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성 녹차에 창녕 마늘…맥도날드가 푹 빠진 ‘한국의 맛’

우리 몸엔 우리껀데 남의것을 왜 찾느냐
고추장에 된장 김치에 깍두기
잊지마라 잊지마 너와 나는 한국인
신토불이 신토불이 신토불이야 신토불이야

가수 배일호 씨가 부른 노래 신토불이입니다. 우리 땅에서 자란 농산물이 몸에 잘 맞는다는 의미죠. 국산 농산물은 수입품보다 밭에서 식탁까지 오는 거리가 짧습니다. 신선한 식품을 먹을 수 있죠. 화학 보존제를 쓰지 않아 건강에도 좋습니다.
 
보성녹돈 버거는 맥도날드가 20217월부터 진행한 한국의 맛(Taste of Korea)’ 프로젝트이기도 합니다. 국내산 재료로 신메뉴를 만드는 기획이죠. 맥도날드 외에도 많은 기업이 국산 농수산물로 신메뉴를 내고 있습니다. 보성녹돈처럼 메뉴 이름에 산지를 넣기도 합니다.
 
기업은 왜 국산 식재료에 흠뻑 빠졌을까요우선 맥도날드가 야심 차게 내놓은 보성녹돈 버거, 먹어본 후기 알려드립니다. 

맥도날드 야심작 <보성녹돈 버거>,
FARM 인턴이 먹어봤습니다.



녹차는 차 나무 잎을 발효하지 않고 만든 차를 이른다. ⓒ보성군청

2021년 맥도날드가 창녕 갈릭 버거를 출시했죠. 소스에 경남 창녕 마늘 6쪽을 통째로 갈아 넣은 햄버거입니다. 한국인의 마늘 조금은 외국인의 마늘 한 주먹과 같다는 말이 있습니다. 한국 사람 인심처럼 넉넉하게 들어간 마늘 소스가 만족스러웠습니다. 역시 저는 마늘 먹고 사람 된 웅녀의 후손인가 봅니다. 

보성 녹돈 버거도 안 먹어볼 수 없겠죠. 퇴근하자마자 맥도날드로 달려갔습니다. 그날 구내식당 저녁 메뉴는 꽃게 된장국과 차돌박이 숙주 볶음이었습니다. 과연 차돌박이를 포기할 만한 맛이었을까요?

총평부터 말씀드리자면 ‘한 번쯤 먹어볼 만하다’입니다.

‘초록초록’ 포장지로 산뜻한 기분



초록색 위주로 디자인한 로고가 싱그러운 느낌을 준다. ⓒ더농부

우선 포장부터 보시겠습니다. 종이 깔개도 한국의 맛 프로젝트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보성에서 녹차를 기르는 백종우 농부와 녹차 먹인 돼지를 기르는 황의찬 농부가 모델이군요. 농산물뿐만 아니라 자라는 지역, 키우는 농부까지 살뜰하게 챙겼습니다. 

‘육즙이 스르르~’라는 TV 광고 문구도 보성녹돈 버거를 먹어본 농부가 말해줬다고 합니다. ‘농가’와 상생하겠다는 프로젝트 의도가 잘 보입니다. 

햄버거엔 무거운 느낌이 있죠. 샐러드처럼 산뜻하고 열량 낮은 음식은 아니니까요. 하지만 초록색 로고가 싱그러운 포장지를 보다 보면, 왠지 기분이 가벼워집니다. 첫인상은 합격입니다. 

돼지고기, 양배추, 적양파의 신선한 하모니



돼지고기 패티, 적양파 조각, 스파이시 치즈 소스, 채 썬 양배추, 토마토가 들어있다. ⓒ더농부

내용물을 봅시다. 보성 녹돈 버거는 돼지고기 패티와 양배추, 적양파 토핑이 특징입니다. 맥도날드가 한정 버거에 사용한 첫 돼지고기 패티이기도 하죠. 113g 짜리 두툼한 패티가 돋보입니다. 빅맥 패티가 2장에 90g이니, 기존 패티보다 확실히 양이 늘었습니다. 

노란 치즈 소스, 적양파와 토마토의 색감 대비도 좋습니다. ‘스파이시 치즈 소스’는 체다와 그라나파다노 치즈에 알싸한 카옌 페퍼를 더했다고 합니다. 카옌 페퍼는 말린 칠리 가루입니다. 치즈 소스에 소량 넣어 색을 내기도 합니다. 이 설명을 보고 나니, 왠지 치즈 소스 색이 진해 보입니다. 

다른 버거와 달리 채 썬 양배추를 넣었습니다. 아삭한 식감을 기대하며 한입 베어 물었습니다. 첫 입은 만족스러웠습니다. 치즈 소스가 물건입니다. 고소한 치즈 풍미와 은근한 매콤함이 찰떡궁합입니다. 꾸덕꾸덕한 체다치즈가 들어가 소스 농도가 묽진 않습니다. 덕분에 혀에 감기는 감촉이 좋습니다. 

패티는 부드럽고 양배추는 아삭!
은은한 ‘보성 녹차’ 이미지는 글쎄

부드러운 패티와 아삭한 야채 식감이 잘 어울린다. ⓒ더농부

양배추와 알싸한 적양파가 자근자근 씹히는 식감이 좋습니다. 패티는 잡내가 없고, 아주 부드럽네요. 쇠고기 패티를 씹을 때 언뜻 느껴지는 질깃함이 전혀 없습니다. 맥도날드가 소개한 보성 녹돈 설명과 맞아떨어집니다. 육즙이 풍부한진 잘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소스에 묻혔을 수도 있고요. 

다만 녹차 먹인 돼지라는 이름과 달리, 담백한 맛은 없습니다. 치즈 소스와 패티 모두 간이 꽤 셉니다. 여기에 베이컨도 들어갑니다. 가득 들어간 양배추가 짠맛을 조금 덜어주니 다행입니다. 



보성녹돈 버거와 함께 주문한 제주 한라봉 칠러. 새콤한 맛이 강하다. ⓒ더농부

곁들인 음료는 제주 한라봉 칠러입니다. 새콤달콤합니다. 한라봉 껍질을 문지를 때 나는 경쾌한 향이 그대로 느껴집니다. 보성 녹돈 버거와 세트로 먹는 건 글쎄요, 저는 추천하고 싶지 않습니다. 둘 다 맛이 강하거든요. 햄버거에 집중하고 싶다면 물이나 제로 슈거 탄산음료가 낫겠습니다.

지난해 창녕 갈릭 버거가 거둔 대성공을 따라잡겠다는 보성 녹돈 버거. 한정 판매라는 구호가 매력적입니다. 재구매율이 높을지는 지켜봐야겠지만, 맛은 보장합니다.

보성 녹차부터 창녕 마늘까지 찾았다
우리 농가와 손잡은 맥도날드



보성녹돈은 보성 녹차 사료를 먹인 돼지고기다. ⓒ맥도날드

맥도날드는 2021년 7월부터 ‘한국의 맛(Taste of Korea)’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국내산 식재료로 신메뉴를 만드는 기획이죠. 지역 농산물을 소비하겠다는 의도입니다. 농가는 판매처를 확보할 수 있고, 기업은 사회적 책임을 다한다는 이미지를 얻을 수 있죠. 소비자는 원산지 걱정을 덜 수 있습니다. 

2022년 1월, 설날 기념으로 판매한 ‘허니버터 인절미 후라이’도 한국의 맛 프로젝트 상품이었습니다. 콩가루, 팥, 흑미, 현미, 쌀보리가 들어간 100% 국내산 오곡 가루에 허니버터를 더했습니다. 판매 기간은 2주로 짧았지만 달콤한 허니버터와 고소한 인절미 맛, 감자튀김 짠맛이 어우러져 큰 호응을 받았습니다. 

20218월엔 창녕 갈릭 버거가 등장했습니다. 소스에 경남 창녕 마늘 6쪽을 통째로 갈아 넣었죠. 출시 3주 만에 110만 개가 팔리며 한국의 맛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알렸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으로 과일 수요가 줄어들자, 맥도날드에서 국내산 과일을 사용한 음료를 기획했다. ⓒ맥도날드

한국의 맛 프로젝트가 지역 농가와 협력한 첫 사례는 아닙니다. 단일 메뉴로는 2020년 내놓은 나주 배 칠러와 제주 한라봉 칠러가 대표적입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어려워진 지역 농가를 돕자는 의도였습니다. 제주 한라봉 47t, 나주 배 약 164t을 사용했다고 합니다. 

부재료도 국내산 식재료로 만듭니다. 지난해 맥도날드 발표에 따르면, 전남에서만 1년에 양상추 1500t, 양파 520t, 토마토 128t을 공급받는다고 합니다. 

지역 경제 살리고, 특산품도 띄워주고…
기업·농가 모두 웃는 국산 식재료 마케팅



창녕 갈릭 버거 수요를 마늘 공급량이 따라가지 못해, 출시 1개월 만에 전국 매장에서 버거가 일시 품절되기도 했다. ⓒ맥도날드

기업과 농가 협력은 지역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칩니다. 맥도날드는 한 달 동안 창녕 갈릭 버거를 팔면서 마늘 약 42t을 소비했습니다. 창녕 마늘 공급량이 버거 판매량을 따라가지 못했다고도 합니다. 올해엔 녹차 먹인 돼지, 녹돈 140t을 사들일 계획이죠. 

메뉴에 지역명을 넣는 효과도 큽니다. 창녕은 전국 마늘 생산 1위 지역입니다. 하지만 창녕 하면 마늘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진 않았죠. 의성 마늘이 워낙 우세한 탓도 있었습니다. 한국의 맛 프로젝트 이후 소비자는 ‘창녕=마늘’ 이미지를 눈에 새겼습니다. 

이디야커피는 지난 4월 21일 충남과 농산물 유통 협약을 체결했다. 메가엠지씨커피 신메뉴는 제주도 레몬, 당근 등을 사용했다. ⓒ이디야커피,메가엠지씨

다른 기업도 우리 농가와 협력하고 있습니다. 최근 이디야커피는 충남 과일을 사용한 생과일주스 2종을 출시했습니다. 논산 수박과 부여 대추 방울토마토가 들어갑니다. 

메가엠지씨커피는 여름을 맞아 제주도 특산물로 신메뉴 5종을 선보입니다. 제주레몬 망고 스무디 · 우도땅콩 바나나 쉐이크 · 현무암 돌빵 · 제주당근 오렌지 티플레저 · 제주당근 에그마요 샌드위치입니다. 

감자 구매하다 감자 연구소까지 만들었다
국내 식량 자급률 높이는 착한 소비



오리온 감자 연구소는 포카칩을 출시한 1988년 설립했다. ⓒ구글스트리트뷰캡처

농가와 기업은 식자재 공급-소비 관계를 넘어 상생하기도 합니다. 오리온은 1988년 강원도 평창에 감자 연구소를 설립했습니다. 농가에 영농기술과 농기계를 지원합니다. 농가는 더 좋은 감자를 키우고, 오리온은 더 맛있는 감자 칩을 만드는 착한 순환이 일어나죠.

지난해 우리나라는 영국 이코노미스트그룹이 발표한 식량안보지수 순위에서 32위(71.6점)를 기록했습니다. 2017년부터 꾸준히 순위가 낮아지다, 30위 밖으로 밀려난 겁니다. 식량안보지수를 높이려면 무엇보다 농산물 생산이 안정적으로 이뤄져야 합니다.

기업은 농가가 생산력을 높이게끔 장려합니다. 원활한 소비는 곧 활발한 공급으로 이어지죠. 오리온처럼 연구소를 세워 영농기술을 공유하기도 합니다. 국내산 식재료를 밭에서 식탁으로 이어주는 기업 활동이 앞으로 더 다채로워지길 바랍니다.


FARM 인턴 신유정
제작 총괄 : FARM 에디터 박상익
nong-up@naver.com
더농부

참고=
뉴시스, <식품업계, 지역 농가와 상생 강화…”더 건강하고 맛있게”>
뉴시스, <맥도날드, 야심작 ‘보성녹돈 버거’…풍부한 패티 육즙 ‘쫙’>
뉴시스, <앤토니 마티네즈 한국맥도날드 대표 “올해 정규직 500명 채용..탠덤 드라이브스루 도입”(종합)>
뉴시스, <오리온, 햇감자 ‘포카칩·스윙칩’ 생산 개시>

한국경제, <곡물자급률 20%도 곧 깨진다…위태로운 韓 ‘식량안보’ [강진규의 식량 안보 이야기]>
한국경제, <“없어서 못 판다”…3주 만에 110만개 불티나게 팔린 햄버거>