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뚜기·삼양 컵라면엔 있는데 농심·팔도엔 없는 ‘이것’은?




국내 식품 업계가 컵라면·컵밥·음료 용기에 점자 제품명을 넣고 있습니다. 시각장애인의 정보 격차를 줄이기 위해섭니다. 시각장애인은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원하는 제품을 고르기 어렵습니다. 컵라면이나 캔 음료는 라벨을 보지 않고서는 어떤 맛인지 구분하기 힘들죠. 제품에 점자 표기를 넣으면 혼자서도 물건을 고르기 쉬워집니다.
     
2022년 11월, 오뚜기는 자사의 모든 컵라면에 점자 표기를 넣었다고 알렸습니다. 지난해 9월부터 시작해, 차츰 전 제품으로 늘렸다고 합니다. 제품명뿐만 아니라 물 붓는 선, 전자레인지 사용 가능 여부를 나타내는 기호까지 표시했습니다.
     
점자는 위치를 쉽게 알 수 있도록, 용기 측면에 새겼습니다. 컵라면은 상단, 컵밥은 하단에 새겨 구분하기도 했습니다.
저시력자를 위해 검은 배경에 흰색 점자를 인쇄해 눈에 잘 띄게도 만들었죠.
오뚜기는 컵라면 외에도 컵밥 14종과 레토르트 용기 죽 전 제품 8종에도 적용했다고 말했습니다. 컵밥은 전 제품에 점자 표기가 들어갈 예정입니다.
     
삼양식품은 2021년 9월, 로제불닭볶음면을 시작으로 6개 제품에 점자를 넣었습니다. 모두 컵라면입니다. 용기 하단 또는 로고의 점자를 만지면 제품명을 알 수 있습니다. 불닭볶음면은 ‘불닭’, 삼양라면은 ‘삼양’으로 축약해 표시했다고 합니다.
     
음료 업계도 점자 표기에 힘쓰고 있습니다. 팔도는 1998년부터 비락식혜에 ‘음료’와 ‘하트’ 모양의 점자 표기를 넣고 있습니다. 하트를 함께 넣어 해당 음료를 비락식혜로 구분할 수 있도록 한 겁니다. 2022년 9월 소비자원 조사에 따르면, 점자 표시가 있는 음료 94개 가운데 80개는 ‘음료’ 또는 ‘탄산’이라는 정보만 알 수 있다고 합니다.
     
롯데칠성음료는 2021년부터 생수 아이시스8.0 300㎖와 칠성사이다 페트병 500㎖ 제품 상단에 브랜드명을 점자로 표시했습니다. 롯데는 2008년 캔 윗부분에 ‘음료’라는 점자를 넣었고, 2017년부터는 국내 음료 업계 최초로 탄산음료 제품에 ‘탄산’이라는 점자를 넣기도 했습니다.
     
유리병에도 점자 표기가 들어갑니다. 현대약품도 2021년 식이섬유 음료 미에로화이바 유리병 패키지에 점자로 ‘미에로’를 표시했습니다. 혼합 음료 중 최초입니다. 아직은 100㎖ 제품에만 넣었지만, 다양한 제품군으로 확대할 예정입니다.
     
일부 업체는 점자 표기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라면 업체 빅4 중 두 곳인 농심과 팔도는 아직 점자 표기를 적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농심의 경우 이른 시일 내 점자 표기를 적용하겠다는 답변만 되풀이했다고 합니다. 점자 표기가 의무는 아닙니다. 아직 식품에 점자 표기를 해야 하는 법률은 없습니다.
     
문제는 비용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컵라면 용기에 점자표기를 하기 위해선 용기 원가의 10% 정도가 추가된다고 전했습니다. 용기에 점자를 찍기 위해 별도의 금형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닙니다. 라면 용기 만드는 업체에서 제조공정만 추가하면 된다고 합니다.
     
기존 점자 표기도 개선이 필요합니다. 소비자원 연구에 따르면, 식품 유통기한까지 점자로 표기한 제품은 없다고 합니다. 유통기한이 짧은 우유에도 없었습니다. 브랜드·제품명을 넘어 더 많은 정보를 담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가독성도 관건입니다. 점자가 표시된 78개 식품 가독성을 시각장애인이 평가한 결과, 72개가 5점 만점에 2점 미만의 낮은 평가를 받았다고 합니다. 캔 음료는 캔 테두리와 점자 위치가 가깝고, 컵라면은 용기의 비닐 포장이 점자를 읽는 데 방해된다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지난 11월 4일은 ‘점자의 날’이었습니다. 송암 박두성 선생이 시각장애인을 위한 한글 점자를 만들어 반포한 1926년 11월 4일을 기념하는 날이죠. 시각장애인이 마트에서 헤매지 않고 원하는 물건을 고를 수 있도록, 점자 표기가 더욱 확대되길 바랍니다.





더농부 인턴 신유정
제작 총괄 : 더농부 에디터 박상익
nong-up@naver.com
더농부
 
참고=
뉴시스, <‘착한 식품기업’, 시각장애인 위한 점자 패키지 선봬>
뉴시스, <오뚜기·삼양 용기면 점자표기 서두르는데 농심·팔도 미적 왜?>
한겨레, <이름 없는 라면, 유통기한 없는 우유…여러분은 견딜 수 있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