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딩처럼 보드랍고 탱글탱글한 달걀찜은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반찬입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단체로 먹는 급식이나 구내식당 반찬으로 사랑받죠. 그런데 가끔 잿빛을 띠는 달걀찜을 만나게 될 때가 있습니다.
자고로 달걀찜이란 샛노란 빛깔이 식욕을 자극하는 법인데 식판에 담긴 회색 달걀찜은 영 맛있어 보이질 않네요. 괜히 옆자리 사람이 받은 노란 달걀찜이 맛있어 보여 흘끔거리게 됩니다.
달걀은 노란색인데 어떻게 회색 달걀찜이 나올 수 있을까요? 혹시 상한 건 아닐까요? 걱정하지 마세요. ‘녹변 현상’이라고 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거든요.
녹변 현상을 조금 더 풀어서 말하면 ‘녹색으로 변하는 현상’입니다. 이 현상은 날달걀에서는 생기지 않습니다. 달걀 후라이나 삶은 달걀, 찐 달걀에서만 푸르스름하거나 잿빛을 띠는 상태를 만날 수 있죠.
왜냐하면 달걀이 열을 받았을 때만 생기는 반응이기 때문입니다. 달걀노른자에는 철 성분이 들어있고 흰자에는 황 성분이 들어있는데요. 달걀이 오랜 시간 동안 높은 온도에 있으면 이 둘이 결합해 ‘황화철’이 됩니다.
이렇게 되면 달걀은 흰색과 노란색을 잃어버리고 우리가 목격했던 회색, 또는 푸른빛으로 색깔이 변하게 됩니다. 그래서 얌전히 삶거나 찌거나 굽기만 한 달걀은 노른자와 흰자가 만나는 부분에서 이 현상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미 흰자와 노른자가 섞여버린 달걀찜은 넓은 부위가 회색으로 변합니다. 특히 단체 급식으로 나오는 달걀찜은 대량으로 미리 만들어 놓고 따뜻한 상태로 오래 두기 때문에 녹변 현상이 더 많이 생깁니다.
이제 비밀을 알고 나니 회색 달걀찜도 이상해 보이지 않죠? 상하거나 문제가 있어서 색이 변한 게 아니랍니다. 단순히 녹변 현상만 일어난 달걀 요리라면 먹어도 건강에 해롭지 않으니 안심하세요!
그래도 영 탐탁지 않다면 녹변 현상을 줄이는 방법도 알려 드릴게요. 달걀에 열을 가하는 시간을 필요한 만큼만 최소화하고 조리가 끝난 뒤에는 찬물에 담그거나 냉장고에서 식혀주세요. 샛노란 달걀 요리를 만날 수 있을 거예요.
더농부 인턴 방정은
제작 총괄 : 더농부 에디터 나수연
nong-up@naver.com
더농부
참고=
헬스조선, <달걀 삶으면 노른자 푸르스름하게 변하는 이유>
코메디닷컴, <날로 먹든 삶아 먹든, 날 만만히 보지 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