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산김’은 무슨 김이길래 CCTV로 경호하며 키울까




전라남도 장흥군에는 양식장을 CCTV로 실시간 감시하면서 기르는 김이 있습니다. 이름은 무산김인데요. 대체 어떤 김이길래 이렇게 삼엄한 특별 관리를 받는 걸까요? 김이 무슨 잘못이라도 한 걸까요?

땅에서 농사를 지을 때 작물과 잡초가 함께 자라듯이 바다에서 기르는 해초도 잡태가 달라붙어 같이 자랍니다. 그래서 해초를 양식할 때도 잡태를 잘 관리해줘야 하죠. 김을 양식할 때는 파래나 감태, 매생이 같은 잡태를 잘 정리해줘야 합니다.

잡태를 정리하는 방법 중 하나는 화학물질인 무기산을 사용하는 것입니다. 무기산의 주원료는 염산입니다. 따라서 무기산은 인체에 해로울 수 있습니다. 환경에도 악영향을 미치죠. 정부는 1994년부터 김 양식에 무기산 사용을 금지했지만, 여전히 다수 양식장에서 불법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무기산 사용을 금지한 이후로 무기산 대신 쓸 수 있는 유기산 구입 비용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유기산은 염산보다 훨씬 안전한 산성 물질을 주원료로 넣어서 만듭니다. 식품에도 첨가할 수 있는 구연산 같은 물질을 주로 활용하죠. 구연산은 감귤류 과일에도 많이 들어있는 산성 물질입니다.

그런데 유기산은 안전하고 순한만큼 무기산보다 산처리 효과가 떨어집니다. 산처리 과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잡태 제거가 어려울 뿐 아니라 김이 녹아버리거나 누렇게 변하는 병에 걸립니다. 따라서 유기산은 좋은 해결책이 되지 못하고 오히려 김 품질을 떨어뜨리는 원인이 된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전라남도 장흥군은 이런 딜레마를 전통 방식으로 정면 돌파했습니다. 유기산도, 무기산도 아예 쓰지 않고 김을 기르기로 결정한 것입니다. 이렇게 탄생한 무산김은 없을 무()에 초 산()을 붙여 만든 이름입니다. 아무 산성 성분도 쓰지 않고 기른 김이라는 뜻을 담고 있죠.

무산김은 화학물질 없이 어떻게 건강하게 키우는 걸까요? 김은 물속에 있어야 성장할 수 있지만, 물 밖에서 햇빛과 바람을 맞아도 잘 견딥니다. 반면 잡태는 햇빛과 바람을 맞으면 죽어버리죠. 우리 선조는 이 점을 이용해 김발을 바닷속에 담갔다 빼는 작업을 반복하며 잡태와 병 없이 건강한 김을 길렀습니다.

무산김 어업인은 이 방식대로 4일에 한 번씩 뒤집기 작업을 진행합니다. 해가 뜨는 새벽에 김을 공기 중에 노출하고 해가 지는 오후에는 김을 바닷속으로 집어넣습니다. 김을 항상 바닷속에 넣어두고 산처리만 하는 일반 양식에 비해 인력과 배 기름값이 훨씬 많이 들 수밖에 없겠죠?

장흥무산김은 202327일에 세계 최초로 ASC-MSC 해조류 국제 친환경 인증을 받았습니다. 세계양식관리협회와 세계해양관리협회가 함께 부여하는 이 인증은 환경 오염을 최소화하면서 지속 가능한 양식 어업을 실천하고 있음을 인증하는 제도입니다. 15년간 이어진 장흥 어민의 노력이 빛을 발했네요.

장흥 어민은 무산김의 명성을 잃지 않고자 생산과정을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습니다. 몰래 산처리를 시도할 수 없도록 CCTV로 양식장을 실시간 감시하고 산처리 사실이 발각되면 법인에서 바로 추방되는 체계를 구축했습니다. 우직한 사람들이 만드는 무산김, 장흥 어민의 열정을 더농부가 응원합니다.





더농부 인턴 방정은
제작 총괄 : 더농부 기자 공태윤
nong-up@naver.com
더농부

참고=
오마이뉴스, <바닷물을 읽는 섬 사람들, 지켜보길 26>
현대해양, <불편한 진실, 김 활성처리제>
장흥군, <장흥군 무산김 여의도 1.4배 면적 ‘ASC-MSC 국제인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