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풍81’부터 ‘뚱보할매김밥’까지…충무김밥 역사 다룬 《어딘가에는 원조 충무김밥이 있다》

<별미진미 75. 충무(忠武) 뱃머리 김밥>

꼬치 반찬 때문에 더 유명(有名)

대(竹)를 가늘게 쪼개 다듬은 10센티미터 정도의 꼬치에

고춧가루를 듬뿍 묻힌 무김치, 오징어 새끼, 문어 새끼,

홍합 등 다섯 가지를 끼웠다. 이는 다른 곳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것.

술안주로 겸용되기도 한다.

김밥 여덟 개에 반찬 꼬치 여덟 개를 합쳐 100원.

빈부귀천이 없이 배에선 누구나 즐긴다.

김밥과 섞박지, 그리고 꼴뚜기 무침으로 이뤄진 충무김밥은 이름에서부터 지역색이 강하게 드러난다. ⓒ한국관광공사

1973년 11월 15일 자 조선일보 ‘별미진미’ 코너에서 실린 충무김밥 소개 글입니다. 독자 여러분은 충무김밥을 드셔본 적이 있으신가요? 충무김밥은 이름에서부터 지역색이 강하게 드러납니다.

그렇다면 이 김밥에는 언제부터 ‘충무’라는 지역명이 붙은 것일까요? 또 충무가 어떤 곳인지, 충무김밥의 ‘원조’는 누구일까요?

통영 전문 기자가 풀어낸 ‘충무김밥’

직접 발로 뛰며 알아낸 원조와 역사

《어딘가에는 원조 충무김밥이 있다》는 통영의 충무김밥을 다룬 책이다. ⓒ더농부

이러한 궁금증을 풀어줄 책 한 권을 소개합니다. 2022년 7월 발행된 《어딘가에는 원조 충무김밥이 있다》(남해의봄날)입니다. 정용재 저자는 통영 문화와 지역 사회를 알리는 기자로 활동해오고 있습니다. 2016년에는 ‘책 읽는 도시 통영’ 캠페인으로 언론진흥재단 이사장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저자는 충무김밥의 원조를 찾기 위해 옛 시절을 기억하는 어르신을 만나 인터뷰하는 등 직접 발로 뛰며 그 역사를 추적합니다. 또 섞박지 맛을 좌우하는 무 잘린 각도를 재보는가 하면, 김밥 한 개에 들어간 밥알 평균 개수와 크기를 헤아려보는 등 독특하고 다양한 관점으로 김밥을 살펴봅니다.

《어딘가에는 원조 충무김밥이 있다》는 총 네 장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첫 번째 장과 두 번째 장에서는 충무김밥 재료와 충무김밥의 역사를 자세하게 설명합니다. 세 번째 장은 숫자를 통해 충무김밥의 특징을 알아봅니다. 마지막 장에서는 충무김밥의 현재와 미래를 살펴봅니다.

경남 통영에서 시작된 충무김밥

1981년 ‘국풍81’로 전국적 인기

충무는 경남 통영 지역에 있었던 지명이다. 충무란 이름은 이순신 장군이 받은 충무공이란 시호에서 유래했다. ⓒ게티이미지뱅크

충무김밥의 구성은 간단합니다. 김밥과 섞박지, 그리고 꼴뚜기(호래기) 무침이 전부입니다. 재료만 보면 이것이 왜 이렇게 유명한지 의문을 가질 수 있습니다. 또 다른 곳도 아닌 왜 ‘충무’에서 시작했는지 궁금하기도 할 것입니다.

궁금증을 풀기 위해 먼저 충무라는 곳을 알아보겠습니다. 충무김밥의 ‘충무’는 서울 충무로가 아니라 경남의 충무를 말합니다. 지금은 통영시로 통합됐지만, 이곳은 1995년부터 1994년까지는 충무시로 불렸습니다. 충무와 통영은 모두 이순신 장군과 연관이 깊은 이름인데요. 통영은 경상도와 전라도, 충청도 수군을 총괄하는 삼도수군통제영에서, 충무는 이순신 장군이 받은 충무공이란 시호에서 따왔습니다.

1960년대초부터 1970년대 초까지 충무항은 전라도와 경상도를 잇는 남해안 여객지로 활성화됐고, 이때 항구 가까이에 김밥 장수가 하나둘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김세윤(1932~2017) 전 통영문화원장은 1960년대 충무항 풍경에 대해 이렇게 회고했습니다.

“1960~1970년대는 국내 여객선 황금시대가 충무항을 중심으로 열렸다. 사람이 많이 오니까 먹을거리가 필요한데, 자연적으로 김밥을 만들어서 충무항 강구안까지 이고 와서 여객선 부두 앞에서 장사를 하기 시작한 것이다.”

“여수에서 점심을 먹고, 저녁은 충무에서 김밥을 사 가지고 부산으로 가는 밤 배에서 (먹었는데) 술꾼들이 가는 동안 지루하니까 (술 한 잔씩 할 때 충무김밥이) 부산 가는 배에서 안주로 인기가 최고였다.”

1960년대부터는 통영을 지나가는 선원이 많아졌고, 이들이 간단히 먹을 수 있는 음식이 필요했다. 여기서 ‘충무김밥’이 탄생했다. ⓒ게티이미지뱅크

향토 음식 충무김밥이 전국적인 인지도를 얻은 건 ‘국풍81’ 때문이라고 저자는 설명합니다. 국풍81은 전두환 군사정권이 정권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무마하고자 1981년 개최한 대규모 예술제입니다. 서울 여의도 광장에서 열린 행사에는 동원 인력만 총 16만명이었고, 방문객은 600만명에 달했습니다.

행사 한가운데 상징탑을 중심으로 ‘팔도미락정’이라는 먹거리 장터가 벌어졌는데, 그 현장에서 충무김밥이 사람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습니다. 어두이(당시 63세) 옹이 충무에서 가지고 온 김밥 700인분이 세 시간 만에 매진됐다고 하니, 인기가 얼마나 대단했는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습니다.

충무김밥의 원조는 어디의 누구일까?

‘뚱보할매김밥집’ 창업자 어두이 옹

정용재 저자는 충무김밥의 원조로 ‘뚱보할매김밥’ 창업자 어두이 옹을 꼽는다. 어두이 옹은 여행객의 식사를 만들면서 충무김밥을 고안했다. ⓒ게티이미지뱅크

‘충무’의 의미부터 충무김밥의 역사까지 간략하게 알아봤습니다. 그렇다면 책 제목이기도 한 충무김밥의 ‘원조’는 누구일까요? 저자는 그 원조로 ‘뚱보할매김밥집’ 창업자 어두이 옹을 꼽습니다.

“경남 고성 출신인 어두이 할머니(1995년 작고)께서 부산과 여수 뱃길 중간 기착지인 이곳 건너 뱃머리에서 생계 수단으로 김밥 장사를 하였습니다. 처음에는 집에서 보통 김밥을 말아 머리에 이고 여행객의 식사용으로 팔았습니다. 너무 빨리 변질되어 버리는 것이 많아 걱정을 하시다가 반찬과 밥을 분리하면 보관 시간이 길다는 것을 고안해 낸 것이 충무김밥의 효시였습니다.”

이후 어두이 옹은 ‘국풍81’ 행사에 참가하며 전국적으로 유명해집니다. 통영 향토사에 밝은 이들도 “어두이 옹이 단독 개발자인가”라는 물음에 정확히 그렇다고 단언하지는 않지만, 충무김밥 역사에서 중요한 인물이 맞다고 얘기합니다. 2022년 현재까지도 뚱보할매김밥집은 통영시에서 김밥을 판매해오고 있습니다.

충무김밥을 둘러싼 고민…향토음식이란 정체성

“충무김밥 오리지널리티는 통영 풍경 통해 완성”

정용재 저자는 충무김밥의 변하지 않는 특성으로 ‘통영 풍경’을 꼽으며, 그 의미를 되새기자고 말한다. ⓒ게티이미지뱅크

충무김밥은 통영 음식 가운데서 인지도가 가장 높은 음식으로 꼽힙니다. 김밥 가게 숫자로도 잘 알 수 있습니다. 통영에 있는 충무김밥 가게는 2022년 1월 기준으로 47곳이나 됩니다. 저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통영 여행자의 동반자랄까. 통영에 발을 디딘 여행객을 가장 반기는 향토 음식이 충무김밥이며, 섬으로 향하는 여행자의 눈에 가장 먼저 보이는 것도 충무김밥 간판이다. ‘여행자의 음식’이라는 정체성은 충무김밥집이 자리 잡은 위치에서도 알 수 있다.” 통영 여행지의 동선마다 충무김밥집이 있는 셈입니다.

저자는 정작 통영 주민들은 충무김밥을 자주 먹지 않는다고 지적하면서 향토 음식 ‘충무김밥’이 떠안고 있는 고민을 말합니다. 가장 큰 고민은 충무김밥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입니다. 충무김밥 가격이면 다른 무엇을 더 먹을 수 있다든지, 조금 더 보태면 한 끼 식사가 가능하다는 말이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 심심찮게 올라옵니다. 서울에서 충무김밥 1인분은 8000~9000원대이니, 그런 반응이 나올 법도 합니다. 거기에 더해 충무김밥은 더 이상 통영의 ‘로컬푸드’가 아니라는 점도 고민입니다. 충무김밥 재료인 쌀, 김, 오징어, 어묵, 무 등 대부분은 통영 바깥에서 나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충무김밥의 변하지 않는 특성으로 ‘통영 풍경’을 꼽으며, 그 의미를 되새기자 말합니다. “충무김밥을 둘러싼 통영 풍경 속 여행자의 정서와 감각은 수십 년 세월과 시간을 건너서 겹치고 이어진다. 그렇게 통영 충무김밥은 통영 풍경에서 ‘오리지널리티’를 획득하면서 완성된다. 진짜 ‘원조’는 풍경 속 사람과 음식, 그 음식과 함께하는 감정과 정서 속에서 완성되는 게 아닐까.”

글을 읽으면서 침이 고인 독자라면, 오늘 저녁에는 맛있는 충무김밥 한 입 어떠신가요? 충무김밥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싶다면 《어딘가에는 원조 충무김밥이 있다》를 읽어보는 걸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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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RM 인턴 김민우

제작 총괄 : FARM 에디터 박상익

nong-up@naver.com

더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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