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 좋아~ 우유 좋아~ 우유 주세요~ 다 주세요!
한 번쯤 들어본 동요 ‘우유송’입니다. 이 노래를 들으면 하얀 몸에 까만 점이 얼룩덜룩한 얼룩소가 떠오릅니다. 여러분은 젖소 하면 어떤 소가 떠오르나요? 저처럼 얼룩소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을 겁니다.
젖소는 얼룩소만 있는 게 아닙니다. 털이 갈색인 젖소도 있습니다. 얼룩소와 갈색 젖소는 품종이 다릅니다. 우리나라에서 키우는 젖소 대부분은 여러분이 떠올린 얼룩소 ‘홀스타인’종입니다. 앞으로 우유송을 들으면서 갈색소를 떠올릴 수도 있겠습니다. 갈색 털을 가진 젖소 ‘저지종’이 한국에 들어오기 때문입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2023년에 저지종 수정란을 들여오겠다고 밝혔습니다. 홀스타인종과 저지종에 대해 알아보고, 저지종이 한국에 들어오게 된 이유를 살펴봅시다.
우리에게 익숙한 얼룩소 ‘홀스타인종’
홀스타인종은 대표적인 젖소 품종입니다. 한국에서 기르는 젖소 99%를 차지합니다. 영국에서는 영국 홀스타인(British Holstein)으로, 미국이나 캐나다에서는 홀스타인 프리지안(Holstein Friesian)으로 부릅니다.
홀스타인종은 네덜란드 서부 프리지안과 북부 홀랜드에서 유래했습니다. 기원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는데요. 검은 소와 흰 소가 만나 얼룩소가 됐다는 설이 있습니다. 프리지안과 바타비안이라는 두 부족이 네덜란드로 옮겨갈 때 한 부족은 검은 소를, 또 다른 부족은 흰 소를 가져왔습니다. 두 소가 교잡돼 얼룩소 홀스타인종이 만들어졌다는 것입니다.
홀스타인종은 흰색과 검은색 털이 얼룩무늬를 만들었습니다. 얼룩소로 익숙하지만 몸체가 모두 검은 것부터 하얀 것까지 털색 범위가 넓습니다. 대부분 몸 위쪽에 검은 털이 많고, 배와 다리는 하얗습니다.
영국 왕실 우유로 유명한 ‘저지종’
저지종은 우유 생산 선진국인 영국, 미국, 호주, 뉴질랜드 등을 비롯해 100여 개 국가에서 사육하는 대표적인 젖소 품종 중 하나입니다.
저지종은 영국 해협의 저지섬이 원산지입니다. 저지섬에 이주한 프랑스의 검은 소가 노르만디종과 교잡돼 저지종이 됐다고 알려졌습니다.
저지종은 영국 왕실 전용 우유를 생산하기 위해 저지섬에서 만들어졌습니다. 저지섬은 개량 목적으로 들어오는 소 수입을 막고, 우수한 소끼리 근친 번식해 균일한 체형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털색은 황갈색부터 검은색까지 범위가 넓습니다. 저지종은 품종 특색으로 털색을 규정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대부분 몸 위쪽은 검은색 털이, 배 아래쪽은 하얀 털이 분포하고 전체적으로 갈색입니다.
흰 우유는 홀스타인종, 유가공품은 저지종
한국에서 주로 사육하는 홀스타인종은 우유 생산량이 가장 많습니다. 한국 소비자들은 주로 흰 우유를 소비해왔습니다. 젖소의 우유 생산량이 많을수록 농가 소득이 높아집니다. 흰 우유 섭취를 많이 하는 소비구조에선 우유 생산량이 많은 홀스타인종 사육이 농가에 적합했습니다.
저출산 추세가 두드러지면서 흰 우유 소비가 줄고 있습니다. 1인당 우유 소비는 2001년 36.5㎏에서 20년 동안 4.5㎏ 줄어 32.0㎏이 됐습니다.
전체 유제품 소비는 늘었습니다. 소득수준이 높아지고 식생활이 서구화되며 치즈, 버터 등 유가공품 소비가 늘었기 때문입니다. 1인당 유제품 소비는 2001년 63.9㎏에서 2020년 86.1㎏으로 증가했습니다.
이제 흰 우유가 아니라 유가공품에 적합한 품종을 길러야 합니다. 유가공품 생산을 위해선 지방과 단백질 함량이 많아야 합니다. 홀스타인종은 우유 생산량이 많지만 우유 내 지방과 단백질 함량이 적습니다. 유가공품 생산엔 우유 내 지방과 단백질 함량이 높은 저지종이 적합합니다.
유가공품을 제조하는 업체는 국산 흰 우유보다 저렴한 수입 우유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유가공품 소비가 많아지면서 2001년 77.3%였던 우유 자급률은 2019년 48.5%로 50% 이하로 떨어졌습니다. 2020년 48.1%, 2021년 45.7%로 자급률은 꾸준히 떨어지고 있습니다. 홀스타인종 사육 구조가 계속되면 우유 자급률은 점점 줄어듭니다.
탄소 배출량 줄이기에 저지종이 딱!
저지종은 홀스타인종보다 몸집이 작습니다. 그만큼 물과 사료 섭취량이 적어 경제적입니다. 사료 섭취가 적기 때문에 저지종을 사육하면 홀스타인종을 사육할 때보다 분뇨 배출량이 줄어듭니다.
소는 트림이나 방귀, 분뇨로 메탄가스를 방출해 지구온난화에 일조한다는 목소리가 있습니다. 소의 분뇨를 처리할 때도 메탄과 아산화질소 등 온실가스가 나옵니다. 저지종은 홀스타인종보다 분뇨가 적어 온실가스 생산량을 감소시킬 수 있습니다.
같은 양의 치즈를 만들 때, 저지종은 홀스타인종보다 탄소 배출량이 20% 적습니다. 탄소 배출량을 줄여야 하는 탄소중립 시대에 저지종이 알맞습니다.
저지종 도입 위해 기울인 노력
관리체계 구축, 활성화 방안 논의
농촌진흥청은 2021년 5월 10일 전북대학교, 서울우유협동조합과 함께 저지종 젖소에 대한 활용 연구를 추진하겠다고 했습니다.
국내 젖소 사육체계는 홀스타인종에 맞춰져 있습니다. 저지종을 사육하기 위해선 저지종 사육 농가를 위한 새로운 지침이 필요합니다. 국립축산과학원은 산학계와 공동연구해 저지종의 개량, 번식, 사육 등 기초 정보를 수집해 분석하기로 했습니다.
농진청은 2022년 8월 30일 ‘저지종 젖소 국내외 연구 동향 및 활성화 방안’을 주제로 국립축산과학원에서 한‧미 국제 학술 토론회(심포지엄)를 열었습니다.
토론회에서 저지종에 대한 국내·외 연구 성과와 동향, 국내 정책 방향, 우유 산업 선진국의 저지종 활용 사례 등을 공유했습니다.
마침내 국립축산과학원은 2022년 11월 30일 ‘저지종 젖소 사양관리 기술서’를 발간했습니다. 지난 11년간 국내 연구 결과와 국외 학술지에 소개된 정보들을 모아 저지종 사육을 위한 지침을 마련했습니다.
저지종 늘리기 본격 시동,
국가가 저지종 수정란 도입
2011년 당진낙농축산업협동조합, 서울우유협동조합 등이 저지종을 도입했지만 2022년 12월 기준 국내에서 사육하는 저지종은 510마리뿐입니다. 수가 적어 산업적으로 활용하기 어렵습니다.
농식품부는 민간이 주도해 저지종을 도입하는 것이 어렵다고 판단해, 국가 주도로 저지종 사육규모를 늘릴 계획입니다.
농식품부가 2023년 저지종 수정란 230개를 도입합니다. 수정란은 저지종으로 유가공품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세운 농가에 보급합니다. 장기적으로는 국내 젖소 개량기관에서 번식용 저지종 가축을 확보해 사육 규모를 늘립니다.
저지종 성공적으로 국내 안착하려면?
농가 경제성 보장해 사육규모 늘려야
경기도축산진흥센터는 2022년 12월 13일 저지종 육성사업 공청회를 열었습니다. 성공적인 저지종 도입 성공을 위해 해결해야 할 문제를 들었습니다. 저지종이 홀스타인처럼 한국에 자리 잡기 위해선 사육 농가가 많아야 하고, 이를 위해 농가 수입이 보장돼야 합니다.
제품 생산을 위해선 저지종을 사육하는 농가가 많아야 합니다. 한두 농가의 저지종 우유로는 제품 생산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또 저지종이 생산한 우유를 한곳에 모을 체계도 필요합니다.
저지종 수정란을 공급해온 농가는 “저지종 한두마리는 활용할 방법이 없다. 농가가 보유한 저지종을 관리할 방법이 없다면 농가 참여를 이끌어내기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김형중 서울우유 생명과학연구소 차장 역시 “저지종 사업은 여러 농가가 함께 해야 한다”며 저지종을 성공적으로 도입하기 위해선 일정 생산 규모가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농가의 저지종 도입을 독려하려면 홀스타인종을 사육할 때와 비슷한 경제성이 보장돼야 합니다. 저지종은 홀스타인종보다 우유 생산량이 적습니다. 저지종을 사육하면 농가는 수익이 줄어들 수 있어 참여를 꺼린다는 우려가 있습니다.
이영병 학운목장 대표는 “농가들이 저지종 사업에 참여했을 때 최소한 기존 목장만큼의 경제적 이윤을 제도적으로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더농부 인턴 송정민
제작 총괄 : 더농부 에디터 나수연
nong-up@naver.com
더농부
참고=
농촌진흥청, <‘저지종’젖소 종합관리 체계 구축한다>
농촌진흥청, <농촌진흥청, 갈색 젖소 ‘저지종‘ 국내 활성화 방안 논의>
농촌진흥청, <갈색 젖소 ‘저지종’ 본격 도입, 고부가가치 유가공품 생산으로 낙농 경쟁력 강화>
국립축산과학원 축종별품종해설, <홀스타인종>·<저지종>
뉴제주일보, <“탄소 배출 줄여라” 젖소 품종 교체 추진 ‘눈길’>
한국일보, <쌀밥처럼 흰 우유 전성기도 갔다… 동병상련 낙농가>
축산신문, <젖소 ‘저지종 육성사업 공청회’에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