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 in 시네마> 고기에 빵을 끼운 샌드위치? 영화 ‘버즈 라이트이어’로 보는 대체식품의 미래

고기가 들어가지 않은 고기 샌드위치?

대체식품으로 그려보는 식재료의 미래

신세계푸드의 대안육 브랜드 ‘베러미트’ 상품으로 만든 한 상 차림이다. 모두 식물성 재료만 사용했다. ⓒ더농부

참치, 훈제 연어, 새우, 고기…. 이 음식엔 공통점이 있습니다. 통상 샌드위치에 들어가는 재료죠. 동시에 샌드위치에 들어가지 않는 재료이기도 합니다. 고기가 들어가지 않은 고기 샌드위치, 참치 없는 참치 샌드위치가 나오고 있습니다. 원재료 대신 ‘대체 식품’을 쓴 겁니다.

대체식품은 동물성 식재료와 식감·모양을 비슷하게 만든 식물성 식품입니다. 콩, 해조류, 버섯, 토마토 등을 이용하죠. 간혹 동물 세포를 인공 배양하기도 합니다. 지금까지 대체육, 대체 해산물 등이 나왔습니다. 환경오염과 산림파괴를 일으키는 기존 축·수산업을 대신할 수 있어 차세대 식품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오뚜기 사내 스타트업 ‘UNFISK109’에서 개발한 비건 참치다. 식물성 원료인 콩단백으로만 만들어졌다. ⓒUNFISK109

국내외 기업도 대체식품 개발에 활발히 참여하고 있습니다. 미국 ‘비욘드미트’는 나스닥 상장 이후 전 세계에 대체육 햄버거용 패티를 공급하고 있습니다. 오뚜기는 사내 스타트업을 통해 2022년 7월 16일까지 ‘언튜나 식물성 바질 참치’ 크라우드펀딩을 진행했죠. 해당 제품은 1123만원의 후원금을 모으며 펀딩에 성공했습니다.

대체‘육’은 고기가 아니다!

업계 반대에 부딪힌 대체식품

축산관련단체협의회는 2022년 1월 이마트가 축산코너에서 대체육 판매를 시작한 것에 반발하며, ‘축산대체식품’이란 용어를 사용하라고 주장했다. ⓒ뉴시스

일각에선 대체식품 시장을 경계하기도 합니다. 축산업계는 대체육이란 명칭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식물성 단백질로 만들어진 대체육은 맛과 식감만 비슷할 뿐, 영양 성분이 다르다는 겁니다. 따라서 육류를 대체할 수 없다는 요지입니다.

해외에서도 비슷한 주장이 있었습니다. 미국 미시시피, 텍사스 등 3개 주는 2019년부터 식물성 대체육에 ‘육류(meat)’라는 용어를 쓰지 못하게 했습니다. 모두 축산업계가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지역입니다. 2020년 프랑스도 같은 법안을 통과시켰죠. 대체 단백질 식품은 ‘버거’나 ‘베이컨’ 같은 용어를 쓸 수 없게 했습니다.

<토이 스토리>의 그 장난감이 돌아왔다!

진짜 ‘버즈 라이트이어’의 우주 탐험기

2022년 6월 15일 개봉한 픽사 장편 애니메이션 <버즈 라이트이어>다. <토이 스토리 시리즈>의 파생작이기도 하다.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우리가 알고 있던 식재료의 세계가 바뀌고 있습니다. 하지만 고기 없는 샌드위치를 ‘고기 샌드위치’라고 불러도 될지, 참치가 안 들어간 김밥을 ‘참치마요 삼각김밥’으로 불러도 될지 알쏭달쏭합니다.

비슷한 고민을 한 우주비행사가 있습니다. 픽사 장편 애니메이션 <버즈 라이트이어(2022)> 주인공입니다. 감독은 앤거스 맥클레인이 맡았습니다. 어딘가 익숙한 이름이라고 생각했다면 맞습니다. <토이 스토리 시리즈>에 나오는 우주비행사 인형 ‘버즈’입니다. 이번 영화의 주인공이죠. 장난감 주인 ‘앤디’가 버즈 라이트이어 영화를 보고, 주인공을 본뜬 장난감을 샀다는 설정입니다. 말하자면 영화 속 영화입니다.

앨리샤 호손은 버즈의 상사이자 총사령관이다. 자책에 빠진 버즈의 정신적 지주가 되어주는 인물이다.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작중에서 ‘버즈’는 우주특공대원으로 등장합니다. 지구에 필요한 자원을 구하기 위해 대원 1200명과 함께 우주를 탐사하고 있죠. 그러던 중 버즈의 실수로 우주선이 미확인 행성에 불시착하고 맙니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우주선을 움직이는 에너지원 ‘하이퍼 스피드 크리스털(이하 크리스털)’이 망가져 버렸습니다. 모든 대원이 미지의 행성에 갇히게 된 겁니다.

낙심한 버즈를 달랜 사람은 그의 상관 앨리샤 호손이었습니다. 호손은 사령관으로서 대원을 행성에 정착시켰습니다. 힘을 합쳐 탈출 방법도 찾아보기로 했죠. 과정은 순조로웠습니다. 대원들은 1년 만에 우주선을 말끔히 수리하고, 새 크리스털도 만들었습니다.

버즈는 하이퍼 크리스털 안전성 검사에 지원합니다. 소형 우주선에 에너지원을 장착하고, 속도를 광속까지 올려 태양을 한 바퀴 돌고 오는 경로죠. 비행에 성공하면 모두가 지구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결과는 실패였습니다. 버즈는 가까스로 행성으로 돌아왔죠.

과거에 남겨진 우주비행사, 버즈 라이트이어

우리 집은 지구뿐 vs 이곳도 새로운 터전

문제는 여기부터입니다.

“디아즈, 수염을 길렀네. 그 짧은 시간에?” 동료는 대답하지 못합니다. 애매한 미소만 보이죠. 그제야 이상한 낌새를 눈치챈 버즈가 묻습니다. 자신이 얼마 만에 왔냐고요. 디아즈는 대답합니다. “4년 2개월하고 3일이요.”

버즈가 시험 비행을 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4~5분이지만, 행성에선 약 4년의 시간이 흐른다.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고작 4분간 비행했을 뿐인데, 돌아오니 4년이 흘렀습니다. 버즈는 극심한 절망에 빠집니다.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한 데다 비행도 실패했으니까요. 자신이 모두를 행성에 가뒀다고 자책하는 버즈를 호손이 또다시 달랩니다. 행성에서 보내는 삶이 그렇게 절망적이지만은 않았기 때문입니다.

버즈가 우주를 비행할 동안 호손은 이곳에서 반려를 만났습니다. 원래라면 호손과 반려는 만나지 못할 사람이었습니다. 행성에 불시착한 덕분에 약혼까지 할 수 있었죠. 그러나 버즈는 여전히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어떻게든 행성에서 탈출하겠단 목표로 시험 비행에 나섭니다.

비행은 계속됐습니다. 그동안 호손은 반려와 결혼하고, 아이를 가지고, 손녀까지 만납니다. 자그마치 62년이란 시간이 흘렀죠. 설상가상으로 새로 부임한 사령관은 시험 비행을 반대합니다. 버즈를 제외한 모두가 이 행성에서 삶을 가꿨기 때문입니다. 버즈는 맞닥뜨린 미래에 적응하지 못합니다. 탈출이란 목표가 그를 옭아맸죠. 결국 그는 시험 비행으로 도피합니다.

미래의 샌드위치는 고기에 빵을 끼운다고?

고기 샌드위치, 변화의 방아쇠를 당기다

왼쪽부터 이지, 모, 다비, 버즈. 셋은 군사 훈련을 받느라 정착지 바깥에 나가있어 저그의 공격을 피할 수 있었다.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영화의 후반부는 시험 비행에 성공한 버즈가 22년 만에 복귀하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돌아온 행성은 ‘저그’라는 로봇에게 공격받고 있었죠. 어째선지 저그는 버즈를 노립니다. 버즈는 저그를 물리치고 정착지로 돌아가야 합니다.

버즈를 도울 동료들은 형편없습니다. 호손의 손녀 ‘이지’는 아직 훈련병 신분이죠. ‘모’는 군인 훈련을 여름 캠프로 착각했습니다. ‘다비’는 폭탄을 제작하다 잡힌 범죄자입니다. 버즈는 수준 낮은 동료보단 혼자가 낫다고 생각하는 인물입니다. 하지만 결국 동료와 힘을 합쳐 저그를 물리칩니다.

버즈는 딱딱한 인물입니다. 정착보단 탈출이, 동료보단 혼자가 낫다고 생각하죠. 모험을 진행하며 고정관념은 조금씩 무너집니다. 행성의 시간을 온몸으로 겪은 덕분입니다. 그 촉매제가 바로 고기 샌드위치입니다.

영화에 등장하는 샌드위치는 100년이 흐르는 동안 고기 사이에 빵을 끼워먹는 모양으로 변화했다. ⓒ픽사코리아

도중에 일행은 고기 샌드위치로 끼니를 때웁니다. 그런데 이 샌드위치, 버즈가 알던 샌드위치가 아닙니다. 고기 사이에 빵이 끼워져 있습니다. “왜 고기가 밖에 있어?” 버즈의 물음에 동료들은 황당한 표정입니다. 그리고 당연하다는 듯 답하죠. “샌드위치니까?”

“그럼 빵이 너무 많잖아. 뻑뻑해서 목메겠네!” 빵 사이에 고기가 있는 샌드위치를 생각하던 동료가 말합니다. 버즈는 이러면 손가락이 너무 축축하다고 하지만, 동료는 손가락 빠는 맛으로 먹는다고 받아치죠. 샌드위치를 먹은 지 100년쯤 됐다고 말하는 버즈의 표정에서 무언가 스쳐 지나갑니다. 그에게 찰나였던 시간이 다른 사람들에겐 한 세대를 마무리한 시간임을 깨닫는 순간입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버즈는 크리스털을 포기하고 저그를 물리칩니다. 지구로 돌아갈 방법은 사라졌죠. 하지만 버즈에겐 새로운 삶이 남았습니다. 지구가 아닌 행성에서도 행복할 수 있는 삶이죠.

비로소 버즈는 탈출이라는 목표를 넘어섭니다. 그리고 무한히 자유로운 삶을 맞이합니다. 그의 좌우명이 드디어 빛을 발합니다. “무한한 공간, 저 너머로! (To Infinity, and Beyond!)”

변화 무한한 식문화, 저 먼 미래를 그린다면…

대체식품, 일시 유행 아닌 식문화로 자리매김?

대형마트 홈플러스는 매장에 비건(Vegun, 채식주의자) 매대를 만들었다. ⓒ뉴시스

<버즈 라이트이어>에서 엿봤듯 식문화는 유동적입니다. 전문가 의견에 따르면, 단시간에 바뀌기 어려운 영역이지만 새로운 문화에 익숙해지면 급속도로 바뀌기도 합니다.

최근 동물 복지와 건강에 관심 가진 소비자도 늘고 있죠. 글로벌 컨설팅 업체 에이티커니(AT Kearney)는 2030년이면 대체육이 세계 육류 소비시장 28%를 차지하리라 전망했습니다. 대체식품이 일시적 유행 아닌 대중화된 식문화로 자리 잡을 거란 추측에 힘이 더해지고 있습니다.

식품기업도 앞다퉈 대체 식품 브랜드를 내놓고 있습니다. 농심 ‘베지가든’, CJ제일제당 ‘플랜테이블’, 오뚜기 ‘헬로베지’, 신세계푸드 ‘베러미트’ 등입니다. 급식·외식업체도 일부 메뉴를 채식으로 구성하며 대체식품을 적극적으로 이용하죠.

지난 2020년 써브웨이에서 출시한 대체육 샌드위치다. 밀과 대두 단백질에 각종 콩을 첨가해 영양분을 더했다. ⓒ써브웨이

프랜차이즈도 고기 없는 고기 식품을 선보였습니다. 2020년엔 샌드위치 전문점 써브웨이에서 대체육을 사용한 ‘얼터밋(altermeat) 썹’을 판매했습니다. 얼터밋은 대체육을 뜻하는 영어단어 ‘얼터너티브 미트(alternative meat)’의 준말이라고 합니다. 동물성 고기 대신 밀과 대두 단백질을 사용한 고기가 들었죠.

식문화는 우리가 몰랐던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습니다. 고기와 고기 사이에 빵을 끼워 먹는 샌드위치처럼 말이죠. 지금은 대체육이 고기인지 아닌지로 논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언젠간 대체식품에서 ‘대체’라는 글자가 빠지게 될지도 모릅니다. 버즈가 시간을 받아들였듯, 우리도 대체식품이 존재하는 미래를 받아들일 준비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무한한 식문화의 변화를 샌드위치에서 엿볼 수 있는 영화 <버즈 라이트이어>였습니다.


더농부 인턴 신유정

제작 총괄 : 더농부 에디터 박상익

nong-up@naver.com

더농부

참고=

한국경제, <축산업계 “대체육은 고기 아니라니까…”>

한국경제, <지구를 지키는 완벽한 ‘속임수’, 대체육 이야기 [긱스]>

한국경제, <이젠 참치까지…진화하는 비건식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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