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의 춘분은 3월 21일입니다. 춘분은 24절기의 네 번째 절기로 태양의 궤도인 황도와 구의 적도가 평면상에 교차하는 날입니다. 낮과 밤의 길이가 같은 날로, 춘분이 지나면 낮이 밤보다 더 길어집니다.
3월은 농사 터전을 닦는 시기인데요, 춘분이 되면 농부들은 논밭을 갈았습니다. ‘춘분날 하루 밭을 갈지 않으면 일 년 내내 배고프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선조들이 춘분에 하는 밭갈이를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했는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선조들은 춘분날 날씨를 보고 한 해 농사가 잘 될지 점쳤습니다. 동풍은 보리 풍년을 의미합니다. 서쪽에서 바람이 불면 보리가, 북쪽에서 바람이 불면 쌀이 귀해집니다. 남풍이면 5월 전에 물이 많고, 이후에는 비가 오지 않는다고 생각했습니다.
겨울이 되면 식량을 아끼려고 밥을 적게 먹었습니다. 세 끼 먹던 밥을 두 끼만 먹었죠. 낮이 길어지는 춘분이 되면 다시 아침, 점심, 저녁 세 끼를 챙겨 먹었습니다.
날이 따뜻해지면서 본격적으로 농사를 시작하는 춘분은 ‘머슴날’이라고도 부릅니다. 머슴날에는 쉬고 있던 머슴을 불러 올해 농사를 잘 부탁한다며 술과 음식을 푸짐하게 대접했습니다. 머슴날은 머슴들의 명절인 셈이죠.
머슴날에 먹은 음식이 ‘머슴떡’입니다. 동국세시기에는 ‘곡식으로 떡을 만들어 머슴들로 하여금 나이 수대로 먹게 하면 머슴들이 일 년 내내 건강하고 좋은 일만 생긴다’고 나와 있습니다. 송편과 비슷하게 생긴 머슴떡은 제 나이만큼 먹어 나이떡이라고도 부릅니다.
춘분이 되면 집집마다 콩을 볶아 먹었습니다. 콩을 주걱으로 저으면서 “새알 볶아라, 쥐알 볶아라, 콩 볶아라”하는 주문을 외웠습니다. 외우는 주문은 조금씩 달랐지만, 곡식을 훔쳐 먹는 새나 쥐가 사라지길 바라는 마음은 같았습니다.
콩을 다 볶은 후에는 한 해 농사의 풍흉을 점쳤습니다. 볶은 콩을 다시 되에 담아서 양을 가늠했습니다. 볶은 콩의 양이 콩 볶기 전의 양과 같거나 많으면 풍년이 든다고 생각했습니다. 만약 볶기 전보다 양이 줄어들었다면 흉년이 든다고 예견했습니다.
농사를 시작하는 춘분은 농민들에게 중요한 날입니다. 선조들이 춘분에 챙겨 먹은 음식이 다 농사와 관련된 걸 보면 이를 알 수 있죠. 풍년을 기원하던 마음을 이어받아, 춘분에 머슴떡이나 볶은 콩, 봄나물을 먹어보는 것 어떨까요?
더농부 인턴 송정민
제작 총괄 : 더농부 에디터 나수연
nong-up@naver.com
더농부
참고=
조선일보, <새해는 춘분부터 시작한다? 재미있는 춘분 이야기>
중부매일, <춘분(春分)에 비는 마음>
브라보마이라이프, <봄의 기운을 나누는 춘분에 먹는 음식은?>
한국민속대백과사전, <춘분>·<머슴날>
디지털군산문화대전, <콩볶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