로이즈백을 무설탕 제품으로 바꿔 2023년 1월 9일 출시했습니다. 뉴트로 인기를 타고 파격적으로 등장했던 원 진로이즈백 제품 디자인과 거의 유사합니다. 원 진로이즈백과 함께 MZ세대의 사랑을 받은 두꺼비 캐릭터도 조금 더 홀쭉해진 모습으로 홍보 이미지에 등장했습니다.

진로이즈백은 기존 초록 소주병과 달리 푸른 빛이 도는 투명한 병으로 출시해 많은 관심을 받았다. ©하이트진로

무설탕 소주는 대부분 기존 제품보다 도수가 조금 더 낮습니다. 건강을 생각하는 소비 트렌드를 고려한 변화죠. 큰 폭으로 낮추지는 않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 부담이 조금 덜어지긴 합니다.

마지막 양심이자 자존심
무설탕 소주로 지킬 수 있나?

설탕도 빼고 알코올도 뺐으면 더 마음 편하게 마셔도 되는 걸까요? 맛있는 안주 먹으면서 술까지 마실 때 양심의 가책을 조금이라도 덜어주는 짝꿍으로 ‘찜’했는데 말이죠! 만년 다이어터로서 마지막 자존심은 지키고 싶거든요.

우리가 마시는 기존 희석식 소주는 주정이라는 액체가 주원료입니다. 주정은 통상 알코올 95%로 이뤄져 있으며 아무 맛이나 향이 없습니다. 그래서 소주는 설탕을 비롯한 첨가물로 맛을 더해줍니다.



대체 감미료는 크게 천연 감미료, 반 합성 감미료, 인공 감미료로 나뉜다. ©게티이미지뱅크

무설탕 소주는 설탕 대신 당류에 속하지 않는 스테비아, 에리트리톨 같은 대체 감미료를 넣어 맛을 냅니다. 대체 감미료를 넣으면 단맛은 유지하면서 열량은 대폭 낮출 수 있습니다. 소주 회사는 무설탕 소주에 소금, 아미노산 같은 첨가물도 없다는 점을 홍보합니다. 탄수화물, 트랜스지방, 포화지방, 콜레스테롤, 단백질 등도 ‘제로’라고 강조하죠.

무설탕 소주 한 병이면
밥 한 공기 뚝딱?

이런 문구를 보면 제로 소주도 제로 콜라처럼 칼로리가 0kcal일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생각하고 맘 놓고 마시면 큰일 날 수 있습니다. 술에서 열량을 결정하는 비중이 가장 큰 주인공은 당류가 아니라 알코올이거든요. 통상적으로 알코올은 1g당 칼로리가 약 7kcal나 됩니다. 

이렇다 보니 무설탕 소주라 해도 열량은 밥 한 공기와 비슷합니다.

좋은데이
대선
처음처럼
진로
무설탕 소주 열량
330kcal
324kcal
324kcal
320kcal

기존 소주와 비교해도 열량 차이가 크지 않습니다. 하이트진로의 진로이즈백은 원래 제품과 무설탕 제품의 열량 차이가 겨우 10kcal입니다. 두 제품 사이 0.5도 도수 차이가 있다는 점을 고려해 단순 계산해보면 이 10kcal는 그저 알코올 1.4g 차이 때문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래도 설탕은 없잖아!
대체 당은 있는데?

그럼, 살은 비슷하게 찌더라도 설탕을 안 먹으니 건강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우리는 대체 당에 대한 경계심도 풀어서는 안 됩니다. 아직 대체 당을 장기간 섭취했을 경우에 대한 연구가 많지 않아 우리 몸에 어떤 영향을 줄지 정확히 모르기 때문입니다.



당 알코올은 복부 팽만감과 설사를 유발할 수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무설탕 소주 감미료로 쓰이는 재료 중 하나인 당 알코올은 우리 몸에서 소화할 수 있는 효소가 없기 때문에 다량 섭취할 경우 복통이나 설사를 유발하기도 합니다. 실제로 해태제과가 2022년 4월에 당 알코올을 넣은 젤리를 출시했다가 소비자들이 복통과 설사를 호소해 같은 해 9월 8일에 전량 회수를 결정한 일도 있었습니다.

숨겨왔던 소주의 비밀
2023년 처음으로 공개

그동안 주류 제품에는 열량 표시를 해야 하는 의무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소비자는 내가 마시는술이 몇 칼로리인지 알 수 없었죠. 정부에서 추정치를 정리해 제공하기도 했지만, 제조사가 직접 제공하는 것만큼 정확할 수는 없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와 공정거래위원회는 2022년 9월 7일에 국내 주류협회,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와 함께 술에도 다른 식품처럼 열량 표시를 확대하는 업무 협약을 체결했습니다. 적용 대상은 주종별로 매출액이 120억 원 이상인 업체 70여 곳입니다.



리뉴얼 진로이즈백이 경기도 이천시 공장에서 2023년 1월 10일 처음으로 출고돼 트럭에 실리는 모습이다. ©하이트진로

이에 따라 주류 회사는 2023년부터 2025년까지 자율적으로 병 라벨, 종이 팩 등에 열량 표시를 도입합니다. 일부 제품은 이미 열량 표기가 있는 상태로 유통되고 있습니다. 이제 소비자는 더 꼼꼼하게 제품을 비교할 수 있게 됐죠.

소주 업계는 조금이라도 열량을 줄인 무설탕 제품으로 더 활발히 마케팅을 벌일 전망입니다. 이제 우리는 무설탕 소주의 비밀을 알게 됐으니 더 꼼꼼하게 따져보고 현명하게 구매할 수 있겠죠? 앞으로 식당이나 마트에서 무설탕 소주를 만난다면 열량 정보를 꼭 확인해보세요!


더농부 인턴 방정은
제작 총괄 : 더농부 에디터 나수연
nong-up@naver.com
더농부

참고=
한경 코리아마켓, <무설탕 소주 돌풍에 롯데칠성 1주새 9%↑>
푸드 투데이, <[2022 히트상품(15)]롯데칠성음료-처음처럼 새로>
한경경제, <진로이즈백도 당 뺀다…’무설탕 소주 전쟁’>
경남도민일보, <당류 없는 소주가 대세>
연합뉴스, <리뉴얼 대선소주, 출시 한 달 만에 617만병 판매>
News1, <“소주 1잔 46㎉”…주류업계, 열량 표시에 라벨 작업 ‘한창’>
푸드경제신문, <복통∙설사 논란 해태 ‘쿼카젤리’ 전량 회수된다>
스마트에프엔, <새로·진로 ‘제로슈거 소주’…맘 놓고 마시면 살 더 찐다>
한국경제TV, <`제로 슈거` 소주 살 안 찌나?…따져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